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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여행 후기/동남아 3개국 배낭여행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이슬람교 모슬렘 축제 Haji.

인도네시아에서 족자카르타에서 만난 이슬람교 최고 축제 Haji(하지).


이슬람교 모슬렘(Moslem - 이슬람교도) 최고 축제 HAJI, 모슬렘은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이슬람 성지를 순례하는 것을 업으로 생각한다, 1년 중 순례의 최고점은 바로 10월 26일(이슬람력). 이날은 사우디아라비아 성지는 물론 이슬람권 국가 대부분 모슬렘들은 가까운 사원을 순례하며 순례자의 축제 HAJI를 맞이한다.

수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인도네시아. 여행자에게 가장 잘 알려진 발리를 제외하고는 인구 90%가 이슬람을 믿는 동아시아 대표 이슬람 국가인데, 우연히 이슬람 최고 축제가 열리는 10월 26일 인도네이사 족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HAJI 축제를 만났다.

인도네시아 HAJI 축제는 늦은 밤부터 시작되었다. 호텔 부근 사원을 중심으로 이슬람교 방송이 시작으로 사원 주변을 가득 애워싼 모슬렘들의 기도 소리로 가득했다. 아침이 될 때까지 계속된 그들의 기도 소리. 밤 세 들려오는 묘한 기도 소리로 잠을 설쳤지만, HAJI 축제 현장을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와 족자카르타 시내로 향했다.

마을을 돌고 돌아 술탄의 궁정 크라톤에 모인 군인들.

족자카르타의 중심지 말리오보로 거리(Malioboro street). 트렌스 욕자카르타에서 만난 모슬렘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데로 HAJI 축제 현장을 볼 수 있는 술탄의 궁정 크라톤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슬람교에는 종교적 최고 권위자인 칼리프는 지배자의 칭호로 술탄[Sultan] 을 내리는 데, 오래전 이곳 족자카르타를 지배하던 하멩쿠보노 왕가가 술탄 칭호를 받게 되면서 크라톤은 술탄의 궁전으로 불리게 되었다. [현재는 욕야카르타 특별지구의 지사이기도 한 하멩쿠보노 9세가 거주하고 있다.]

축제가 한창인지 많은 인파가 모인 크라톤 궁정 앞. 얼마 지나지 않아 악기 소리가 들리고 옛 군인 복장을 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크고 잘생긴 말과 깃발을 앞세워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이슬람교가 대부분인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술탄 칭호를 받은 하멩쿠보노 왕가. 그것을 입증하듯 이슬람 최고 축제일인 HAJI 날에는 많은 순례자가 족자카르타를 방문하는데, 하멩쿠보노 왕은 순례자의 안전을 위해 이슬람 사원은 물론 마을 곳곳에 배치했다고 한다. HAJI 축제가 시작된 어젯밤 부터 마을 구석구석을 행진한 옛 술탄 왕국의 병사들과 먼 곳에서부터 술탄을 찾아온 병사들. 해가 뜨는 시간이 되어서야 왕궁에 입국하여 술탄을 만나고 궁을 지킨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특별지구의 지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 때는 족자카르타와 인도네시아 이슬람교와 모슬렘을 이끈 술탄 왕국. 하멩쿠보노 왕가의 이야기는 과거형이 되었지만, 인도네시아 모슬렘에게는 술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크라톤 궁정에서의 병사 행렬을 보고 있을 때쯤 어제 밤새 들리던 이슬람 사원 방송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의 방향을 따라 도착한 이슬람 사원. 축제 당일임에도 기도를 하는 모슬렘이 보이지 않아 주변 모슬렘에게 물어보니 축제의 마지막 날 의식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가 진행 중이라며 방향을 알려주었다.

동물을 잡아 제물을 바치는 희생제(이드 알 아드하).

하지 축제의 마지막 의식이자 동물을 잡아 제물을 바치는 의식 희생제(이드 알 아드하). 하지 축제의 끝이자 희생제의 첫날인 오늘은 양이나 소 등을 잡아 제물을 바치고 어려운 이웃과 나눔을 하는 날이다.

이슬람 사원이 바로 옆에 있어 일찍 희생제를 시작했는지, 이미 많은 소가 바닥에 누워 있다.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듯 바닥에는 검게 굳은 소피로 가득했고, 사람들 사이 사이로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손질하는 아낙네들로 가득했다.

또 다른 소를 잡는지 분주한 남성들. 가까이 다가가 상황을 살피니 끈에 묶인 지친 소 한 마리가 바닥에 누워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이미 곧 득이 닥칠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 눈을 질끔 감고 있는 소의 표정. 그 표정을 본 나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전할 수 없었다. 시간이 되었는지 손으로 소의 눈을 가리는 한 남성. 바닥에 눕히고 소의 목을 뒤로 젖히고는 소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소의 얼굴을 한 번 감싸 맞지며 희생제를 시작했다.

표현할 수 없는 느낌. 알 수 없는 고민.

희생제의 과정은 놀라웠다. 아니 무서웠다. 몇 해 전 힌두교 축제에서 닭과 양 등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덩치가 인간보다 더 큰 소를 여러 명의 남성들이 붙잡고 살아 있는 체로 목을 자르는 모습에 카메라 셔터는 누르고 있었지만, 눈을 질끔 감았다.

시작 된 지 5분도 되지 않아 희생제는 끝이 났다. 하지만 차가운 바닥에 누워 피를 흘리며 심장의 떨림이 겉으로 보일 정도로 뛰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카메라로 담고 있었으니……. 소의 눈에 비추어진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정도 없는 차가운 인간 악마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희생제가 열리는 장소를 빠져나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길을 걸으며 생각에 빠졌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는지 고통 속에서도 조용히 생을 마감한 소의 표정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그리고 알 수 없는 나의 가슴을 누르는 묘한 감정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 고민의 끝에서 나는 아무 해답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맞이한 이슬람 최고 축제인 하지 축제는 끝이 났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순간까지도 그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 여행 팁 및 자료는 오른쪽 메뉴 인도네시아 여행 정보 코너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