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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사랑하는 사람과 사막을 지키는 수정방(水井房) 사람들.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키는 사람들. 수정방(水井房)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중국 최대 규모 사막인 타클라마칸 사막 횡단을 시작하고 3일을 달려 도착한 휴게소에서 따듯한 밥과 24시간 그리워했던 시원한 얼음물로 컨디션을 회복하고 서둘러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지나가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일몰. 계획했던 시간보다 휴식시간이 길었던 터라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결국, 해가 진 이후에 다시 출발 된 오늘의 여정. 목표했던 거리의 반도 못 온 터라 오늘은 야간 라이딩을 하기로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 뒤 조명 하나 없는 어둠의 길을 달린다.

자전거 핸들바에 달아놓은 라이트가 없다면 바로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사막의 밤. 우여곡절 끝에 오늘 목표했던 구간에서 40km를 더 달려 새벽 3시가 되어야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야영하기에는 환경은 물론 빛이 없어 힘든 상황. 결국 비박을 하기로 하고 도로 옆쪽에서 잠을 자는데, 열기로 가득한 모래 위와는 달리 일교차가 심해 이른 아침까지 추위와 싸워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일어났다. 

어찌 되었던 일정을 조금 앞당 긴터라 조금은 여유가 있어 조금은 여유로운 사막의 아침을 시작한다. 출발 후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마지막 수정방. 수정방(水井房)은 타클라마칸 사막 확대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와 중국 석유에서 사막 4~5km 지점으로 우물을 파고 시설을 관리 직원을 파견하기 위해 만든 건물인데, 타클라마칸 사막을 시작한 지점에서 이곳까지 총 108개(중국 자료에 의하면 110개라고 한다) 준비되어 있다.

조금 아이러니한 것은 수정방은 정확하게 4~5km마다 있는데, 거의 모든 수정방이 언덕에 위에 있어 평지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르막길을 예고하는 보기 싫은 건물이기도 했다.

사진 속의 수정방은 사막 초입에서 방문한 107번 수정방. 이후 되도록 수정방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한 탓에 다른 수정방 내부는 살펴보지 못했지만, 마지막에 들린 001번 수정방을 지키는 의 말에 따르면 수정방 내부는 기계가 들어가 있는 방과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매년 계약직으로 사람을 뽑아 보내기에 내부가 모두 다르다고 한다.

한 달 일정 금액의 보수(약 15만원 ~ 20만원)를 받고 도로 청소와 정해진 시간에 기계를 켜 도로 주변에 심어 놓은 나무에 물을 주며 생활하고 있다.

넓지 않은 공간이기에 화장실을 개조해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107번 수정방. 이곳에 사는 노부부에게 물어보니 급한 일은 어디서도 해결할 수 있지만 먹는 것은 모래바람을 피해야 하기에 화장실 변기를 막고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토막이야기 : 타클라마칸 사막에는 유전 및 가스가 나오고 있어 불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5000위안 이상의 벌금 또는 구속까지 될 수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막에서 캠프파이어를 한 우리 일행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혹 이 구간에서 불을 사용해야 하는 여행자가 있다면 불 사용이 허가된 수정방에 양해를 구하고 사용하도록 하자.>

주방이라고 해봤자 도마와 그릇 그리고 조미료가 전부. 다행히 몇 년 전부터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늦은 밤에도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며 수정방 생활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음식재료는 지나가는 차량 기사에게 부탁하는데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기에 이제는 가족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부족하지만 이방인에게 끊인 물을 대접하는 107번 수정방 노부부. 어떠한 사연으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정방 사람들 대부분은 부부와 함께 지내며 바쁜 현대 삶이 아닌 느린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번 수정방에서 만난 한 가정. 대부분 수정방은 노부부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중국 정부와 중국 석유에서는 신혼부부 혹은 젊은 부부를 뽑아 이곳으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 가정을 시작하는 이들은 사막을 통해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사막을 지키는 수정방 사람들. 그들은 다소 외로워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가장 행복한 가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4일을 달려 도착한 첫 수정방이자 반대 방향에서 온 우리에게는 마지막인 001번 수정방. 4~5km마다 만났지만, 막상 마지막 수정방이라고 생각하니 타클라마칸 여정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섞여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막 모래도 담을 겸 자전거를 세우고 내부를 살핀다.

이방인의 방문에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들고 달려오는 강아지. 수정방에는 동물을 키울 수 없는데, 001 수정방은 마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마을에 사는 친척이 강아지와 함께 음식재료를 가지고 놀러 왔다고 한다.

생명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막을 지나왔기에 더욱 반가운 녀석. 함께 온 동료가 강아지를 안고 사진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하는데 사진을 찍고 나니 동료 얼굴이 사막에서 생활하는 옛사람 모습 같아 웃음주머니가 터져버렸다. 

옆에서 함께 웃던 동료도 기록을 남기고 싶다며 강아지를 들고 찍은 인증사진. 수염이며 사막의 뜨거운 열기와 태양에 탄 피부로 현지인 못지않은 외모에 나는 물론이요 동료 모두 크고 시원한 웃음 노래를 불러본다.

역시 가장 어린 막내 동료는 재미있는 사진보다는 멋진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는 경민이. 후배 녀석과 001번 마지막 수정방 뒷길을 이용 사막으로 들어가 잊을 수 없는 사막에서의 추억을 기록한다. 

<토막이야기 : 사막 구간 출발 전까지만 해도 배 근육이 뚜렷하지 않았던 후배 녀석이 4일간의 사막 라이딩으로 선명한 배 근육이 완성되었다.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았다는 후배녀석.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가도 이때의 기억과 배 근육을 잊지 않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지내길 기원한다.>  

마지막 수정방을 떠나 5km를 달려 도착한 사막 구간의 마지막 지점. 562km 지점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오면서 0km 지점은 멀고 먼 길로만 생각했는데 벌써 사막 횡단의 끝을 알리는 표석을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긴 거리. 하지만 0km에서 돌아본 562km는 너무나 짧은 구간이었다. 언제 다시 이곳으로 올지 알 수 없지만, 평생 내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 이다. 다시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꿈만 같았던 타클라마칸 사막. 염원했던 목적지이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고개를 뒤로 돌아보며 작별 인사를 건넨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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