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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만원 지폐 본 중국 아이의 재미있는 행동.

 

실크로드 두 바퀴 여행. 우루무치로 출발!!



지난 티베트 라싸에서 출발하여 네팔 카트만두까지 이어진 하늘길 여행에 이어서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척로로 일컬어지는 실크로드를 두 바퀴로 약 1달간 돌아본다.

여름 중 가장 무더운 날씨에 가장 덥다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두 바퀴 여행길.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할 수 있다는 행복감에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이 앞선다.


김포에서 출발하여 도착한 중국 제2의 도시 상하이. 한국에서 가져온 자전거와 무거운 짐을 숙소에 잠시 내려놓고 상하이의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대륙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어디를 가도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상하이.
 
옛 중국의 건물들을 만날 수 있는 예원 상장을 시작으로 동방명주와 와이탄, 대한민국 임시정부 등을 돌아보지만 두 바퀴 여행을 시작한 만큼 관광지보다는 페달을 밟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중국 기차표. 명절이나 연휴, 성수기 시즌에는 기차표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중국 인기노선 기차표를 구하는 것이다. 사재기와 암표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단속을 잘 피하면 한몫 챙길 수 있어 이동이 많은 시즌에는 어김없이 암표 거래로 대부분 표가 거래된다. 

여행 출발 1달 전 중국에 거주 중인 지인과 중국 현지 여행사 등 표를 구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였지만, 결국 300위안(약 54,00원)이 웃돈을 주고 겨우 표를 구하였다. 힘들게 구해서 그런지 더욱 반가운 우루무치행 기차표. 다소 불편한 6인실(잉워) 중간 칸이지만 항공편이 아닌 기차로 이동할 수 있다는 행복감에 기차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상해에서 우루무치로 향하는 T52열차. 저녁 20시 40분에 탑승하여 꼬박 47시간을 달려 중국의 서쪽 우루무치에 도착을 한다.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기차역. 다행이 기차역에서 짐을 옮겨주는 직원이(유료) 있어 편하게 이동이 가능했지만, 자전거 무게로 철도 승무원과 한바탕 실갱이를 벌여야 했다.


피곤함에 깊은 잠에 빠진 첫날밤. 복도쪽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에 눈을 떠 복도를 살피니 창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조금 더 누워있고 싶지만 계속 나를 자극하는 배꼽시계. 아쉽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고 어젯밤 벗어 놓았던 신발을 찾아 싣는다.


3층 침대가 2열로 준비된 6인실 침대칸. 힘들게 표를 구한 터라 가장 싫어하는 중간층을 이용하게 되었다. 앉아 있기에는 높이가 다소 낮고, 누워 있으면 복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시선과 마주해 잠을 잘 때도 그리 편하지 않은 최악의 층수. 하지만 어이없게도 3층 침대칸 중 일층 다음으로 비싸다.

기차에서는 물 좀 아껴쓰자고요!!


사람들을 비집고 도착한 세면대. 얼굴에 물이라도 묻히려 수도꼭지를 돌려보지만 물이 나오지 않는다.

' 여기 물 안 나오는데......'
' 응 다음 역에서 채우니까 그때 씻어. '

충분한 양의 물을 채워 이동하는 중국 기차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늦잠을 잔 일어난 이방인이 사용할 물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다. 다음 역까지는 약 4시간이 걸리는 거리. 아쉽지만 물티슈로 씻기로 하고 침대로 향한다.


침대로 돌아가는 길 창문 한쪽 젖은 수건이 끝도 없이 걸려있는 것이 눈에 띈다. 늦잠을 잔 터라 할 말은 없지만 세수는 물론 수건까지 빨아서 널어 놓은 그들의 모습에 마음 한쪽으로 살짝 얄미운 마음이 든다.

중국 장거리 기차 즐기는 방법.



의자 칸과 4인실 그리고 6인실 침대칸으로 나누어져 있는 우루무치행 기차. 여러 좌석 중 잠을 자는 저녁 시간에는 침대칸이 가장 좋지만, 활동하는 오전과 오후 시간에는 다른 침대칸 보다 창문 바로 옆에 있는 보조석이 창 밖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래 전기 콘센트가 있어 MP3, 노트북 등을 충전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석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칸 바로 앞 상석에서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다른 침대칸 여자아이. 모두가 함께 쓰는 공간인 만큼 비켜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곳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무척 부럽다.


약 2일을 기차에서 생활해야 하는 시간. 짧지 않은 이동거리인 만큼 어떤 이들은 그동안 모잘랐던 잠을 자거나, 상석에서 자리를 잡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여자아이처럼 하고 싶었던 일을 하거나, 가족 혹은 주변 사람들과 게임을 하며 지루함을 달랜다.

읽고 싶었던 책 2권을 챙겼지만 2일을 보내기에는 부족한 상황. 말동무라도 만들고자 여러번의 중국 여행으로 터득한 중국 친구 사귀는 법을 실행한다.

만 원짜리 지폐에 혼이 빠진 중국 아이.  


먼저 여러 침대칸을 돌아다니며 말동무를 물색한다. 혼자 기차를 탄 사람에게 말을 걸면 자칫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기에 되도록 가족 혹은 친구가 함께 탄 대상을 찾는다. 탐색 중 발견한 중국인 가족. 호기심 많은 아이는 물론 생활 중국어를 알려주실 아주머니도 함께 있어 우루무치로 가는 동안 말동무로는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는다.

중국어 발음도 좋지 않은 외국인의 등장에 약간 당황한 중국인 가족. 살짝 당황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씨익 웃으며 미리 준비한 만 원짜리 지폐를 지갑에서 꺼내 그들에게 보여준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반응이 큰 중국 가족. 그것도 그럴 것이 중국 돈 외에는 다른 화폐를 본 적이 없는 이들이기에 중국 화폐보다 많은 숫자 '0'을 사용하는 한국 돈이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 1만...만...만... 위엔?'

' 하하. 응 한국 돈 1만 원 이야. '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많은 숫자를 보고 놀라는 아주머니. 호기심이 많고 외국인을 낯설지 않아 하는 어린아이는 손가락으로 '8'을 가르치며 자신에게 팔아 달라며 애원을 한다.


처음부터 말동무를 사귀고 기념으로 주려고 가져온 돈이지만 애원하는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어 농담을 던진다.

' 한국 돈 1만 원. 중국 돈 60위안인데, 8위안에 못 바꾸지 '

' 그럼 8위안에 이것도 줄게'

한국 돈을 꼭 갖고 싶었는지 자기가 제시한 가격에 추가로 슈퍼에서 사온 간식거리를 내놓는 아이. 녀석의 재미있는 반응에 또 뭐가 나오는지 궁금해 한 번 더 장난을 친다.


' 다해봤자 15위안인데 못 바꾸지. 아까 저쪽 아저씨는 100위안 준다고 했는데…….'

이미 화폐의 가치를 잊고 오로지 갖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한 녀석이 주변을 살피더니 한쪽을 가리키며 저것을 다 준다고 한다. 보온물통과 젖병 그리고 빈 반찬통과 물 그리고 몇개 안되어 보이는 간식거리를 내놓겠다며 흥정을 하자는 녀석.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엄마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흥정을 제시하는 녀석의 모습에 한참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장난이야. 선물이야. 한국이라는 나라를 잊지 말아~ '
' 정말? 정말?'

조금 전까지 흥정하던 모습과는 달리 선물이라며 주는 나의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녀석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다. 혹시나 다시 달라고 할까 싶어 나의 행동을 주시하던 녀석이 자신의 통에 소시지까지 올린 익힌 라면을 가져와 선물이라며 내려놓는다 .

내가 준 선물이 고마웠는지 아니면 다시 가져가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낯선 외국 기차에서 받은 맛있는 선물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는 돈의 또 다른 활용법. 나의 작은 선물로 라면에 이어 이후 우루무치에 도착하는 날까지 아이의 관심과 선물(먹거리)은 계속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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