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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일교차가 심한 티베트지역에서 난방시설 조차 없는 호텔방에서 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티베트 현지인 숙박시설의 경우 야크의 배설물을 태워 따듯하게 하는 난로라도 있지만, 호텔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영업을 하는 라체호텔. 다른 호텔과 달리 난방시설이 구비되어 있지만, 여름이라는 이유로 난방을 틀어주지 않아 어제 밤 몇 번이고 이불을 잡아당겨 머리 위까지 덮고 떨며 잠을 이루어야 했다.
이불을 빠져 나와 신발을 신기 위해 침대 밑으로 다리를 내리니, 다리 무게가 천근 만근이다. 창문 한쪽으로 들어오는 따듯한 빛을 받고 있자니, 방보다는 외부가 따듯할 것 같아 신발을 신고, 밖으로 빠져 나왔다.
숙소를 빠져 나와 햇빛이 잘 들어오는 한쪽 자리에 앉아 밤새 추웠던 몸을 녹이며, 라체의 아침을 바라본다. 어디론가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티베트 사람들. 추운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아침부터 힘이 넘쳐 흐른다.
따듯한 햇빛 사이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머리 위에는 강한 햇빛이 비추고 있지만, 오늘 가는 남쪽 하늘에는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내 몸도 좋지 않은데, 다른 대원들이 오늘을 버틸 수 있을까? 비라도 오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호텔 주인에게 뜨거운 물이 왜 나오지 않은 것을 항의하자 미안하다며 대신 아침 식사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한끼에 3위안(500원)도 되지 않은 저렴한 식사를 제공해 주면서, 비싸게 받은 숙박비를 넘어가려는 주인아저씨가 너무나 얄밉다.
짬빠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뉴 팅그리로 향한다. 초모랑마로 가기 위해 꼭 지나야 하는 뉴 팅그리. 가는 길 초오량마의 관문인 캬초라 고개를 넘어, 오늘의 목적지로 가야한다.
라체를 빠져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 될 무렵 도로 한쪽으로 거리를 표시해 놓은 비석이 눈에 띈다. 5.062KM 어제 점심을 먹었던 지점이 5,000KM 지점이었는데, 고산에서 반나절을 달려 62KM를 왔다니, 대원들 모두 서로가 신기할 뿐이다.
히말라야 산맥 중간 중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우정공로를 따라 오늘도 달린다. 만년설에서 녹아 내린 물은 천(川)을 만들고, 주변에는 녹색 풀이 자라나기 시작을 한다.
이 노색 풀은 주변에 사는 야크나 소에게 중요한 먹이가 되고, 잘 먹은 야크와 소는 티베트인들에게 우유와 버터 그리고 힘(力)을 제공한다. 우정공로를 따라 녹색 풀을 찾아 어디론가 향하는 5마리의 소. 사람조차 먹을 것이 부족한 이곳에서 이 녀석들은 늘 배가 부를 정도로 먹는 것이 부러울 뿐이다.
소들이 지나가고, 오토바이를 탄 티베트 아이가 천천히 그 뒤를 따른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전하니.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고, 소 뒤로 바싹 다가가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준다.
소몰이를 하는 아이를 지켜보는데, 티베트 아이의 등에 한글이 보인다. 티베트에 사는 아이가 도시도 아닌 작은 마을에서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이 궁금해 아이를 붙잡고 티셔츠에 적힌 한글을 살펴 본다.
‘ 항파 팔우 복식 ‘ 이라 선명하게 적혀 있는 한글. 뜻은 이해 할 수 없지만 확실하게 한글로 적혀 있다. 어디서 이 티를 구입했냐는 질문에 미소로 대답을 하는 티베트 아이. 아이에게 그 티셔츠에 적힌 한글을 이야기 해주고 싶지만 중국어도 영어도 하지 못하는 이 아이에게 말을 건네는 외국인 여행자가 신기할 뿐이다.
한글은 물론 한국이라는 나라도 알지 못하는 티베트 아이. 하지만 이 아이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 적혀 있는 것은 한글이 분명하다. 다른 곳도 아닌 이곳에서 본 한글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가 신기하고, 왠지 모르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입고 있는 티셔츠에 적힌 것이 한글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지만, 대화가 불가능한 티베트 아이. 한마디 한글과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마음에 한국에서 가져온 기념품을 하나 선물로 주고, 아쉬움을 달래며 자전거에 오른다.
언젠가 이 아이가 자유롭게 세상을 여행하게 된다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의 만남을 기억하지 않을까?뿌듯함과 아쉬움을 간직한 체, 오늘의 목적지인 뉴 팅그리로 향해 히말라야 산맥 중간으로 이어진 우정공로를 따라 페달을 힘차게 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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