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 여행 후기/라오스 배낭여행

하루 숙박 요금이 단 돈 2,200원. 정말 괜찮네.



하루 숙박료 단돈 $2,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라오스 여행자 숙소 방갈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국제버스를 이용 라오스 남부 국경을 지나 4천 개의 섬을 품은 아름다운 라오스 섬 시판돈으로 가기 위해 선착장이 있는 반나카상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목적지 작은 섬 돈뎃(Don Det)에 도착하였다.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가 이곳이 아닐까? 메콩 강이 흐르고 약 4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말 그대로 꿈만 같은 공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자연의 속삭임을 듣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 지어진다.

↓↓↓손가락 버튼 ↓↓'꾹' 눌러주시면 더 많은 여행자에게 여행 정보가 공유됩니다.

1. 시계를 볼 수 없는 곳. 라오스 돈뎃

몇 시나 되었을까? 어제 온종일 국제버스를 탄 터라 몸이 피곤했는지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뜨거운 빛줄기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주변을 살핀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시계. 비싼 로밍요금 덕에 꺼놓은 휴대전화를 켜 시간을 확인하기에는 귀찮고, 무엇보다 나는 여행 중이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주변을 살핀다.

어제 해가 진 이후 도착을 했기에 알 수 없었던 돈뎃의 모습. 머무른 방 앞에는 메콩 강이 흐르고 길이라고는 세 명이 걸으면 자리싸움을 할 듯 좁은 길 하나와 양옆에 나무로 지어진 건물들이 전부이다. 

' 반가워 난 한국에서 온 상용이라고 해. 몇 시인 줄 아니? '
' ....... '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길을 가로막고 있는 녀석을 한참 바라보다 녀석의 행동이 얄미워 말을 걸어보지만, 눈알만 살짝 돌려 나를 확인하고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듯 꼼짝도 하지 않고 따듯한 햇살을 즐긴다. 

평소 장난이 심한 필자(배낭돌이)이기에 겁을 줘 길에서 비켜나게 하고 싶지만, 나는 이 녀석의 마을을 찾아온 이방인이기에 "치" 하며 나의 감정을 전하곤 녀석을 피해 어제 밤에 나와 방 흥정을 벌인 주인장이 머무는 나무집으로 향한다.

누구나 작가, 시인, 음악가가 될 수 있는 공간.

' 아저씨 있어요? '
'......'
'아~ 영어 모르죠?'
'...... ' 

아침에 일어나 길을 막고 있던 녀석 다음으로 만난 아주머니. 아저씨가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대답은커녕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다. 물론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혹시 내가 도착한 이곳에서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곳인가? 라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나홀로 입가에 미소에 그려본다.

어제 늦은 밤에 도착한 터라 여러 숙소를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어제의 흥정 당시 '여행자들한테 유명한 곳이야, 이곳 아니면 후회할거야'라며 자신 있게 말하는 주인장의 말만 믿고 이곳을 선택하였는데, 한쪽 책장 널브러진 책 위로 뽀얀 먼지가 가득하다. 순간 당했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어제의 끈질긴 흥정으로 단 $2에 개인 방갈로를 사용하기로 하였기에 '괜찮다 아주 아주 좋은 조건이다.'  가슴속으로 되새기며, 나 자신에게 잘했다며 박수를 보낸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아주머니, 나 역시 라오스어를 하지 못하기에 부엌의 주전자를 가리키며 물을 요청한다.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단숨에 눈치를 챈 아주머니. 친절하게도 물만 주시면 될 것 거기에 쓴맛이 아주 강한 찻잎을 한가득 넣어 전해주신다.

이전 라오스 여행 당시 뭐든지 잘 먹는 필자(배낭돌이)이지만, 유독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차를 한 번 맛보고 두 번 다시 마시지 않았던 터라 이번 여행에는 차를 피하고 싶었는데,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권하시는 아주머니의 표정에 냄새만 맡아도 쓴맛이 느껴지는 차를 한 모금 입에 넣고 엄지손가락을 올려 감사함을 전한다.

길을 비켜주지 않는 녀석과 싫어하는 차를 선물한 아주머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악이라 생각하면 최악이겠지만, 어제까지 머물렀던 캄보디아에서의 말도 안 되는 흥정과 괴롭힘(?)으로 녹초가 되었기에 이곳의 아침은 최고로 멋진 아침이 아닐 수 없다.

' 맛있다. 이 차는 맛있다. 우엑~~ '

긍정적인 생각이 행복의 지름길. 간혹 들어오는 여행 강연, 강의에서 필자(배낭돌이) 역시 여행을 즐겁게 하는 방법으로 자주 써먹는 문구이지만, 이 차만큼은 예외로 하고 싶다. 뭐라고 해야 할까? 잠을 깨기 위해 거금을 들여 화학품으로 만든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학생들에게 한 방에 잠을 깰 수 있는 차로 무료로 나누어주고 싶을 정도로 그 맛이 무척 쓰다.

어찌 되었던 라오스의 첫날 이기에 애써 미소를 지으려 노력하는 필자. 마침 식당 한쪽 앉기만 해도 글이 줄줄 써질 것 같은 나무 의자와 누구든지 치기만 하면 멋진 노래를 만들 수 있는 듯해 보이는 기타가 나를 주목시킨다.

' 어디 한번 해볼까? ' 

멋진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연인 혹은 혼자서 고독을 씹으며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에 맞추어 멋진 연주를 하는 영화 속 주인공과는 달리 나의 손에 팅겨지는 기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말 그대로 소음 그 자체이다.

그래도 뭐 어때 나만 즐거우면 되지? 생각하고 영화 속 주인공 마냥 멋지게 손가락을 팅겨보지만 돌아오는 건 애써 미소짓고 바로보고 있는 어이없다는 아주머니의 표정뿐이다.

해먹과의 한 판승. 승자의 인증샷

한참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아저씨.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한 가득이지만 시종일관 미소로 대답하는 아주머니 뿐이기에 잠시 후퇴 하기로 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나만의 공간 방갈로로 돌아왔다.

늦은 밤 발전기를 돌려야 켜지는 전구 외에는 나무 침대가 전부인 공간. 어떤 여행자가 이곳에서 지냈는지 한 모금 남겨놓지 않은 술병과 어제저녁 어둠속에서 널브러트려 놓은 내 짐이 전부이다.

창문은 없고, 나무 틈새로 들어오는 동남아 벌레가 종종 보이곤 하지만 하루 숙박 $2에 비하면 최고의 공간. 문을 닫아 놓아도 틈새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 바람과 딱딱하긴 하지만 누워 편하게 쉴 수 있는 침대가 있기에 그야말로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공간이다.

<토막이야기 : 이곳에서 나 홀로 시간을 48시간 이상 보내게 되면, 가끔 방갈로로 찾아오는 벌레도 반가운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안녕 넌 무슨 벌레니? 난 한국에서 온 상용이라고 해.> 

무엇보다 이곳에 마음에 드는 건 개인 방갈로 앞 좁지 않은 공간에 메콩 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해먹이 준비되어 있는데, 책 한 권과 시원한 맥주 혹은 맛있는 커피만 있으면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

침대의 유혹을 벗어나 멋지게 해먹에 누워 라오스의 아침을 즐겨보고자 마음먹었지만 흔들리는 해먹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몇 번이고 시도하지만, 나무 바닥으로 나를 내팽개치는 못된 해먹. 라오스의 아침을 즐겁게 맞이하려는 나의 꿈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쭈 이넘봐라' 를 시작하여 '너 죽었어. 성공만 해봐라. 안 내려온다.' 괴성을 지르며 말도 안 되는 싸움을 이어나간다.

' 헤헤헤헤 까불고 있어. '

몇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성공, 거기에 해먹에 오르는 노하우까지 생겨 카메라 자동 촬영 기능까지 눌러놓고 아주머니가 선물로 주신 쓰디쓴 차와 함께 해먹 위에서 자세를 취하며 해먹과의 싸움에서 이긴 나만의 뿌듯한 지금 상황을 기록한다.

성공했다는 나만의 만족함에 사라지지 않는 입가의 미소. 행여나 주변 다른 여행자가 봤다면 마시지도 않는 차를 가지고 해먹에 올라 홀로 미소를 짓고 있는 필자(배낭돌이)를 미친 사람으로 보았으리라 확신한다.

하여튼 라오스에서 맞이하는 즐거운 아침.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단 돈 2$ 방갈로에서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꿀맛 같은 시간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려보낸다. 

배낭돌이 여행기 포스팅은 계속 됩니다.  하단의 추천 버튼(손가락)을 거침없이 눌러주시는 센스, 감사합니다. 다음 사용자는 이곳을 클릭하시면 다음뷰에서 편하게 받아 보실수 있으며, 네이버 사용자는 이곳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