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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여행 후기/서티벳 오프로드 여행

어둠이 뒤덮은 오지에서 멈춰버린 자동차.

 

비상식량도 없이 티베트 오지에서 낙오되다.


카일라스를 출발하여 여행의 종착지인 네팔로 가는 길. 이름도 없는 작은 티베트 마을에 들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운다. 이곳에서 네팔까지 거리는 약 350km. 거리상으로는 5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지만, 도로 대부분이 비포장이고 무엇보다 중국 군대의 도로공사로 인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어,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티베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티베트 기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자동차의 연료이다. 도로 주변 약 200km 지점마다 간이 주유소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비포장인 서티베트에서는 기름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 한쪽에 비상 연료를 반드시 챙기고 다닌다.

마침 작은 마을 한쪽에 간이 주유소가 있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연료를 넣기로 하고 정차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주유소와는 다른 형태. 건물 한쪽에 연료통을 높은 곳에 올려놓고 자동차를 바짝 부쳐혀 호수로 자동차에 연료를 채운다. 조금 허술해 보이긴 해도 전기는 물론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곳 오지에서 여행자의 발이 되어주는 자동차의 연료를 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전한다.


연료를 가득 채우고 네팔로 가는 길. 방금까지만 해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째던 무더운 날씨가 어느새 먹구름으로 뒤 덮여 비를 뿌리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강수량이 많지 않지만 7~9월에는 하루에 2~3번 비를 뿌리는 티베트. 저 멀리 내리는 비로 봐서는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비로 인해 조금씩 떨어지는 기온. 하지만 연료를 가득 채운 자동차 안에서 있었던 터라 별 생각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짙은 먹구름을 뚫고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곱 가지 빛깔 무지개. 집으로 향하는 여행자에게 살짝 얼굴을 비친 무지개를 보며 이번 여행의 아쉬움을 정리하며 수첩을 꺼내 나의 마음을 기록한다.

'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서 티베트. 내 하늘 아래 자연의 품에서 무거운 나의 번뇌를 내려놓고 떠나네 '


한참을 잘 달리던 자동차가 조금씩 힘을 잃더니 이내 멈추어 버렸다. 자동차 구석구석을 살피는 티베트 기사 아저씨.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동차 안과 밖을 오간다.

' 왜 그런 거여요? '

' 자동차가 고물이라 그렇지. 시동이 다시 걸릴까 모르겠네! '


군대 시절 장갑차 조정과 정비를 했던 나인 지리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가까이 다가가 엔진 주변을 살핀다. 얼핏 보와도 꽤 오래 되어 보이는 엔진. 군 시절 30년이 되었다는 장갑차보다 내부가 더 좋지 않다.

케이스(덮개)를 잃어버린 배터리와 '정말 이차를 타고 이곳까지 왔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되어 보이는 기계 장치. 수리 방법을 아는지 모르는지 티베트 기사 아저씨가 공구를 이용해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닌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배터랑 기사 아저씨의 모습을 믿고 기다린지 5시간. 머리 위 해는 어느새 지고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서티베트 출발 전 상점을 찾지 못해 간식꺼리도 없는 상황. 배는 고파오고 기온은 떨어지고, 무엇보다 우리 외에는 인기척도 없는 이곳이 조금씩 나를 두렵게 만든다.

'안되겠다. 이렇게 있을 수 없으니 끌고라도 가자.'

다른 차량의 기사가 여행자들의 두려운 눈빛을 눈치채고 차량을 견인하기로 하고 서둘러 케이블을 설치한다. 포장 도로가 아닌 비 포장도로에서의 견인. 얼마가지 못하겠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페달을 밝는다.


터질듯한 엔진 소리에 이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차. 좋지 않은 도로 사정으로 견인이 쉽지 않지만, 가만히 멈추어 있던 시간보다는 차라리 조금씩 움직인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고 기사님을 응원하며 안전운전을 부탁한다.

하지만 이내 다시 멈추어 버린 자동차. 무슨 문제인지 몰라 차량에서 내려 앞쪽으로 다가가 상황을 살핀다.

'비가 내려서 물길이 생겨버렸어. 견인으로 두 대가 넘어갈 수 있을지......'

상황을 살펴보니 지구 온난화와 오늘 내린 비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물로 막혀 버린 것. 물 깊이가 얼마나 될는지 확인해 보려 바지를 걷고 물속으로 향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차갑고 물살이 빠르다. 깊이를 확인하고 싶어 물속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나의 하반신은 물속에 잠겨 있는 상황. 반대편으로 건너가면서 자동차 이동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빠져나온다. 정확하게 깊이를 알 수 없지만, 하반신이 잠길 정도의 최소 깊이 그리고 강한 물살과 한 대의 힘으로 두 대의 차량이 빠져나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
 
무엇보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온으로 나를 비롯해 티베트 기사님마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두려움에 몸이 웅크려진다.

'반대쪽에 사람이 있으니 일단 가보자'

길이 막혔다고 해도 그냥 있을 수 없는 상황. 불가능 하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부딪쳐 보기로 하고 두 차량을 연결한 케이블을 확인하고 힘차게 페달을 밝는다.


터질 듯한 엔진 소리에 이어 강한 물살에 흔들리는 자동차. 차 내부에는 이미 물이 흔건하다. 물 아래 어떤 길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 흔들리는 차 안에서 한손으는 기아를 변속하고, 한손으로는 헨들을 돌려가며 고군분투를 이어나간다.

우리의 도전에 응원을 하 듯 라이트로 우리의 길을 밝혀주는 반대편 차량. 저 불빛을 보며 모두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위쳐보지만 한대의 차량으로 두 대가 강한 물길을 지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물 아래 큰 바위가 있는지 수면 위로 붕 떠오르는 자동차. 정신없이 흔들거리는 차 안에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놓치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어둠과 추위 그리고 배고픔과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물길과의 싸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우리의 도전은 약 1시간이 지나서야 성공할 수 있었다. 강한 물살을 그것도 견인으로 건네온 우리에게 비상식량을 나누어 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모습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이 느껴진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자신의 미래. 달콤한 미래를 모두가 꿈꾸지만, 알 수 없는 미래는 때로는 고통과 아픔 그리고 시련이 동반한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과 힘든 시련이 와도 헤쳐나가고자 하는 도전 의식만 있다면 실패도 또 다른 경험과 새로운 도전의 시작 그리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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