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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여행 후기/서티벳 오프로드 여행

티베트 카일라스에 어머님을 내려놓다.

 

티베트 카일라스 코라 여행 기 3 편.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 순례를 시작하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 한 중간 롯지에 짐을 풀고 구름에 가려진 카일라스를 바라보며 가슴속 가득 응어리진 나의 마음을 털어 놓고서야 숙소에 들 어 갈 수 있었다.

무리를 해서 일까? 호흡이 가파르고 터져 버릴 듯한 심장 박동으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짙은 어둠이 깔린 창 밖에서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건지 카일라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창문을 흔들며 한 없이 소리를 지른다. 테이블 한쪽에 올려놓은 촛불을 찾아 어둠속을 더듬어 보지만 어디로 떨어졌는지 초가 잡히지 않는다. 불이라도 킬 수 있으면 좋을텐데... 잠도 이루지 못하고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침대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창밖으로 들어오는 가늘한 빛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지나갈 것 같지 않었던 길고 긴 밤이 지나고 찾아온 아침. 얼음장 같은 이불을 걷어내고 문을 열고 나와보니 어제와는 또 다른 카일라스가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높은 산 위를 넘어가다가 지친 구름이 내려 앉은 카일라스의 아침. 차가운 공기가 나의 몸과 폐를 자극시키지만 어느 하늘의 아침 보다 기분이 좋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했던가? 어제 하루 동안의 무리로 잠조차 이루지 못한 나의 몸이 한국에서 생활하던 평상시보다 몸이 피곤하지 않다. 맑은 공기와 꾸밈 없는 옷차림, 거기에 카일라스를 걷기 시작하면서 그 어떤 고민도 않은 나. 그래서 인지 출발한 어제보다 오늘 발걸음이 가볍다.

배낭 한쪽에 넣어놓은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카일라스 순례를 시작하기 위해 서둘러 숙소를 빠져나온다. 산을 중심으로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이동을 하는 코라. 길이라도 하기엔 다소 부족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만든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언제 출발했는지 씩씩하게 걸으며 빠르게 나의 방향으로 다가오는 티베트 소녀들이 눈에 띈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와, 무엇을 가지고 다니는 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물건 인 듯 꽁꽁 묶어 놓은 빨간 보따리를 들고 나타난 두 소녀. 이른 새벽 시간에 이곳까지 온 것으로 봐서 이들은 밤새 걸어온 것이 분명하다.티베트어를 사용하는 두 아이와 대화가 불가능 한 것을 알면서도 왜 이렇게 이곳까지 왔을까? 라는 호기심에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어 본다.

역시나 영어는 물론 중국어를 알아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한참 동안을 내 얼굴을 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다. 그러던 중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가 주머니에서 한장의 사진을 꺼낸다. 사진을 살펴보니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사진에 담겨있다.

아버지를 위해 이곳으로 순례를 온 것일까? 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인사를 건네고 달려가는 아이의 뒷 모습에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언덕을 지나 카일라스 봉우리가 보이는 넓은 곳을 가득 매우고 있는 수 많은 옷가지들, 그 곳 한쪽에서 아버지로 보이는 사내의 사진과 빨간 보따리에서 가져온 아버지 옷으로 보이는 옷을 한쪽에 고이 올리고 있었다.

두 아이는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돌아가신 아버님을 위해 이곳으로 순례를 온 것이다. 한쪽에 옷을 풀어놓고 카일라스를 향해 온 몸을 땅에 부치고 기도를 올리는 아이들의 뒷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덜컥 눈물이 흐른다.

티베트 사람들은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가족의 죽음 앞에서는 오래 슬퍼하지 않는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믿고 있는 티베트 불교에서는 이번 생을 끝나는 사람에게는 슬픔보다는 빨리 잊어 주는 것이 행복이라 말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죽은 가족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상을 치루고, 그가 남긴 유품을 불교 성지에 내려 놓으며 그를 인연에서 내려 놓는다. 그렇게 하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 곁에 머물고 있는 영혼은 현생을 마무리하고 가야할 곳을 찾아 간다고 이야기한다.

작년에 있었던 갑작스러운 장모님(어머님)의 사고에 지난 1년 동안 많은 눈물을 흘리며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살아 생전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 아쉬움,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어머님을 그리워 하는 나로 인해 장모님(어머님)이 우리 곁을 떠나지 못하지는 않을까 라는 두려움이 가득하면서 쉽게 그 끈을 놓지 못하였다.

나의 곁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흘리던 지금의 아내를 볼 때마다 함께 울었던 많은 시간들. 혹 한 없이 슬퍼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머님(장모님)이 보셨다면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힘든 1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조금씩 어머님을 보내드리기 위해 이곳 카일라스 방문을 준비하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카일라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어머님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온 어머님이 즐겨 입으시던 티셔츠를 코라가 시작 되는 어제부터 맨 안쪽에 티셔츠를 끼어 입었다. 카일라스 봉우리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입고 있었던 어머님의 옷을 벗어 마지막으로 어머님의 향기를 맡고, 한쪽 바위에 입히고 바람에 날라지 않도록 바위를 올려 놓았다.

어머님의 옷 앞에서 참아보려 하지만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 없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어머님과의 시간과 더욱 가슴아픈 시간. 그 앞에서 주저 않아 한 없이 눈물을 흘려 보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계속 이렇게 앉아 울고만 있으면 절대 어머님을 보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눈물을 머물고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발걸음을 움직였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어머님의 옷을 입혀놓은 돌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내가 힘들어하면 그걸 지켜보는 어머님은 더 힘들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해보지만 나의 마음이 나의 발걸음을 묶어 놓는다.

 

지난 1년 동안 보내드리지 못한 어머님. 산 한쪽에 어머님의 유품을 모셔 놓고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며 어머님을 향해 이야기했다

' 어머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님이 늘 말씀하신데로, 서로 즐겁게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저희 때문에 힘들어 하지 마세요......  ' 

어머님을 향한 나의 이야기가 길어 질수록 조금씩 어머님의 옷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나의 마음에 안정이 찾아 왔다.  카일라스 코라를 시작 할 때와는 다른 느낌. 가슴 한쪽으로는 구멍이 뚫린 듯 공허하면서도 가슴 한쪽이 따듯하다. '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를 마음속으로 이야기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블로그 소식 :  다음편 카일라스 코라  마지막 4편이 소개 됩니다.  혹 아직까지 배낭돌이의 여행기 구독을 안하신 분들은 하단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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