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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조금 황당한 중국 고속도로 휴게소.



자전거 진입이 가능한 고속도로, 거기에 건물조차 없는 조금 황당한 휴게소.


두 바퀴로 떠나는 실크로드 여행길.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 마을 룬타이에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다음 포인트인 쿠얼러 [Korla, 庫爾勒(고이륵), 库尔勒]로 향한다. 

늦은밤 도착한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마을. 손가락으로 반죽을 튕겨 만드는 위구르 수제비 깐미엔으로 배를 채우고, 하루 10위안(약 한국돈 1800원)하는 현지인 운영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느긋한 하루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관련글 : 손가락으로 만드는 위구르 수제비, 거참 신기하네)

어제와는 달리 뜨거운 태양 대신 먹구름으로 가득한 날씨. 뜨거운 열기 대신 기분 좋을 정도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좋지만, 오늘 가야 하야할 길이 멀기에 비가 내리지 않기를 기원하며 조금은 편안한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 형 저기 주유소 아니에요? '
' 응 맞는데, 망했나 봐. 분위기로 봐서 식당 같은데'
' 푸하. 기름 넣으러 왔다가 밥 먹고 가야 하나? '
' 주유소 사장이 망해서 업종 변경을 했나 보지. 나름 아이디어 좋은데. '

도로 한쪽에서 발견한 주유소, 저 멀리에서부터 주유소가 있다는 표지판에 당연히 주유소로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주유소 시설은 없고 식탁보를 씌어놓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식당이다. 어떤 이유로 주유소에 식당을 차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업종 변경에 필요한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다소 황당한 웃음이 나오는 이곳. 함께 온 일행과 주유소에 식당을 차린 이유에 대해 상상 토론을 이어가며 즐거운 오전 라이딩을 이어간다.

자전거도 이용할 수 있는 고속도로(?)

주유소 식당을 지나 얼마 가지 않아 멈춘 선 일행들. 서둘러 다가가 일행에서 물어보니 쿠얼러로 이어진 국도는 공사로 길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지도를 펴 주변을 살펴보니 쿠얼러로 이어지는 도로는 끊어진 국도와 바로 옆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뿐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전거가 들어가기에는 다소 위험한 고속도로.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주의하여 달리고, 국도가 나오면 빠져나오기로 하고 도로 옆 고속도로로 올라가는데, 고속도로 입구에서 우리나라와는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자전거 이용자를 붙잡지 않는다. 이전 타 구간에서도 경험한 터라 지금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적응되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자동차가 폭주하는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자전거를 붙잡지 않는 상황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물론 중국 고속도로 역시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오토바이, 자전거 등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고속도로 범위가 너무 넓고 무엇보다 아직은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고속도로에 인식이 부족한 터라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고속도로 직원들은 물론 현지인까지 사람 통행은 물론 오토바이, 자전거까지 이용할 수 있는 도로로 알고 있다고 한다.

어찌 되었던 국도보다 도로 상태가 좋아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갈 수 있었던 고속도로. 하지만 아쉽게도 국도와는 달리 자전거를 세우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는 터라 휴식시간 없이 오늘의 목적지로 페달을 쉬지 않고 밟는다.

이곳이 정말 고속도로 휴게소라고?

쉬지 않고 계속되는 라이딩으로 점차 체력이 고갈될 때쯤 도로 한쪽으로 2KM 전방에 휴게소가 있다는 표지판을 발견하였다. 

고속도로 휴게소하면 화장실은 물론 간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 그리고 편의점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에 남은 힘을 다해 2KM 구간을 달려 휴게소에 도착하였는데, 이곳이 정말 휴게소가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야에 들어온 휴게소의 모습이 실망 그자체이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실망도 큰 법.  자세히 다가가 살펴보니 휴게소라고 하기에는 200% 부족한 아쉬운 공간이다. 기대했던 화장실은커녕 건물조차 없이 천막으로 간이 식당을 만들어 과일과 국수 그리고 음료를 파는 것이 전부인 이 공간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방인의 방문에 미소를 건네며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 평소 같으면 그들의 식탁에 합석해 이야기도 나누겠지만, 나의 기대에 10% 못 미치는 휴게소 모습에 인사만 건네고, 가장 가까운 의자에 앉아 허무함을 달랠 뿐이다.

' 뭐 줄까?'
' 밥줘 밥 '
' 밥 없어 국수는 있는데 줄까? '
' 아니 난 밥을 먹고 싶어. '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지 살림살이에 거기에 나무 침대까지 만들어 놓은 조금 황당한 휴게소. 고개를 숙이고 한숨 돌리는 필자(배낭돌이)에게 다가와 음식을 주문받으며 단 한 메뉴 국수를 권하는 직원이 얄밉기까지 느껴진다.

또 한 번 좌절하게 한 최악의 망고주스

아쉬움을 달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피는데 그래도 나름 고속도로 휴게소라고 한쪽에 트럭을 세우고 차량 정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외에는 건물은커녕 그 어떤 시설조차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구간인 만큼 이해를 하고 지금의 상황을 즐기려 노력하지만 2KM 전방에 휴게소가 있다고 표시해 놓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황당한 고속도로 휴게소의 모습에 연신 한숨만 내뱉을 뿐이다.

속이 상한다고 연신 한숨만 내뱉고 있어도 달라질 것 하나 없는 지금의 상황. 한쪽에 놓인 냉장고를 열어 가장 맛있어 보이는 망고 주스를 꺼내 애써 미소를 지으며 기분을 바꾸어보려 쥬스를 들이킨다.

입안 가득 차오르는 망고 주스. 목으로 넘기기 전 혀로 그 맛을 느끼는데, 이건 이름만 망고 주스이지 물에 망고를 담아 놓은 듯 물인 듯 밍밍함 그 자체이다. 황당한 휴게소에 이어 또 한 번 나를 좌절하게 한 최악의 망고주스. 

결국,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테이블 한쪽에 망고 주스를 올려놓고 오전 출발 전 미리 사온 미지근한 물로 입안을 헹구며 한숨 섞이 허무한 웃음만 내뱉을 뿐이다. <다음 편에 계속>

<너무 기대하지 않았다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 되었을까? 생각하기에 따라 장소에 대한 기억은 달라지겠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라고 적힌 이 공간은 정말 황당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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