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오량마 캠프 촌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티베트 – 네팔 자전거 여행 9일차.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약 5~7Km 에 위치한 티베트 텐트 안에서 눈을 뜬다. 어제 밤 얼마나 바람이 부는지, 텐트 안으로 들어오는 찬 기운으로 편한 잠을 잘 수 없었다. 조명하나 없는 산 중간에 위치한 이 공간. 텐트 밖에서 들려오는 매서운 바람소리와 알 수 없는 소리가 나를 두렵게 만든다.
늦은 밤 별을 보기 위해 텐트 밖으로 향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저 앞으로 다른 텐트에서 세어 나오는 빛을 제외하고는 앞에 사람이 있는지, 짐승이 있는지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별인가 할 정도로 수 많은 별들이 하늘 가득 자리잡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날씨로 인해 오랜 시간 별을 보지 못했지만, 별 자리를 표시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고 많은 별들이 아직도 마음속에 그려 지는 듯 하다.
히말라야 산맥 14좌 중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초오량마). 비록 그 산을 오르지는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봉을 만난 수 있다는 행복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텐트촌에서 버스를 이용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가는 길, 구름이 고봉을 감추고 있다.
여행자가 많이 찾는 성수기 시즌에는 걸어서 갈 수 있지만,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시즌에는 낙석, 추락 등 사고 위험이 있어 도보 이동이 불가능 하다고 한다. 자전거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오늘은 안개가 많아 버스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공안 국의 말에 버스를 이용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향한다.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가는 길 주변 언덕에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다. 티베트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사진 왼쪽 - 구름이 초오량마를 감쌓고 있다.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위치한 화장실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언덕에서 초오량마를 기다리는 여행자들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언덕에 돌탑을 쌓고 기도를 한다.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언덕을 내려 오면서...
인천을 출발하여 북경을 지나 항공으로 5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티베트 라싸. 거기에 자전거를 이용해 9일을 달려 이곳에 도착하였다. 올 1월에 인사를 나누고 온 에베레스트 (초오량마) 이지만, 자전거를 이용해 달려온 만큼 그리움이 더 했다.
여행자는 아쉽게도 베이스캠프 기간 중 정해진 구간까지만 이동이 가능하다. 이 산을 넘어 네팔로 넘어가는 티베트인들을 막기 위해 산 중간마다 검문소와 군인들이 배치되어 있어 선을 넘어가면 어떤 사고가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초오량마 주변으로 가득 모인 구름들. 눈에 보일 듯 눈에 보일 듯 한 초오량마. 그 정상이 보이지 않지만, 웅장함에 절로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언덕 입구에 ‘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 위치한 화장실 ‘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중국 군인이 국경 지대인 이곳에 주둔하면서 여행자를 위해 만들어 놓은 화장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화장실이지만, 간이 화장실이 아닌 벽돌로 만들어 놓은 이 화장실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화장실임은 틀림 없다. [고산 지대인지라 이뇨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이용하는 사람들은 드물지만,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화장실 이라 그런지 들어가 보는 여행자가 많다.]
겨울과 달리 구름이 많이 끼는 여름이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은 이 시즌에 이곳을 찾아 혹시나 볼 수 있을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구름으로 뒤 덥힌 초오량마를 바라보며 만년설이 뒤 덥힌 고봉의 모습을 보기 위해 기원 또 기원한다. [겨울 일부 시즌을 제외하고는 8,000m 이상에는 늘 구름이 가득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 산악인들도 날씨는 춥지만 구름이 없는 겨울 시즌에 주로 원정등반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면서 티베들에게는 대지의 여신으로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이곳 한쪽에 돌로 돌탑을 쌓고, 기도를 한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던 자전거 여행. 지금 이곳에서 돌탑을 쌓고, 기도를 하는 내 마음에 필름처럼 빠르게 내 삶의 모습이 비추어 진다. 예상치도 못했던 여자 친구 어머님의 사고, 나의 행복을 위해 했었던 이기적인 행동. 친구들과 함께 지냈던 즐거운 시간,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 힘들었던 기억과 함께 행복한 추억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행복과 반성, 아쉬움과, 슬픔, 기쁨과 환희로 가슴속 가득 뭔가가 나를 흔들며,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한다. 무엇 때문 일까?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은 초오량마가 눈을 감은 가슴 한쪽에서 그 웅장함이 그려진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선명하게 그려지는 초오량마. 비록 나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닿게 해준 초오량마는 오랜 시간 내 가슴속에서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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