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0 07:47

하늘 바로 아래 위치한 마나사로바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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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한 마리 새


세상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호수는 어디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해발 3,812m)로 알고 있지만 염호로는 티베트 나취지역에 있는 남초호수(해발 4,718m)와 담수호로는 바로 이곳 서티베트에 위치한 마나사로바 호수(해발 4,556m)가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에 있다.

마나사로바 호수 근처 높은 곳에서 호수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정상으로 향하는 길. 터질 듯 빨라진 심장 박동과 거친 호흡으로 지쳐가지만,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긴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손목에 차고 있는 고도계가 언제부터인가 해발 4,000m를 넘어 4,700m 지점에 근접해 있다. 이전 히말라야 여행 시 해발 6,900m까지 올라가 본 경험이 있지만, 고산지대에서는 피로가 쌓이면 높지 않은 지대에서도 고산병이 생기기 때문에 높지 않은 언덕을 오르면서도 무척 숨이 찬다.

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친 자연의 길. 몽롱해진 정신에 바닥만 보고 가는 나를 저 멀리 강한 바람이 불어와 나를 멈추어 세운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푸른 하늘과 바위틈 사이에서 피어난 야생화가 고개를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잠시 쉬었다 가라는 걸까? 아래만 보며 정상으로 향하는 나를 세운 바람과 인사를 건네는 야생화에 잠시 쉬어갈 겸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살핀다. 머리 바로 위에서 뜨거운 빛을 내리쫴는 태양, 하얀 캔버스에 파란 물감을 쏟아 놓은 듯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부족한 나의 에너지를 채워준다.

고개를 돌려 반대쪽을 바라보니 산 아래 자동차로 지나왔던 작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정선에서 볼 수 있는 U자 물결과 똑같은 물길. 비록 물색과 마을의 모양, 마을 주변의 배경은 차이가 있지만, 그 모습에 잠시 향수에 젖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자전거 무전여행. 지치고 힘든 일정이었지만, 친구들과 처음 떠나는 여행인 만큼 하루하루가 설렘으로 가득했다. 때로는 지쳐 자전거를 끌고 가는 날도 있었고, 때로는 배고픔에 짜증을 부리며 다툰 날도 있었지만, 함께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기에 그 어떤 여행보다 즐거운 추억이 넘쳐났다.

'우리 나이 들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여행을 떠나자'

친구들과의 즐거운 여행으로 매년 떠나자며 굳게 약속했지만, 경쟁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사람의 능력은 물론 성격조차도 시험이라는 도구에 판단되는 사회에서 4년간의 대학 생활에서는 물론 졸업 후 취직을 위해 수십 장의 이력서와 각종 학원만을 순회하며 사회가 원하는 '인증'을 받아야 했다.

'이곳에 친구들과 함께 왔다면 더욱 즐거웠을 텐데...' 친구들과 함께 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경쟁 사회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친구들을 위해 나의 염원을 담아 한쪽에 돌탑을 쌓는다.
 

잠시나마 친구 녀석들을 떠올려서 그런지 무거운 다리가 한결 가볍다. 아래 마을에서 출발하여 30분이 걸려 도착한 봉우리 정상 한쪽에 티베트 불교 종파 중 하나인 거루파의 사원이 힘들게 올라온 나를 맞이한다.

티베트 불교인 라마교에는 4개의 종파가 있다. 그 중 티베트 불교의 중심을 잡고 있는 거루파는 사원 위 양쪽으로 동물 상을 세워 놓는다. 티베트 불교와 뵌교 그리고 자이니교와 힌두교의 순례지로 손꼽히는 카일라스와 이곳 마나사로바 호수에는 많은 순례자와 수행자들이 찾는 데 마나사로바 호수가 보이는 산봉우리 정상에 있는 사진 속의 사원은 이곳에서 수행하던 한 승려가 지은 사원이라 한다.


조금은 특별한 사원이 아닐까? 라는 기대에 입장료가 있더라도 들어가 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닫힌 문이 열리지 않는다. 함께 이곳으로 올라온 티베트 기사님께 물어보니 중국 정부가 이곳으로 도로를 개설하면서 많은 여행객이 찾아와 이곳을 떠나 마나사로바 호수 한쪽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 수행 터를 만들어 떠났다고 한다.

아쉽지만 사원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사원 맞은편 호수가 보이는 방향에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쵸가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하늘과 호수의 경계선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휘날리는 오색 룽타가 오늘따라 무척 쓸쓸하게 느껴진다.


호수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고자 달려간 곳에서 나 홀로 마나사로바 호수를 바라보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새 한 마리가 눈에 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마나사로바 호수를 보며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사진 셔터 소리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작은 새의 뒷모습에서 자신들의 기도를 알아주지 않지만, 평생을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하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한참 동안을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녀석 곁으로 다가온 또 다른 새 한 마리. 생김새로 보와 친구 혹은 가족 같은데 곁으로 다가가지 않고 한쪽에서 털을 정리하며 조심스럽게 녀석을 살핀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도 미동조차 없는 녀석이 갑자기 몸을 뒤로 돌려 다가온 녀석을 바라본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두 녀석이 어떤 상황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두 녀석의 자리가 마나사로바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것 같지만, 녀석들의 속삭임을 깨기 싫어 조심히 발걸음을 옮겨 나만의 마나사로바 호수 전망 포인트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누구에게는 우주의 자궁으로 불리는 티베트의 성호 마나사로바 호수. 하늘의 색이 비춘 듯 파란색을 띠고 있는 마나사로바 호수와 그 뒤로 우뚝 솟아 오른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이 어우러져 말 그대로 '하늘에 있는 호수의 모습'에 절로 넋을 잃는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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