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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장인 정신으로 세계화에 성공한 칼의 고장 잉지사

 

도(刀)를 아십니까? 믿을 수 없는 정교함. 수공업으로 칼을 만드는 잉지사(옌지사르).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 길. 이번 자전거 여행의 출발지점인 카슈가르를 출발하여 타클라마칸 사막이 시작 되는 남도 최대의 오아시스 마을인 허톈 [Khotan, 和闐(화전), 호탄] 을 향해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페달을 밝고 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들린 작은 식당에서 우연히 그곳에서 진행 중이 던 현지인 가족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따듯한 음식은 물론 다양한 과일과 즐거운 추억까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되었다.

그들만 괜찮다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쉬운 순간. 하지만 왔던 길보다 가야 할 길이 더 많기에 잠시나마 함께 했던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밝아 나간다.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로 무더운 날씨. 식당에서 음식으로 에너지를 가득 채웠음에도 많은 땀 배출로 체력이 바닥나 얼마 가지 못해 한쪽 그늘에 자전거를 세운다. 한국보다 약 10도는 더운 이곳, 하지만 다행히 그늘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보조 에너지(간식)를 채우며, 기분 좋은 휴식시간을 보낸다.

' 약시무시스~ (위구르 어로 안녕하세요) '

어디서 나타났는지 옷을 다 벗고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두 아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을 봤는지 사진을 찍어 달라며 자세를 잡는다. 녀석들의 해 맑은 미소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필자(배낭돌이). 내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사진을 찍어 녀석들에게 보여준다.


' 헤헤헤 5%$ @!@#$ #@%@%#$ '

카메라에 담긴 자신들의 모습이 재미있는 듯 카메라와 나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즐겁게 웃던 녀석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위구르 말을 하며 같아 가자는 듯 나의 손을 끌어당긴다.

' 5#$# @%# @*%#@$#% '

나에게 기다려 달라는 듯 집 앞에서 나를 세워두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녀석들. 무슨 의도로 나를 이곳까지 데려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손을 끌어당겨 이곳으로 안내한 만큼 그곳에 앉아 녀석들이 나오길 기다린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으로 나오는 사람들. 살펴보니 아빠로 보이는 아저씨부터 아줌마와 누나까지 집안의 가족들이 총 출동하였다.

' 가족사진을 찍어 달라고? '

그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아 정확하게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가족들을 다 불러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꼬마 녀석들의 모습에 짐작하고 그들의 모습을 담아 그들에게 보여준다.

나도 관심받고 싶다고!!


카메라 액정에 담긴 서로의 모습에 즐거워하는 위구르 가족. 너무나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 같아서는 근처 마을에서 사진을 출력해 주고 싶지만 사진 출력이 가능한 가장 가까운 마을은 오전에 출발한 카슈가르뿐이다. 너무나 아쉬운 순간. 혹시나 다음에 이곳을 지나가면 사진을 갖다 주리라 다짐하고 아쉬운 작별을 전한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호탄으로 가는 길. 도로 바로 옆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는 양 떼들이 눈에 띈다. 이 지역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양. 하지만 도로 주변까지 나와 있기에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시 들렀다가 가기로 하고 한쪽에 자전거를 세운다.


낯선 이의 방문에 열렬한 환영식을 해주는 꼬마 아이들. 어디서 나타났는지 10명 남짓한 아이들이 다가와 알 수 없는 위구르어로 질문 공세를 시작한다.

' 나 위구르말 몰라. 중국어 할 줄 알아? '

계속되는 위구르어에 그나마 조금 아는 중국어로 말을 걸어보지만 아무도 중국어를 못하는지 멀뚱히 서로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다.

' 그럼 사진이나 찍자. 자 서봐~~ '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손과 행동으로 이야기하면 되는 것.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자며 손짓하니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달려와 친구들과 포즈를 취한다.


한참을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는데,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던 양들이 놀란 듯 벌떡 일어나 내 쪽을 향해 질주한다. 너무 놀래 카메라도 떨어트릴 뻔한 아찔한 상황.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 하지만 이미 내 양옆으로 도망을 가는 양들로 꼼짝 못 하고 그 자리에 서 이유를 살피는데, 저 앞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내 쪽으로 양을 몰고 있는 꼬마 녀석이 눈에 띈다.

나와 함께 놀던 아이들의 동생뻘로 보이는 작은 아이. 형들과 즐겁게 노는 것이 부러웠는지 자신에게 관심 가져 달라는 듯 나뭇가지를 흔들며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꼬마 아이. 질투심이 도가 넘었는지 화난 표정에 얼굴까지 찌푸리며 나뭇가지를 흔드는 녀석의 행동에서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 관심받고 싶어 말썽을 부렸던 옛 내 모습이 생각나 입꼬리가 올라간다.

사과해도 받아 안 받아 줄 거라는 듯 뽀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꼬마 아이. 조심히 다가가 너에게만 주는 거야 말하듯 다른 아이들 몰래 주머니 한쪽에 넣어두었던 사탕을 꺼내 아이 주머니에 넣으며 동맹을 청한다.

이 칼을 손으로 만든다고? 칼의 고장 옌지사르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 했던 가? 형들 몰래 사탕까지 넣어주며 미소로 사과를 전하는 나의 마음이 닿았는지, 무서운 표정을 풀고 자신의 사진을 보여 달라며 손짓하며 미소 짓는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카메라 한 대로 서로 웃고 즐길 수 있는 지금 이순간. 짧은 만남 뒤어 기약 없는 긴 이별이지만 이 사진으로 그들과의 추억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카슈가르에서 출발하여 가족 행사에도 참여하고, 가족 사진을 찍어 달라는 위구르 가족과 양 떼를 모는 아이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오늘의 목적지인 잉지사[Yengisar / 英吉沙(영길사)]에 도착하였다.


처음 이 마을을 알게 된 것은 터키 배낭여행 당시 이스탄불 작은 식당에서 만난 중국계 터키인 주방장 아저씨를 통해서였다. 요리하는 사람들 대부분 개인 칼을 하나씩은 소장하거나 사용하는데, 주방장 아저씨는 자신의 칼이 중국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치는 마을의 칼이라며 침을 튀어가며 이 마을과 이 마을에서 만들어 지는 칼을 극찬하였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칼이기에 입에 침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극찬할까? 터키 여행 이후 늘 궁금했던 이유였기에 서둘러 짐을 풀고 가까운 상점에 들어가 옌지사르 칼을 살펴본다.

' 도(刀)를 아십니까? '
' 아니요. 잘 모르는데요 '

' 하나 추천해 줄까요? '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는 이방인에게 다가와 칼을 추천해 주는 직원. 이미 많은 이방인이 이곳을 지나갔는지 살짝 어설프지만, 영어가 술술 나온다.


' 이곳의 칼은 모두 수공업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같은 물건이 거의 없지요. 제품이 좋아 다른 도시는 물론 구라파(유럽)에서도 최고의 칼로 손꼽힙니다. '

이곳의 칼을 설명해 주는 직원의 표정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이유도 그럴 것이 이곳의 칼은 오래전부터 강도가 뛰어난 철로 고품질의 칼을 만들었고, 손으로 손잡이는 물론 직접 장식하는 옛 전통 방식이 그대로 내려오고 있어 기계로 만드는 다른 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칼이라고 한다.

장인들의 노력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


중앙아시아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 본 듯한 칼의 모습이지만 자세히 보니 칼 하나하나가 모두 생김새가 다르고 예리하다 못해 위험할 정도로 칼날이 날카롭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듯한 인상적인 외형.

머나먼 실크로드 여정을 떠나는 상인들에게 때로는 자신을 지킬수 있는 보호 도구로 때로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도구로 사용이 가능한 칼. 어쩌면 이곳의 칼은 실크로드와 옌지사르의 장인들이 만든 걸작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옛 전통을 고수하는 잉지사(옌지사르) 사람들. 단단하면서도 날카롭고 화려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옛 장인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기에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처음 이곳을 소개해준 주방장 아저씨 말 그대로 이곳의 칼은 그야말로 최고 중 최고가 아닐 수 없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라지는 옛 전통 방식. 편리한 새로운 방법도 좋지만 오랜 전통에는 많은 장인의 노력과 경험 그리고 비법이 숨 쉬고 있다.

전통 음식은 물론이오 한옥과 심지어 한글까지 변화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우리나라.  작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작은 마을 옌지사르처럼 새로운 것도 좋지만 지킬 것은 지키고 계승할 것은 소중히 계승한다면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대한민국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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