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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티베트 자전거 여행

자전거 여행 - 오늘 저녁은 양 한 마리 입니다.

티베트 - 네팔 자전거 여행 4일차. 예상 시간보다 약 3시간 정도는 빠르게 오늘 목적지에 도착 하였다. 마을이 형성이 되어 있지만, 외지인들은 오지 않는 이곳에서 마땅하게 식당은 물론 카페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묻을 닫았던 식당 2층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쉬었다 가기로 한 우리는 2층 작은 공터에서 티베트식 게임을 즐기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오늘 저녁식사는 뭐가 좋을까?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시원한 맥주도 한잔 하고 싶지만, 지역 특성상 시원한 맥주는커녕, 맛있는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 마을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녁에 먹을 음식도 구매할 겸, 마을 산책을 시작하였다. PM 7 : 20. 다른 곳이었다면, 이 시간이면 해가 지거나, 붉게 물드는 해로 인해 점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시간이지만, 하루가 긴 티베트에서는 뜨거운 빛으로 그늘 밑에서 빛을 피해 생활을 해야 한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무척이나 작은 마을. 라싸와 네팔을 연결하는 우정공로 중간에 위치한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걸어서 5분이면 다 돌아볼 정도로 몇 건물들이 전부인 이곳. 열려있는 상점이라고는 중국에서 가져온 옷과, 약간의 식 재료를 파는 작은 상점 두 곳이 전부이다.


작은 상점을 둘러보는데, 가이드 빵상이 손가락을 가르치며, 오늘 저녁은 고기를 먹자고 한다. 상점 한쪽에 걸려 있는 정체 모르는 고기 덩어리. 무슨 종류라는 질문에 티베트 고원에서 자라는 산양이라고 대답한다.

티베트 바람과 햇살로 겉은 말랐지만, 속은 생고기 그대로라며 설명을 하는 빵상. 가격을 물어보니,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겠다고 한다. 다른 마을에 살고 있는 티베트인이 산양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이 가게에 판매 대행을 부탁한 것이다.

통화를 끝낸 상점 주인이 흥정을 하려는지 어처구니 없는 가격을 제시한다. 다른 중국 도시는 물론 티베트 물가로 보면 300위안이면 충분한 산양. 주인의 어이없는 가격에 웃으며, 내가 생각한 가격에 50위안을 더 올린 350위안을 건네어주니, 자신이 부른 흥정 가격은 생각도 안하고, 고맙다며 산양을 내려주는 주인이 정겹다.


숙소로 돌아와 1층 식당에서 작은 칼을 빌리고, 본격적인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우선 노출이 되어 위생적으로 좋지 않은 껍질을 벗겨내고, 안쪽 고기는 부위별로 구별을 해, 부위별 특선 음식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평소에도 요리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쉬울 것 같았던 손질이,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만은 않다. 중국에서 흔히 쓰는 도끼 칼로 뼈와 뼈 사이를 잘라내고, 작은칼로 고기를 발라, 뼈는 육수용으로, 고기는 부위별로 꼬치와 수육을 계획하였다.


뼈를 분리하고, 부드러운 부위는 따로 모와, 식당에서 구입해 온 꼬치에 꿰어 산양꼬치를 준비한다. 뻑뻑한 살보다는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은 부위를 큰 칼로 잘라내고, 그 고기를 꼬치용으로 잘라내고 꼬치에 맞도록 적당한 량을 꼽는다.


적당한 크기로 꼽아 만든 꼬치는 버스 기사 아저씨가 빌려온 작은 화덕 위에 급조해서 만든 틀 위에 올려 앞과 뒤를 돌려가며 잘 익힌다.

양고기와는 달리 기름기가 많이 떨어지지 않은 산양. 연탄불에 직화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 다며 연탄불 위에 소금(?)을 뿌려주는 기사 아저씨. 고기도 먹지 않는 티베트인이 추천해준 방법이라 살짝 이상했지만, 그래도 소금을 뿌리고 나니 연기도 적게 나고, 좋다.


가슴살과, 다리 그리고 살이 많이 붙어 있는 갈비는 수육으로 해 먹기로 하고, 1층 주방에서 조리를 시작한다. 주방 가스 사용료 50위안을 지불하고, 라싸에서 가져온 압력밥솥에 수육용 고기와 물을 넣고 끊이기 시작한다.

마침 창 앞으로 간장으로 보이는 3개의 소스가 보여, 냄새를 맡아보고, 닫았던 밥솥을 열어, 소스를 마구 부어 넣는다. 무슨 소스인지, 어떤 맛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 원하는 고기 맛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떠한가? 이것도 여행의 추억이자 또 하나의 매력인 것을


1시간 정도 산양꼬치로 배를 채우고,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며, 지금까지 오면서 보았던 티베트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캄바라고개, 비가 내려 고생했던 나가체, 첫날 숙소에서 우리와 함께 밥을 먹었던 티베트 아이들까지, 자전거 여행 4일차 치고는 즐거운 추억은 물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준비했던 산양꼬치가 다 끝날 때쯤, 1층에서 우리를 부른다. 달려가 내려보니, 약 1시간을 끊인 녀석이 기압에 참다 못해, 뚜껑이 터져버린 것이다. 다행이 국물은 물론 고기가 안전한 상태. 칼로 살짝 잘라보니, 간도 적당하고, 안쪽까지 잘 익은 수육이 맛 또한 좋다.


라싸에서 가져온 도마 위에 고기 부위를 올려 놓고, 먹기 좋도록 칼로 잘라 나간다. 다 자르기도 전에 바로 바로 없어지는 고기 조각. 옆에서 구경만 하던 대원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잘라지면 바로 가져가 산양 수육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즐긴다.

다리는 물론 가슴살에, 갈비 부위까지, 우리 10명이 먹어도 부족함이 없는거라 예상했던 산양 한 리가 금세 사라져갔다.


산양 한 마리 저녁 식사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연탄불에 구워 먹는 갈비살 구이. 처음에 먹었던 산양 꼬치와는 달리 근육과 뼈 옆으로 살짝 붙어 있는 고기살이, 무척이나 먹음직스럽다.

연탄불에 조금씩 이어가는 갈비살. 기름과 고기가 적당하게 붙어있어서 다른 메뉴에 비해 더욱 먹음직스럽다. 연탄불 위에서 10여분을 구워야 하는 갈비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다른 메뉴에 비해 씹는 맛을 물론 맛 또한 좋다.

인천을 출발하여 티베트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지, 10일째. 오늘의 저녁식사로, 부족했던 에너지를 채우고, 힘든 일정 속에서 다 함께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티베트 자전거 여행. 티베트 여행이 끝나기 전에 꼭 야크 고기로 저녁 을 먹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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