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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티베트 자전거 여행

자전거 여행 - 티베트 유목민 텐트에 들어가다.

티베트 네팔 자전거 여행 6일차. EBC(초오량마) 관문인 카초라 고개에서 행복을 느끼며, 오늘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우정공로에서 아름다운 고개로 잘 알려진 카초라 고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초오량마와 3개의 고봉을 볼 수 있는 포인트로 순례자들은 물론 여행자들이 꼭 들렸다 가는 곳 중 한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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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올라온 방향에서는 비가 내리지만 카초라 고개 반대 편 초오량마 방향에는 비가 오지 않고 있다. 문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날씨 차이가 있을 수 있을까? 우연이라 하기에는 날씨가 극과 극이다. 천천히 걸어가서 뒤를 돌아보니, 문 사이로 구름이 걸린 고봉의 모습이 마치 하늘로 가는 문으로 보인다.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만 없다면, 사람의 숨소리 조차 들을 수 없는 이곳. 가만히 앉아 주변을 돌아보니 평온 그 자체이다.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푸른 하늘과 뭉개 구름.

꿈만 같은 이곳에 티베트 순례자들은 세상을 행복을 기도하며, 바람에 날리는 불경 룽타를 묶어서 만든 타르쵸를 바람이 잘 부는 곳 한쪽에 걸어 놓고, 바람을 통해 세상에 불경과 그들의 기도를 세상에 실어 보낸다.

 

펄럭이는 기와 달리 오색 룽타로 만들어진 타르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평생 불교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과는 180도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이들은 이 삶을 통해 나보다는 다른 이를 위해 염원하는 삶을 살아간다.

타르쵸를 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나의 어깨를 치고, 한쪽에 위치한 텐트를 가르치며 들어가 보겠냐며 빵상이 제안을 한다. 티베트와 사람을 좋아하는 내 모습에 티베트 유목민 텐트를 구경해 주고 싶다는 빵상의 제안을 거절할 내가 아니다.

 

텐트로 함께 걸어가면서 빵상이 텐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유목민들이 사용하던 이 텐트는 요즘에는 여행자가 가는 길목에서는 다 볼 수 있다, 용도는 달라졌지만, 이동 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빵상의 설명을 들으며, 텐트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좁은 문을 지나 들어가는데 내 머리 때문에 문 앞에 걸려 있던 모자가 떨어졌다. 떨어진 모자를 제 자리에 걸어 놓고 보니, 한 개의 모자와 여러 개의 염주가 한 고리에 함께 걸려 있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염주를 늘 지니고 다니는 티베트인들. 집을 떠나 오랜 시간 이동을 하는 유목민들에게는 염주는 집이 아닌 어디에서 불교의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이동 생활에서 늘 함께 하는 것이다.

입구를 지나자 크지 않은 텐트 내부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크다고 느끼지 못했던 텐트, 놀랍게도 텐트 한가운데 불을 피고, 물을 끊일 수 있는 난로 시설이 되어 있다.

 

티베트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야크 및 동물의 배설물을 말려서 사용하는 티베트인들이지만, 자주 이동을 해야 하는 유목민 텐트 안에서 난로 시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난방시설을 보고 놀라는 나에게 빵상이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과 함께 유목 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 곳을 거점으로 하고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인도 및 네팔, 중국을 통해 들어온 난방 시설을 유목 생활에서도 이용하게 되었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그냥 불을 피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제는 티베트인들도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가정 및 텐트에서도 사용을 하고 있다. ‘

빵상의 말을 들으며, 텐트 구석 구석을 살펴 본다. 바람에 잘 말린 고기와 다양한 종류의 염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머리카락과 어울리지 않는 조리 도구와 중국 상점에서 구입 해온 식 재료 박스.

 

어린아이가 보이는 물건은 다 모와 놓은 것 같이, 텐트 구석 구석 다양한 아이템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집을 떠나 길게는 몇 년 동안 텐트 생활을 해야 하는 유목민. 이들에게는 뭐든지 새로움이고, 수집하고 싶을 만큼 의미가 부여 될 수 있는 물건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한쪽에 누워 주변을 돌아보고 있는 나에게 빵상이 이야기를 꺼낸다. 빵상도 어렸을 때 다른 티베트아이들처럼 유목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형을 따라 몇 년 동안 가축들과 이동을 하며 생활을 했던 그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 이 텐트 내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때와 같은 모습의 텐트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관광지 주변으로만 생활을 하고 있는 티베트 어린이들을 볼 때면 화가 난다는 빵상. 지금까지 함께 여행을 하면서 길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 우리에게 돈이나 먹을 것을 달라며 손을 내밀던 어린 아이들을 꾸짖었던 빵상이 왜 그때 그랬는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텐트를 빠져 나와 대원들에게 가는 길에 타르쵸를 들고 여행자를 기다리는 티베트 여성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울리지 않는 모자와 옷을 입고, 타르쵸를 가득 담고 외국인 여행자를 기다리는 티베트 여성의 뒷 모습에 눈을 뗄 수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언어의 장벽으로 단 한 마디 대화를 나눌 수 없지만, 티베트 여성의 뒷 모습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는 티베트 인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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