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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손가락으로 만드는 위구르 수제비, 거참 신기하네.



손가락으로 면을 날려 만드는 위구르식 수제비 탕미엔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생각만 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질러 오아시스 마을 룬타이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음 포인트 쿠얼러로 향하고 있다.

룬타이에서 쿠얼러까지는 약 190km. 길이 좋은 국내라면 조금 무리를 하면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숨 쉬기조차 어려운 무더운 곳이기에 룬타이와 쿠얼러 중간 야영 혹은 숙소를 찾아 하루를 머물기로 하였다.

룬타이를 출발하여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한 이름 모를 작은 마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마을 이름을 물어보니 마을은 30분 정도 더 가야 있고, 이곳은 도로가 생겨 만들어진 휴게소 같은 공간이라 한다.

주변을 살펴보니 휴게소라도 하기에도 다소 부족해 보이는 공간. 하루의 마무리인 만큼 야영지 혹은 휴식과 잠을 잘 수 있는 숙박지를 찾아야 하지만 한 걸음도 걷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바닥난 터라 우선 배부터 채우기로 하고 가까운 식당으로 향한다.

열 체 남짓한 건물이 있긴 하지만 차량 이동이 적은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연 가게는 한곳. 어떤 메뉴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간판에 다양한 음식 사진이 있어 뭐든지 배를 채울 수 있겠지 생각하고 자리를 잡는다.

'양고기 있어?'
'없어.'
'뭐 있어'
'탕미엔 있어'

하루 장사가 끝난 건지? 아니면 원래 메뉴가 하나밖에 없는지 위구르인이 즐겨 먹는 양고기는커녕 지금 가능한 메뉴는 탕미엔 하나뿐이라고 한다. 체력이 없는 터라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방인. 어쩔 수 없이 탕미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린다.

중국에서는 워낙에 많은 면 요리가 있어, 쉽게 구분하기 위해 국물이 있는 면 요리는 탕미엔, 국물이 없는 깐미엔이라 부른다. 탕미엔과 깐미엔은 지역마다 그리고 가게마다 내용물 혹은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이곳 신장 지역의 탕미엔은 토마토와 매운 소스를 넣은 국물에 양고기와 채소 그리고 조금 특별한 면을 넣고 만든다.

타국을 여행하는 한국 여행자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코를 찌르는 매운 냄새. 다가가 냄비를 살펴보니 한국에서 먹던 국물 요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육수가 끊기 시작하자 면을 준비하는 주방 보조(?) 반죽한 밀가루를 높게 들어 끊기지 않도록 조금씩 조금씩 길이를 늘려나간다. 어떻게 반죽을 했는지 몰라도 생각보다 길게 늘어나는 밀가루 반죽. 한참을 늘린 반죽을 조심히 주방장에게 건넨다. 

손가락으로 반죽을 자르는 위구르 수세비

반죽이 잘 되었는지 잠시 살펴보는 주방장. 설마 도구가 없어 손으로 면을 늘려 저 상태로 넣는 것은 아니겠지 생각할 때쯤 주방장의 손에서 벗어난 무언가가 끊고 있는 육수 안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주방장의 행동을 지켜보니 육수로 골인한 것은 다름 아닌 반죽. 밀가루 반죽을 잡은 손가락으로 반죽 일부를 떼어냄과 동시에 원하는 방향으로 반죽을 튕겨 빠른 속도로 끊고 있는 육수로 골인시킨다.

한국 그리고 중국에서도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떼어 만드는 수(手)제비가 있지만, 이 식당에서는 반죽을 길게 늘여 먼 거리에서 손가락으로 반죽을 떼는 것과 동시에 강하게 튕겨 뜨거운 육수에 골인을 시키는 것이다.

쉬지 않고 반죽 상태를 확인하며 손가락을 튕겨내는 주방장. 손가락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반죽이 날아 가는데, 먼 거리에서도 단 한 차례 실수 없이 빠르게 육수 안에 손가락으로 떼어낸 반죽을 골인시킨다.

이전 중국 장기 여행 시 다른 지역에서 멀러서 본적이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드는 과정은 처음. 중국 여행 경험이 있는 필자(배낭돌이) 역시 신기해하고 있는데, 바로 옆 함께 감탄사를 연발하던 일행이 경험을 해보고 싶다며 주방장에게 다가가 양해를 구한다.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최고의 맛.

이방인의 도전을 기분 좋게 허락한 주방장. 바로 옆에서 느리게 면을 떼고 넣는 방법을 보여주지만 보는와는 달리 쉽지 않은지 결국 일행은 손가락으로 반죽을 떼어 냄비를 향해 조준 후 반죽을 투척한다.

손가락으로 튕겨 면을 넣는 것을 못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웃으며 더욱 속도를 내는 주인장. 나중 먹을 때 알게 되었지만 뜨거운 물에 많은 양을 넣어야 하는 만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넣어야 한다고 한다. 

얼마 되지 않아 완성된 위구르 탕미엔. 숟가락으로 내용물을 살피는데, 면이 손가락으로 튕겨 불규칙하지만 적당한 두께와 먹기 편한 크기로 한가득 이다. 조리과정은 물론 일행이 참여했기에 더욱 기대되는 탕미엔. 한 숟가락 입안 가득 넣고 맛을 느껴본다.

한국에서 즐겨 먹던 수제비와 비교 했을 때 탄성이 좋아 씹는 맛이 기가 막힌 면. 거기에 신선도가 느껴질 정도로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와 잘 익은 양고기 어우러져 그야말로 일품이다. 살짝 아쉬운 것이 있다면 보기와는 달리 심심한 국물. 하지만 내용물이 너무나 훌륭하기에 한번 들은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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