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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여행 중 만난 현지인, 칼 빼들고 하는 말.

 

파키스탄 소소트에서 쿤제랍을 지나 중국 카슈가르로 가는 길.



두 바퀴로 떠난 실크로드 여행. 여행의 출발지인 중국 마을 카슈가르에서 자전거 여행 출발 전 현지 사정으로 포기해야 했던 파키스탄 카라코람 고속도로(Karakoram Highway, KKH)구간을 둘러보고자 버스를 이용 중국 국경 마을인 타쉬크루칸을 지나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최고점인 쿤제랍고개를 지나 이곳 파키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에 도착하였다.


이른 아침 피카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 언덕 위에서 맞이한 파키스탄의 아침.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웅장한 자연 앞에 며칠이고 이곳에서 머물며 파키스탄을 더 여행하고 싶지만, 이번 여행은 자전거를 이용 실크로드 길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계획하고 출발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짐을 챙겨 자전거 여행의 출발지인 중국 카슈가르로 향한다.

올 때는 중국 버스, 갈 때는 파키스탄 버스.



숙소를 빠져나와 얼마 걷지 않아 도착한 이미그레이션. 아침부터 이곳을 지나 중국으로 가려는 상인들로 가득하다.

이곳으로 올 때 들렸던 중국 국경과는 달리 무척 여유로워 보이는 파키스탄 국경.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눈으로 인사를 건네고 이미그레이션 안쪽으로 들어가 출국 신고를 하려 하는데, 작은 문제가 있다며 밖으로 나가자며 나의 손을 끌어당긴다.


' 중국으로 갈 때는 저 차량을 이용해야 해 '

' 어제 국제버스표 구매했는데 무슨 말이야? '


봉고차를 가리키며 파키스탄에서 출발하여 중국으로 갈 때는 봉고차를 이용하라는 직원. 필자(배낭돌이)가 어제저녁 예약한 침대 버스인 중국 국제버스와는 달리 좁디좁은 봉고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말에 기가 찰 뿐이다.

' 저 차는 좁아서 힘들어서 싫어. 표 샀으니 중국 침대칸 버스 탈래'

' 올 때 중국 버스 이용했으니 갈 때는 파키스탄 차량을 이용해야지. '

화를 내보기도 하고, 사정을 해봐도 오히려 필자(배낭돌이)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는 듯 보고만 있는 직원의 태도에 더는 이야기해봤자 내 입만 아플 것 같아 최후의 수단으로 입국 시 도움을 주었던 소스트 이미그레이션의 책임자를 찾아 사정을 이야기해 보지만 같은 대답만 할 뿐이다.


' 어제 돈 냈는데, 그럼 중국 국제버스 표 환불은? '

출국 도장을 찍어주는 이들과 싸워 봤자 좋을 것 없는 상황. 결국, 포기하고 어제저녁 산 티켓 요금을 돌려받고자 이야기를 꺼내니 어제 표를 판매한 직원이 바로 옆에서 아깝다는 표정으로 다가와 나를 끌어당긴다.

' 더 이야기해봐. 침대칸이 좋잖아. '

알고 봤더니 바로 옆에서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직원. 잘 생각해 보니 지금의 상황이 일어날 줄 알고 나에게 표를 판매한 듯한 느낌이 든다. 어차피 중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파키스탄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 수익을 목적으로 나에게 표를 팔고 아침부터 나와 이미그레이션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직원의 정확한 의도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녀석에게 놀아난 듯한 느낌이 들어 그 자리에서 표 값을 환불받고, 이미그레이션 직원에게 다가가 차량을 바꾸어 달라며 투정을 부려 본다.


여행자의 계속되는 불만에 자신들도 미안했는지, 그럼 봉고차가 아닌 미니버스로 바꾸어 준 이미그레이션 사람들. 국제버스에 비하면 엄청나게 좁은 좌석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결국 미니버스 값을 내고, 출국 도장을 받고 중국으로 향한다.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해야 할까? 중국 국제버스 침대칸에서 편안하게 누워서 왔을 때와는 달리 좁은 의자에 앉아 비포장도로를 달린지 2시간. 좁은 좌석 탓에 다소 불편하지만 큰 버스보다는 기동력이 좋아 3시간이 걸린 거리를 1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도착하였다.

오늘의 목적지인 카슈가르까지 남은 거리는 438km. 6시간 이상이 걸린 쿤제랍 구간을 이 속도로만 간다면 문제없어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미니버스 선택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라더 행운을 빌어~.


같은 피사체라도 보는 각도와 방향 그리고 보는 이의 생각과 관점에 따라 다르듯 중국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올 때 보 왔던 카라코람 산맥과는 또 다른 풍경에 빠져 무척 짧은 카라코람 하이웨이 여행을 마무리한다.

<토막이야기> 쿤제랍 고개를 지나면 중국 세관이 있다. 모든 사람은 내려 짐 검사를 하려 하는데, 총을 들고 나타난 중국 군인들이 파키스탄 기사를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괴롭히는 것은 물론 차에 타고 있던 파키스탄 사람들은 속옷까지 들쳐가며 까다로운 검색을 한다. 이 루트를 통해 총기나 마약 등이 몰래 중국으로 들어가 검문이 심한 것은 알지만, 장난치듯 웃으며 파키스탄 사람들을 대하는 중국 군인들의 행동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공구를 가져와 자동차 볼트와 너트는 다 풀어 검사하는 것은 물론 검사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 동안을 보내주지 않고 장난을 치는 그들의 행동에 너무나 화가 났지만, 건물 위에서 우리를 향해 총부리를 겨루고 있었기에 웃으며 한국말로 욕하는 것 말고는 이 상황의 불편함을 말할 수 없었다. 이런 XX놈들. 강아지보다 어린놈들 등등 .

배낭돌이 여행 팁) 파키스탄에서 중국으로 입국 시 세관 검사가 무척 까다롭다. 혹 쿤제랍고개 외에 창밖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면 메모리 카드를 분리해 보관하길 추천한다. 필자 역시 위 사진들이 담긴 메모리 카드를 빼고 여분의 카드를 꼽아 놓아 사진 삭제 없이 무사통과가 가능했다.


국제버스보다 일찍 도착할 줄 알았던 파키스탄 버스는 결국 평균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중국 국경에 도착하였다. 이미그레이션 주차장에 도착한 파키스탄 버스. 차에서 내리려 하는데 함께 타고 온 파키스탄 사람들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창 밖을 바라보니 그들을 검사하러 왔는지 총을 든 군인들이 잔뜩 몰려있다.

' 브라더. 괜찮을 거야. 행운을 빌어. '

마지막 그들과 나눈 짧은 인사. 차에서 내려 이미그레이션 으로 안내를 받는 우리와는 달리 총을 든 군인들 앞에서 일렬로 줄을 서고 있는 파키스탄 사람들의 모습에 중국이라는 나라가 조금 두렵게 느껴진다.

함께 탄 차에서 칼 빼든 현지인, 어떡...하라고?


이번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을 출발하면서 받아온 중국 복수비자. 하루 동안의 파키스탄 여행이었지만 타쉬크루칸을 통한 재입국으로 처음 중국 입국 후 기차 이동으로 보낸 약 6일간의 기간은 사라지고, 오늘부터 30일간 중국 체류가 가능하다.

해가 지기 전 서둘러 자전거를 맡겨 놓은 카슈가르로 돌아가려고 차량을 알아보는데 여행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카슈가르행 차량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 너희 카슈가르 가지. 내가 태워줄게 기다려 '

다행히 뒤늦게 도착한 중국 국제버스 기사가 카슈가르에 간다며 기다리라는 말에 안심하고 한참을 기다리는데, 입국 심사를 마치고 온 기사가 하는 말이 오늘이 아닌 내일이란다.

자전거 여행 일정상 오늘 도착하지 않으면 내일 출발이 불가능한 상황. 중국 기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도로에 나가 차를 한 대 잡아주고 현지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한다. 급한 사정을 알았는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는 현지인. 선택의 여지가 없어 가격을 흥정하고 차에 타려하는데, 차량이 좁아 한 명은 다른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며 전화를 걸어 차 한 대를 더 부른다.

도착한 4인승 승용차. 차 안쪽을 살펴보니 기사는 물론 뒷좌석에 현지인 3명이 타고 있다. 우리 중 한 명은 현지인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 살짝 불안한 상황이지만 선택할 여지가 없어 여행 경험이 있는 필자(배낭돌이)가 따로 이동하기로 하고 승용차에 올라 카슈가르로 향한다.


국외로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해가 진 이후 외출을 하거나 이동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외국에서는 늦은 밤 혼자 다니는 여행자는 나쁜 목적을 가진 이들의 표적이 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차량이 아닌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차량. 거기에 서로 아는 사이인지 모르는 사이인지 알 수 없는 현지인들로 가득한 차량에 타는 것은 그야말로 ' 저 마음대로 하셔도 되요 ' 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오늘 반드시 카슈가르에 도착해야 하는 상황.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고 주의를 기울이는데, 출발 후 창밖으로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에 나도 모르게 긴장감을 풀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창밖의 풍경 감상도 잠시.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이트가 없으면 바로 앞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세상을 뒤덮었다. 그때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 두려움에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칼집에서 칼을 꺼내는 마찰소리가 분명하다.

[ 먼저 선수를 쳐야 할까? 카메라로 먼저 공격할까? 안돼 사진은 물론 카메라를 버릴 수 없어, 문을 열고 뛰어내려야 할까? 아차 문은 잠겼지, 어떻게 빠져나가지……?]

순간 머릿속에 드는 수십 가지의 생각과 귓가에 들릴정도로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긴장감과 두려움은 절정에 달한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나를 부르는 소리. 몇 번이고 어떻게 지금 상황을 대처할까 고민 끝에 일단 상황을 확인하기로 하고 최대한 그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앞유리 쪽으로 몸을 붙이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본다.


' 하미과(멜론의 한 품종) 먹어봤어? 같이 먹자~~ '

롤러코스터를 타듯 뚝 떨어졌다 다시 올라오는 심장.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지 같은(좋지 않은) 느낌과 살았다 라는 안도감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살펴보니 하미과를 잘라 먹으려 칼을 꺼냈고 외국인인 나에게 함께 먹자고 불렀던 것이다.

애써 웃어보려 해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 상황. 나 혼자 오만가지 상상을 했던 것이 창피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을 의심부터 했던 나 자신이 살짝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먹기 좋게 손잡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칼로 껍질까지 잘라 건네주는 아저씨. 무척이나 놀란 상황이었지만 미안한 마음에 엄지손가락을 지켜 세우며 맛있다는 말과 고맙다는 인사만 연신 할 뿐이다.

도로 공사로 산길을 돌아 늦은 새벽에 도착한 카슈가르.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리는 나에게 즐거운 여행 하라며 악수를 권하는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이별을 해야 했다. 차량이 나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며 되돌아본 오늘 하루. 두려우면서도 황당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차량이 향한 방향으로 손을 흔들며 ' 미안해 ' 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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