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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티베트 자전거 여행

자전거 여행 - 라체 도착. 티베트 수박을 맛보다.

 

티베트 - 네팔 자전거 여행 5일차. 우연히 만난 티베트 아주머님께 소중한 비상식량 야크 육포를 선물 받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라체를 행해 또 한번 자전거에 오른다.

아주머니 말로는 그렇게 멀지 않다고 하지만, 거리 기준이 다른 티베트아줌마의 말을 믿고 무리한 라이딩을 한다면, 도착도 하기 전에 도로 위에서 뻗어 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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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며 라체로 가는 길. 다행이 평지가 계속 이어진다, 주변으로 보이는 히말라야 산맥과, 도로 주변으로 노란 꽃이 가득 피어 우리를 반겨준다. 1년 내내 일교차가 심한 이곳 티베트지역에서 작은 야생화를 제외하고, 많은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는 것은 거의 드문 일이다.

 

1년에 길어야 3개월 정도, 산맥 사이 따듯한 공기가 많이 머무는 곳에서는 노란 꽃밭을 볼 수 있다. 히말라야 산맥을 배경 삼아 녹색 풀들과 노란 꽃들이 어우러진 이 곳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 라체로 향한다.

경적소리는 물론 사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우정공로 위. 자전거 안장 위에서 수 많은 행복한 추억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친구들과 함께 술집으로 달려가 우리의 자유를 외치던 그날.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평생을 함께 하자며 이야기를 꺼내었던 그날.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웠던, 행복했던 그때의 생각으로 웃음을 지으며, 페달을 밝은지 2시간. 저 앞에 라체 입구라는 표시가 눈에 띈다. 우정공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는 라체. 간판이 있어 뒤에 오는 대원들이 찾아오는데 문제는 없지만. 혹시나 길이 헛갈리는 막기 위해 이곳에서 후발대를 기다리기로 한다.

우정공로와 라체가 갈라지는 길 한쪽에 수박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아주머니들이 눈에 띈다. 다가가서 물어보니, 티베트에서 재배한 수박이라고 한다. 티베트는 고산지역이라 대부분의 과일과 야채들이 성도 또는 꺼얼무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끝까지 티베트에서 재배한 수박이라 우긴다.

 

남쵸호수를 다녀올 적에 맛 보았던 수박이지만, 티베트에서 재배한 수박이라 우기는 아주머니의 주장에 믿음은 가지 않지만, 맛보기로 하고 흥정에 들어간다. 티베트 지역에서는 뭐든지 무게를 달아 계산을 한다. 여러 개의 수박 중 적당한 크기를 골라 무게를 달아보고, 가격을 흥정하는 방식. 몇 개의 수박의 무게를 재어보고 적당한 사이즈의 수박을 2개에 50위안에 구입한다.

구입한 수박을 봉지 위에 올려 놓고 칼을 빌려 수박을 가른다. 티베트 수박은 고산에서 재배한 만큼 뭔가 다르지 않을까? 정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 흔히 먹던 수박과 동일하게 내부는 빨갛고 수박씨가 골고루 퍼져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먹는 수박은 큰 의미가 있다. 물조차 귀한 이곳에서 수박은 비타민은 물론 많은 수분을 얻는데 부족함이 없다. 조금 심심한 맛이지만, 아삭한 씹는 맛이 훌륭하다. 티베트에서 재배한 수박이라 끝까지 주장하는 아주머니. 이 수박이 중국 도시에서 온 건지, 티베트에서 재배한 수박인지 알 수 없지만, 힘든 길을 온 우리에게는 그 어떤 수박보다 최고의 수박으로 기억 될 것이다.

뒤 늦게 도착한 대원들과 함께 오늘의 목적지 라체로 입성. 우정공로에서 안쪽으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곳 라체는 서티벳으로 갈라지는 길목에 위치한 교통도시이다. 라싸와 네팔을 오가는 차량들은 물론 서티벳으로 가는 차량들이 쉬어 가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상권이 생겨났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좁은 이곳이지만, 우체국은 물론 은행과, 숙박시설까지 준비되어 있다. 가장 먼저 숙박을 정하기로 하고, 한쪽에 자전거를 세우고, 주변 숙박 시설을 돌아본다.

숙박 시설을 돌아보다가 발견한 재래시장. 그렇게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야채는 물론 과일까지 판매하고 있는 재래시장을 발견하였다. 시가체를 벗어나면서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시장까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야채와 채소, 과일이지만, 고산 지역인 티베트에서는 그렇지가 못하다. 대부분을 2일 이상 트럭으로 가져와 티베트 지역에 유통이 되고, 보관 시설이 없어 판매하는 상인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생각보다 신성한 야채와 과일들을 보니 오늘 저녁 식사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재래시장을 빠져 나와 라체에서 가장 크다는 호텔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작년 이곳을 지날 때 공사 중이었던 라체에서 유일한 4성급 호텔이 오픈을 하였다는 소식에 찾아가 보았지만, 이용자가 없어 문을 닫은 상태라고 한다.

 

몇 일 동안 샤워를 하지 못해 큰 도시인만큼 이곳에서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라체 호텔 중에는 온수 목욕이 가능한 곳을 찾아볼 수 없다. 이때 다른 방향으로 방을 알아보러 갔던 가이드 빵상이 다가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숙박을 찾았다며, 나를 이끈다.

라체 입구에 위치한 LHA TSE TIBETAN FARMER'S HOTEL. 사실상 티베트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이지만, 호텔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는 숙박 시설이다. 들어가서 살펴보니, 기존 게스트하우스 건물 안쪽으로 현대식 건물을 지어 놓은 것.

 

내부로 들어가 보니, 시설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샤워시설과 욕조을 보는 순간 절로 흘러나오는 탄성. 오늘은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마음이 행복해진다. 매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발전기를 이용해 뜨거운 물을 틀어준다는 주인의 말에 이곳으로 결정하기로 하고, 가격 흥정을 시작한다.

 

라체에서 유일하게 뜨거운 물 샤워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절실히 이곳에서 자고 싶어하는 우리 마음을 아는지 주변 시세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 평소 같으면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문을 박차고 나와 다른 곳으로 가겠지만, 내가 절실한 만큼 불리한 조건으로 흥정이 시작 된다. 20위안이면 잘 수 있는 숙박 시설을 150위안에 자라는 주인장의 의견에 말도 안 된다며, 5개에 400위안에 해결하려는 우리와의 밀고 당기기. 30분 동안 설득을 하여도, 배째라 나오는 주인을 꺾을 수 없어, 내일 오전에도 뜨거운 물을 공급받기로 하고, 협상을 끝낸다.  

방 한쪽에 짐을 던져놓고, 재래시장으로 달려가 오늘 저녁 찬거리를 구입하기로 하였다.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야채가 보였었는데, 그새 물건이 많이 나갔는지, 물건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한쪽 나무 상자에 올려 놓은 양배추 한 통을 들고 가격을 물어보니, 무게를 달아보더니 20위안이라고 한다. 지역이 지역인만큼 저렴하지는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30여분을 돌아다녀, 15위안 양배추 한 통을 구입해 숙소로 돌아와 취사도구를 꺼내놓고, 오늘의 저녁을 준비한다.

오늘 메뉴는 양배추와 햄 그리고 고추장을 넣은 양배추 스프. 일단 양배추를 잘라서 열에 볶고, 햄과 고추장을 넣고, 골고루 익힌 다음 적당한 물을 부어 조리기만 하면 끝.

양배추의 단맛과 햄에서 나온 기름기, 그리고 고추장의 맛이 더해진 양배추 스프에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을 데워 양배추 스프와 함께 먹으니 부족한 없는 저녁 식단이다. 오랜만에 보는 양배추가 어찌나 맛있던지, 평소 햄만을 골라먹던 나의 식습관이 양배추만 골라 먹으며,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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