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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여행 후기/동남아 3개국 배낭여행

인도네시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여장남자.

성 정체성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인도네시아 여장남자 와리아(waria).


200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대학 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대한민국을 온통 뒤집어 놓은 핫 이슈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트렌스젠더 하리수 씨의 연예계 진출.  트렌스젠더라는 소재 자체만으로 논란의 여지가 충분했기에 출범 전부터는 물론 첫 방송 이후 큰 후폭풍을 불러왔다.

나 역시 무척 충격이었다. 성전환 수술을 한 하리수 씨가 공개 방송에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대중에게 자신을 당당히 내세우는 하리수 씨의 용기와 자신감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방송 진출에 성공한 하리수씨는 당당히 연예인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국내가 아닌 국외 여행을 시작하면서 하리수씨의 선택은 한국에서는 충격적이었지만, 세상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일이다.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3개국 배낭여행을 시작하면서 인도네시아 첫 도시인 자카르타에 도착하였다. 도심을 연결하는 트랜스 자카르타(버스)를 이용해 명소를 돌아보던 중 함께 간 일행이 조금 이상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 저 사람 남자 같은데, 한 번 봐봐. '
' 네, 남자 맞네요, 목젖도 있고 콧수염까지 있는 걸요. '
' 저 사람이 미쳤나? 왜 여자 옷을 입고 있대. ' 

버스 한쪽에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싣고서 앉아 있는 여장남자. 입고 있는 옷을 봐서는 여자가 분명하지만 아무리 봐도 얼굴 생김세는 남자 같아 나에게 물어봤고, 남자임을 안 일행은 여장을 한 인도네시아 남성을 향해 적지 않은 불만(이해가 되지 않는다는)을 토했다.

자카르타를 벗어나 다른 도시로 가서도 일행의 불만은 계속되었다. 이유인즉 기차역은 물론 도심, 심지어 관광지에서도 여장한 남성들을 자주 보았기에,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일행은 언제나 그렇듯 한바탕 쓴소리를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야기하는 일행. 결국, 버스에서 만난 터번(이슬람교도가 머리에 둘러감은 천) 모자를 쓴 아주머니에게 이유를 물었고, 아주머니는 그들이 누구이며, 왜 여장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주었다.

' 여장남자예요. 인도네시아에서는 벤쫑(bencong) 또는 와리아(waria) 라고 하지요 '
'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인데 괜찮나요? '
' 인식은 안 좋지만 괜찮아요우리와 조금 다를 뿐 그들의 삶이니까. 그리고 그들이 선택….'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일행은 더는 불만을 토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갈 무렵 함께 온 나에게 이야기했다. 자신이 만든 기준(규정 짓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이해하려 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인도네시아를 떠나는 날. 공항에서 다시 여장남성을 한 와리아(waria)를 만났다. 인도네시아를 떠나 싱가포르로 간다는 말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 와리아(waria). 처음 그들의 모습에 불만을 토하며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았던 일행 역시 함께 손을 흔들며 서로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했다.

배낭돌이 덧붙이는 글) 표정마저도 자유롭지 못한 현대사회에서 와리아(waria)는 다른 이들의 눈 여김보다는 자신의 삶 그 자체를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평범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숨겨야 하는 현대인과는 달리 자기 자신과 본능 그리고 여성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표출하는 자신의 삶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여튼 정확한 것은 비록 다수가 그들을 손가락 할지라도 그들은 누구보다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용감한) 사람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