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카일라스 여행, 만년빙하가 만든 비취색 물줄기
티베트 카일라스 여행 2 일차. 나는 카일라스 서쪽 입구에서 출발하여 카일라스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도는 코라를 이어나가고 있다.
카일라스 중심에 있는 봉우리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어머님(장모님)의 유품을 내려놓고 카일라스 출구를 찾아가는 길. '이제는 어머님이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겠지' 지난 1년 동안 놓아 드리지 못한 끈을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기니 가슴 한쪽에서 휑한 바람이 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평온하다.
카일라스에는 많은 순례자가 찾아오지만 길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길 중간 중간 티베트인들이 만들어 놓은 타르쵸(룽타라는 말과 불경이 적힌 천이 여러 장이 역어 있는 것)로 처음 이곳에 오는 순례자들도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무사히 코라를 마무리하게 된다. 바람을 타고 달리는 룽타가 부처의 뜻을 세상에 전하듯 저 멀리 바람에 날리는 타르쵸가 순례자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다.
푸른 하늘과 그림같이 펼쳐진 자연의 모습, 그리고 내 귀에 속삭이는 바람의 이야기와 머리 위에서 적당하게 나의 몸을 녹여주는 따듯한 태양. 어쩌면 정신없이 앞으로만 가는 나에게 잠시 쉬었다가 가라며 카일라스가 나를 붙잡은 것은 아닐까?
자연의 품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엉덩이의 먼저를 털고 일어나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 멀리 보이던 타르쵸가 어느새 내 바로 앞에 있다. 타르쵸 바로 옆 카일라스 봉우리가 잘 보이는 곳에 있는 큰 바위에 티베트인들이 야크 버터를 뿌리고 그 위에 돈(중국 마오)와 편지 그리고 가족들의 사진을 붙여놓았다. 알 수 없는 티베트 글씨와 사연, 그리고 알 수 없는 사진들이 나의 가슴 한쪽을 공허하게 만든다.
[다른 산에 비해 조금은 어두운색을 띠고 있는 카일라스. 처음에는 조금 무서운 산으로 느껴졌지만 코라를 도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걸어가면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는 정신. 어쩌면 이곳을 찾는 4개의 종교 순례자들은 이 길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의 종교에 대한 기도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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