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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행 후기/일본 오키나와 가족여행

오키나와 여행 즐기기. 류쿠 왕국의 역사 슈리성

류큐 왕국의 상징에서 오키나와 상징이 된 오키나와 슈리성.


배가 부르면 만사가 귀찮아지기 나름이다.  특이 이곳 일본 유일의 아열대 기후를 느낄 수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더 그렇다. 연평균 기온이 20도가 넘어 눈도 거의 내리지 않는다는 오키나와. 이 상태로 운전을하면 안되겠다 싶어 소화도 시킬겸 산책도 할겸 나하 시내에 위치한 슈리성을 찾았다.

 

오키나와 시내에 위치한 슈리성. 

오키나와 슈리성은 시내에 있어 주차 시설이 좋지 않다. 그래서 슈리성 주변에는 집 앞 주차 공간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개인 주차장이 여럿 있는데 성 입구와 제법 떨어져 있어 요금이 비싸고 기다리는 불편함이 있어도 지정 주차장인 건물 1층 실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층으로 올라왔다.

2층 기념품 가게를 빠져나와 구매한 슈리성 입장권. 입장권과 함께 지도를 주었는데, 펼쳐보니 재미있게도 슈리성 관광 시 꼭 들여봐야 할 포인트에 도장을 찍어오는 네모 공간이 그려져 있었다. 하나하나 도장을 채워가며 돌아보는 슈리성. 함께 온 아내가 재미있겠다며 슈리성에서의 긴 여정을 예고했다.

' 와~ 자기야 찾았어. 나 최고지? '
' 응 잘 찾네. 참 잘했어요 음~ '

매표소를 지난 지 3분도 되지 않았는데 첫 도장 포인트인 슈레문에 도착했다. 방문 당시 슈레문이 보수 공사 중이라 그 모습은 보지 못했 아쉬웠는데 나와 반대로 아내는 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가쁨에 한걸음에 달려가 첫 미션을 완수했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인 슈리성 지도. 

슈레문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2~5분 간격으로 나온 도장 포인트. 그때마다 신이 난 아내는 5개월 된 태아가 뱃속에 있어 움직임이 불편함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쌩하고 달려가 하나씩 도장을 채워나갔다.

' 여보 방금 지나온 문이 칸카이몬이래. 중국 사신이 슈라성에 오는데……. '
' 아 그래? 근데 어떻게 알았어? '
' 도장 찍는데 쓰여 있었어 '

단순히 관광객에게 관람에 도움을 주는 지도 역할과 재미를 주는 것만 알았던 지도는 모두가 아는 기본에서 벗어나 도장을 찍으며 해당 포인트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간략한 설명을 전달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름을 제외하곤 일어로만 작성되어 있었지만, 재미와 지도 그리고 포인트 정보를 주는 슈리성 지도의 아이디어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후 에도 도장만 보이면 신이 나 뛰어다니는 아내. 덕분에 나는 꽤 괜찮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슈리성을 자세히 관람할 수 있었다. (근데 왜 저 일본 학생들은 정면이 아닌 뒷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있었을까? 참고로 도착하자마자 기념사진을 찍자는 친구의 제안에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사진 속 자세로 기념사진 촬영에 임했다.)

 

슈리성이 낸 문제와 귀족만이 즐겨 먹었던 류큐과자

아내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도착한 슈리성 정전. 이곳 오키나와는 1879년 메이지 정부에 의해 오키나와로 탄생하기 전 류큐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다. 450년간 독립국이었던 류큐왕국은 약소국으로 오랫동안 중국에 조공을 바쳤는데 그러한 이유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건축 양식은 조금 달라도 색과 생김세는 중국의 건축물과 비슷했다.

슈리성을 자세히 관찰하던 중 다른 성과는 조금 특이한 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 보통 왕이 지내는 성은 성과 이어지는 문과 정면을 바라보는데 슈리성은 특이하게도 각도가 살짝 왼쪽으로 꺾여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잘 키워 맞추어진 나무 조각 중 하나만 살짝 나와 있는 듯 방향이 살짝 틀어져 있었다. 왜일까? 우리 부부는 슈리성이 낸 문제를 풀기 위해 성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리성은 왕위 쟁탈로 몇 차례 화재가 발생하고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성 전체가 잿더미로 변해 1992년에 주요 건물을 재건했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은 슈리성의 더욱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는데 그 중 류큐왕국의 역사 기록과 문화재가 있는 한 건물은 사진 촬영조차 불가했다.

그러다 발견한 한 공간.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건물 한쪽에 옛 중국 사신이 머물렀다는 방에서 류큐왕국 전통 과자를 차와 함께 맛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요금 300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다과와 방 그리고 슈리성에 대한 설명이 아주 좋았다.

왕조 시대 왕후 귀족만이 즐겨 먹을 수 있었다는 류큐 과자. 류큐왕국이 귀하게 모셨다던 중국 사신이 머물 던 곳에서 재스민 차와 옛 시대의 과자를 먹고 있으니 마치 왕을 기다리고 있는 사신이 된 듯했다.

중국에서 온 사신은 이곳에서 다과를 즐기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생긴 것도 맛도 특이한 류큐과자를 아삭아삭 씹으면서 뚤어지게 살펴봤을 것이다.

 

결정적인 힌트, 그래도 풀리지 않아.

다과를 마치고 나와 계속 된 성 관람은 약간은 심심했다. 재건된 건물이라 그런지 관람 노선도 길지 않았고 무엇보다 류큐왕국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류큐왕국만의 장식장이나 조각 조차 볼 수 없었다.

그러한 문제로 우리가 풀려 했던 슈리성의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답을 찾고자 했던 우리 부부는 문제 풀기를 포기하고 성 출구에서 옛 류쿠왕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던 아저씨에게 그 답을 여쭈었다.

' 왜 슈리성만 방향이 틀어진 건가요? '
' 그것은 슈리성은 중국이 있는 방향을 보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

이후 아저씨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생소한 단어가 대부분이라 이어진 이야기를 대부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슈리성이 중국을 바라보고 있기에 성만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 슈리성이 낸 문제의 결정적인 힌트라는 것은 확실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정전을 빠져나와 출구로 가는 길. 우리 부부는 왕이 거주했던 슈리성만이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중국을 바라보게 지어야 했던 이유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물론 절대 답이 될 수 없는 우리만의 시나리오임을 알지만 류큐왕국을 상상할 수 있기에 슈리성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문제로 슈리성은 일본의 다른 성보다 더 기억에 남는 삐뚤어진 성으로 내 맘속에 자리 잡고 있다. 풀리지 않는 숙제로 말이다.

근데 정말 왜 그랬을까? 중국 황제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일까? 중국 황제가 그렇게 지으라고 했나?... <To be continued>

관광정보 : しゅりじょう (首里城 : 슈리성)
주소 : 沖縄県那覇市首里金城町1-2
전화 : 098-886-2020 
입장료 : 성인 800엔, 고등학생 600엔, 중학생, 초등학생 300엔, 5세 이하 무료
홈페이지 : http://oki-park.jp/ 
개방시간 : 08:30 ~ 19:00 (7-9월 20시, 12-3월 18시) 마지막 입장은 마감 30분 전 
휴일 : 7월 첫째 주 수요일과 목요일 
가는 방법 : 모노레일 - 슈리조역 - 100엔 버스 (8번) - 슈리조마에 하차 (지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