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 네팔 자전거 여행 5일차. 초라 패스를 넘어 오늘의 목적지인 라체로 가는 길. 초라 패스에서부터 아래로 아래로 이어지는 내리막 길. 오를 때는 힘든 고개이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해발 4,300m까지 단숨에 내려왔다.
바람이 어찌나 차가운지, 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귀마개를 할 정도로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 제법 속도가 나오지만, 앞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으로 절로 브레이크를 잡게 된다. 글 간편하게 구독하세요.
내리막으로 내려 오는 길. 끝이 없이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라왔음을 알게 해준다. 지금의 내리막길이 어디까지 이어져있을까? 도로 한쪽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야 할 길을 살펴본다.
마을이 있기는 한 걸까? 높은 곳에서 바라봐도 마을은커녕 벽돌 건물 하나 찾아볼 수 없다. 내리막길을 내려 갔을 때 오늘의 도착지인 라체가 나오면 좋겠는데...
빠르게 내려 가는 내리막길은 생각했던 나의 바램과는 달리 그리 길지 가지 않았다. 3시간을 올랐던 초라 패스를 단 5분만에 내려오다니, 브레이크를 잡지 않았다면 2분 정도면 내려 올 수 있을 정도로 나의 행복은 그리 길지 가지 못했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 간이 버스 정류장에 티베트 아주머니들이 여럿 모여있다. 여행자가 이런 곳에서 만나는 인연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자전거를 한쪽에 세우고, 아주머니 주변에 앉아 인사를 건넨다.
높은 곳에서 바라봐도 마을 하나 없던 이곳. 우정공로 도로에서 서쪽으로 약 16km 정도 가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고 한다. 자동차 하나 없는 이 곳에서 3시간이 넘게 걸어와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신다는 아주머니들.
크지 않은 작은 마을이라 여행자는 물론 지나다니는 차량조차 없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3시간 이상을 걸어 이곳 우정공로로 나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거나,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주변 도시로 가야 한다고 한다.
라싸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말에, 말도 안 된다며 미소로 인사를 건네어 주는 티베트 아주머니들. 꾹 잡고 계시던 봉지를 푸시더니, 안쪽에서 검은 천으로 된 장바구니를 꺼내 묶어 두었던 끈을 푼다.
야크 육포. 꽁꽁 묶어 두었던 장바구니 안에는 집에서 말린 야크 육포가 들어 있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시장 가는 길에 배가 고프면 먹으려고 가져온 야크 육포. 야크 육포 한 덩어리를 칼로 잘라 자전거 여행길에 배고픔을 달래라며 잘린 육포를 건네어준다.
티베트 인들에게는 동물이기보다는 삶의 동반자로 늘 함께 생활을 하는 야크. 우유는 물론 털과 가죽 그리고, 고기와 일을 할 때 도움을 주는 야크는 티베트인들에게 너무 소중한 동반자이다.
우리나라 소와 달리 야크는 집 주변에만 있어도, 야생 동물들의 접근은 막을 수 있다. 또한 야크의 배설물을 잘 말려 집 주변에 쌓아 놓고, 겨울이면 땔감으로 사용해 집 내부를 따듯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뜨거운 물과 차를 마실 수 있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티베트인들이지만 함께 생활하면 야크가 죽으면, 늘 볼 수 있는 집 한쪽에 걸어놓고, 히말라야 산맥에서 잘 불어오는 바람에 잘 건조 시켜, 먼 길을 가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 조금씩 잘라 에너지를 보충한다.
요즘에야 야크 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야크를 방목하고, 고기를 팔거나, 욱포를 만들어 팔지만, 도시를 제외한 작은 마을 사람들은 판매용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 함께 생활을 한다.
이러한 시골 사람들에게 야크 육포는 단순히 음식이 아닌, 함께 생활을 했던 야크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기억할 수 있는 음식으로, 가족과 주변 이웃을 제외하고는 잘 주지 않는다고 한다. 많지 않은 량이지만, 마을을 떠날 때면 늘 챙기고 집을 나서는 야크 육포. 많지 않은 량이지만, 이 아주머니에게는 시장을 다녀 오는데 부족함이 없는 비상식량이다.
한국에서 먹는 육포와는 달리 씹는 맛이 거칠고, 특유의 야크 향이 배어 있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고소하지만, 씹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수분기가 없어 몇 번 씹고는 바로 삼켜야 한다. 기름기가 그대로 말려있어, 일부 부위는 느끼하긴 하지만, 씹는 맛이 고소해 계속 먹게 된다.
맛을 보고 웃으며, 맛있다며 손짓하는 우리가 보기 좋았는지, 오늘 하루 비상용으로 가져온 야크 육포 중 가장 큰 덩어리를 골라 우리에게 선물이라며 건네어 준다. 아주머니에게는 소중한 야크 유포인 것을 알고 거절하려 했지만, 고소한 육포 맛이 기억으로 거절 할 수 없다.
아주머니가 선물로 주신 야크 육포를 가방 안쪽에 넣어놓고, 그냥 갈 수 업어 감사하는 마음에 차비라도 드릴 겸 약간의 돈을 건네었지만, 끝까지 돈을 사절하시는 아주머니는 가는 길 조심히 가라며, 미소로 인사를 전할 뿐이다.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하면서 몇 번이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아주머니들.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으로 소중한 야크 육포까지도 선물을 받고, 오랜 시간 기억하게 될 또 하나의 추억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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