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여행 후기/티베트 자전거 여행

자전거 여행 - 티베트에서 느낀 알 수 없는 두려움


티베트 – 네팔 자전거 여행 6일차. EBC(초오량마) 관문인 카초라 고개를 넘어 오늘 목적지인 올드 팅그리로 향한다. 몇 시간 동안 올라온 카초라 고개이지만, 고개 넘어서는 내리막길보다는 평지에 가깝다. 다행이 카초라 고개를 넘어서는 비가 오지 않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페달을 밝아 나간다.

 글 간편하게 구독하세요.  

         


해발 5,000m 이상의 고지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저 앞쪽으로 고산들이 즐비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끝이라도 보이면 좋으련만 오늘의 목적지는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이 도로가 얄밉기까지도 하다. 루트상으로는 더 이상의 고개가 없는 일정인데, 저 앞 고봉들을 보니 살짝 긴장이 된다.

사람은 물론 자동차 한대 찾아볼 수 없는 이 공간. 페달을 밝아나가며, 나만의 시간에 빠진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저 앞에서는 무엇이 있을까? 평범한 고민이 행복해 지는 이 시간. 여행은 나에게 여유와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소박함을 선물해 준다.

건물 조차 찾아 볼 수 없는 도로 한가운데,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밝아 나가는 우리를 보고 도로 한쪽으로 티베트 꼬마 3명이 인사를 건네며 다가온다. 얼굴 가득 장난끼가 묻어 있는 세 명의 티베트 아이들. 낯선 이들의 방문에 호기심에 우리에게 달려왔지만, 막상 다가와 말을 건네지 못하고,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의 미소가 너무나 아름답다.

도로에서 걸어서 2시간 거리에 떨어진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이 아이들은 2시간을 걸어서 우정공로로 나와 지나가는 자동차며, 사람들을 구경 나왔다고 한다.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신기한 듯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기에 바쁘다.

세 아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이 아이. 수줍은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웠던 요 녀석이 지나가는 자전거를 발견하고, 가까이 가보자며 제안을 했다고 한다. 부끄러운 듯 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 계속 웃기만 한 요 녀석.

손등에는 콧물이 묻어 있고, 몇 일 동안 세수를 안 했는지 얼굴을 꼬질 꼬질 하지만, 그 미소만큼은 누구보다 아름답다. 시간이 되었다면 아이들이 살고 싶은 마을에 가보고 싶었지만, 조금씩 어두워지는 이곳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어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로 떠난다.

아쉬운 만남을 뒤로 하고, 오늘의 목적지 올드 팅그리로 가는 길. 너무나 고요한 이곳이 조금은 어색하지만, 이 길 위에서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 느껴진다. 글로는 형언할 수 없는 이 느낌. 마치 엄마 품속에서 잠을 자던 어린 시절처럼 편안하고, 행복 바이러스가 넘쳐난다.

도로 한쪽으로 대장님이 자전거 바퀴를 빼고 고전을 하고 있다. 라싸를 출발 할 때부터 수시로 펑크가 났던 자전거가 오늘은 간단하게 수리가 가능한 펑크가 아닌, 타이어 고무를 교체해야 할 정도로 타이어가 거덜이 난 것 이다.

한국에서부터 비상용 타이어와 펑크 대비 용품을 가져왔지만, 고산에서 자전거를 수리하기에는 쉽지가 않다. 생각했던 것만큼 손이 자유롭지 못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체력적으로 쉽게 지친다. 5분이면 교체가 가능한 타이어지만, 30분이 걸려서야 교체가 완료 되었다.

자전거 타이어를 수리하고, 다시 출발을 하려는데 도로 한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한쪽 바위에 앉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티베트 꼬마 아이가 시선에 들어온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곳에 그곳도 언제 다가왔는지, 한쪽 바위에 앉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아이를 보는 순간 너무 놀래 나도 모르게 깜짝이야 소리를 지른다. 아이도 놀랬는지, 살짝 도망가려는 듯 몸을 일으키다가, 눈치를 보며 다시 앉아 아무 말 없이 우리를 지켜본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인기척 없이 우리 주변까지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우리를 지켜보는 아이가 살짝 두렵다. 인사를 건네어도, 안쪽 주머니에 있는 사탕을 주려 해도 어떤 움직임도 없는 아이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려 해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살짝 두려움이 앞선다. 내가 살던 곳과 다른 이곳에서 내가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것을 만나고,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영화 속에서 보았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내 머리 속에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을 조금씩 뒤 덮고 있는 검은 먹구름이 이 상황을 더욱 두렵게 만든다. 아무리 이야기를 건네보아도 대답하지 않는 녀석, 그 어떤 움직임도 없이 묘한 눈빛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저 아이와,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가리고 있는 먹구름. 이 세가지 상황이 나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긴장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아이와 한마디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그 자리를 피하기로 하고,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앞으로 달려 나가는 길.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고 싶지만, 그 아이의 눈빛이 떠올라 고개를 돌릴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일까? 여행을 다니면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 목 안쪽으로 칼을 들이밀고 돈을 달라며 협박을 하던 양아치들과 총을 보여주며 돈을 달라는 강도와의 만남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이 두려움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과잉반응일 수 있겠지만, 나뿐만이 아닌 모든 대원들이 함께 느낀 이 두려움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오늘의 목적지인 올드 팅그리에 도착을 하였지만, 그 아이의 눈빛이 계속 기억나 쉽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느낌. 무슨 느낌인지, 나의 과잉반응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느낀 그 시간의 두려움은 오랜 시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배낭돌이 여행기 포스팅은 계속 됩니다. 본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하단의 추천 버튼을 거침없이 눌러주세요. 다음 사용자는 이곳을 클릭하시면 다음뷰에서 편하게 받아 보실 수 있으며, 네이버 사용자는 이곳을 클릭하시면 오픈캐스트를 통해 네이버 메인에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