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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 네팔 자전거 여행 6일차. EBC(초오량마) 관문인 카초라 고개를 넘어 오늘 목적지인 올드 팅그리로 향한다. 몇 시간 동안 올라온 카초라 고개이지만, 고개 넘어서는 내리막길보다는 평지에 가깝다. 다행이 카초라 고개를 넘어서는 비가 오지 않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페달을 밝아 나간다.
사람은 물론 자동차 한대 찾아볼 수 없는 이 공간. 페달을 밝아나가며, 나만의 시간에 빠진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저 앞에서는 무엇이 있을까? 평범한 고민이 행복해 지는 이 시간. 여행은 나에게 여유와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소박함을 선물해 준다.
도로에서 걸어서 2시간 거리에 떨어진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이 아이들은 2시간을 걸어서 우정공로로 나와 지나가는 자동차며, 사람들을 구경 나왔다고 한다.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신기한 듯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기에 바쁘다.
손등에는 콧물이 묻어 있고, 몇 일 동안 세수를 안 했는지 얼굴을 꼬질 꼬질 하지만, 그 미소만큼은 누구보다 아름답다. 시간이 되었다면 아이들이 살고 싶은 마을에 가보고 싶었지만, 조금씩 어두워지는 이곳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어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로 떠난다.
한국에서부터 비상용 타이어와 펑크 대비 용품을 가져왔지만, 고산에서 자전거를 수리하기에는 쉽지가 않다. 생각했던 것만큼 손이 자유롭지 못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체력적으로 쉽게 지친다. 5분이면 교체가 가능한 타이어지만, 30분이 걸려서야 교체가 완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곳에 그곳도 언제 다가왔는지, 한쪽 바위에 앉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아이를 보는 순간 너무 놀래 나도 모르게 ‘ 깜짝이야 ‘ 소리를 지른다. 아이도 놀랬는지, 살짝 도망가려는 듯 몸을 일으키다가, 눈치를 보며 다시 앉아 아무 말 없이 우리를 지켜본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인기척 없이 우리 주변까지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우리를 지켜보는 아이가 살짝 두렵다. 인사를 건네어도, 안쪽 주머니에 있는 사탕을 주려 해도 어떤 움직임도 없는 아이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내 머리 속에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을 조금씩 뒤 덮고 있는 검은 먹구름이 이 상황을 더욱 두렵게 만든다. 아무리 이야기를 건네보아도 대답하지 않는 녀석, 그 어떤 움직임도 없이 묘한 눈빛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저 아이와,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가리고 있는 먹구름. 이 세가지 상황이 나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긴장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도대체 무엇일까? 여행을 다니면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 목 안쪽으로 칼을 들이밀고 돈을 달라며 협박을 하던 양아치들과 총을 보여주며 돈을 달라는 강도와의 만남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이 두려움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과잉반응일 수 있겠지만, 나뿐만이 아닌 모든 대원들이 함께 느낀 이 두려움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오늘의 목적지인 올드 팅그리에 도착을 하였지만, 그 아이의 눈빛이 계속 기억나 쉽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느낌. 무슨 느낌인지, 나의 과잉반응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느낀 그 시간의 두려움은 오랜 시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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