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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세상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도로를 달리다.

 

세상에서 가장 높고, 위험하고, 아름다운 도로. 카라코람 하이웨이(KKH).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 여행의 출발지인 카슈가르에서 중국 비자 연장과 파키스탄의 현지 상황으로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던 구간(이슬람마바드 - 소스트)중 일부를 돌아보기로 하고 파키스탄으로 향한다.


어제 만난 국제버스 기사와 출발일 아침 9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 터라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는데,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기름을 넣으러 갔겠지' 생각하고 기다린 지 1시간. 시간이 지나도 버스는커녕 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한 대의 버스로 양국을 오가는 국제버스. 오늘 타지 못하면 최소 2일은 더 머물러야 하기에 도로 한쪽에서 애타게 버스가 나타나길 기다리는데, 어제 만난 기사가 생뚱맞게 봉고차를 타고 나타나, 빨리 타라며 재촉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 화도 나지만 무엇보다 기사를 만났기에 버스를 탈 수 있는 상황.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 묻기도 전에 우리 때문에 버스가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둘러 차를 몰아 이미그레이션에 내려주고 따라 들어와 출국 수속을 도와주며 서둘러 버스에 태운다.

배낭돌이 여행 팁) 타쉬쿠르칸 마을 한쪽에 이미그레이션이 있다. 이곳에서 국제버스를 이용할 여행자는 베이징시각으로 오전 9시에 이미그레이션 입구에서 국제버스표를 사고 출국 신고 후 대기 중인 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타쉬쿠르칸 국경은 외국인은 국제버스 운행이 없는 날에는 여행사 차량 외에는 출국이 불가능하니 출발 전날 미리 버스 일정을 확인하길 추천한다. 버스 탑승 전에는 물과 간식거리는 필수.


' 시간이 되어도 안 나오길래 출국 신고하러 먼저 왔어 '

이곳은 위치상 베이징과 2시간이 차이가 나지만, 중국은 전국을 베이징 시각으로 사용하기에 이 지역에서는 시간을 말 할 때 베이징시간 혹은 신장 시간을 구별해 사용한다.

기사의 말을 들어보니 어제의 9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면서 여행자인 나는 이곳 시각인 9시 30분에 약속 장소로 나갔고, 기사는 나보다 2시간 빠른 북경 시각인 9시 30분에 장소로 나와 서로가 엇갈렸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기사의 도움으로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길. 아침에 있었던 일을 잊으라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만년설로 뒤덮인 고봉을 가리키며 '저 산을 넘어간다' 며 농담을 던진다.

쿤제랍 고개를 넘으면 파키스탄! 


해발 8,611M인 케이투(K2)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와 파마르 고원을 지나 티베트 고원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산 줄기 카라코람 산맥. 인간의 힘으로는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이 거대한 산맥을 넘어 파키스탄과 중국을 연결한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도로인 카라코함 하이웨이를 개통하였다.

중국 국경을 지나 파키스탄으로 가는 길.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지만 아름답기로 소문난 도로인 만큼 창밖의 풍경이 마치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한 자연 모습이 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저 멀리 있던 산들이 조금씩 앞으로 다가오더니, 이내 버스는 몸을 누이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몇 차례 군인들의 검문을 제외하고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다시 출발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의 급경사. 마지막 검문소를 지나 터질듯한 엔진 소리를 내며 위로 달리던 버스 앞창으로 오르막길의 끝을 알리는 쿤제랍 패스가 시야에 들어온다.

해발 4,693미터에 위치한 쿤자랍 고개(Khunjerab Pass). 이 고개를 중심으로 서남쪽은 파키스탄이 동북쪽은 중국이 도로 공사를 담당한다. 카라코함 하이웨이의 가장 높은 지역이자 양국의 지역을 구분하는 국경으로 이 고개를 넘으면 중국이 아닌 파키스탄령이 시작된다.

배낭돌이 여행 팁) 타쉬쿠르칸을 지나 쿤제랍까지 2~3번(중간에 들리는 세관에서는 탑승자 전원이 하차하여 x-ray 짐 검사를 한다.) 군인과 공안 검문이 있는데, 예민한 지역이라 사진을 찍으면 메모리 카드를 빼앗거나, 사진 전체를 지우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조금 안타까운 것은 같은 시간 공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쪽은 아스팔트 포장이 완료되었지만, 파키스탄 쪽은 아스팔트는커녕 길 상태가 최악이다. 해발 4,693M에 서로의령을 건물로 구분하고, 양쪽의 군인들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듯 입구를 왔다갔다하며 느슨한 경계를 하고 있다. 

' 외국인 있는데 사진 좀 찍고 가면 안 될까? '

국경을 알리는 건물 사이를 지나며 창밖의 중국 군인에게 기사가 부탁을 해보지만 다소 거만하게 보이는 중국 군인은 빨리 가라며 손짓을 할 뿐 귀찮은 듯 말조차 섞으려 하지 않는다.

타쉬쿠르칸 국경을 지나면 파키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까지는 국경이 없는 지역이기에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는 군사 허가증이 포함된 허가증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기에 아쉽지만 포기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대화를 듣고 있던 파키스탄 군인이 잠시 쉬었다가 가라며 호의를 베푼다.

보고 있어도 믿을 수 없는 카라코람 풍경.


파키스탄 군인의 호의로 차에서 내려 바라보는 카라코람 산맥. 날씨가 좋지 않아 파키스탄의 많은 산을 뚫고 타클라마칸 사막의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는 중국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매섭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나를 흔드는 강한 바람. 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자연 그대로의 풍경에 빠져 허락된 5분이라는 시간 동안 눈과 마음 가득 자연의 웅장함을 새겨넣는다.


호의를 베풀어준 파키스탄 군인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차에 올라 버스의 종착지인 파키스탄 국경마을 소스트로 향하는 길. 지금까지 달렸던 미끄한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안전장치 하나 없는 비포장도로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침대칸이라 발을 뻗어 몸을 고정하고 누워 있을 수 있지만, 바위가 많아 쉬지 않고 흔들리는 놀이 기구를 탄 듯한 느낌. 무엇보다 참긴 힘든 건 지루한 승객들을 위해 틀어놓은 알아들을 수 없는 그리고 정신없는 파키스탄 영화가 나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하지만 힘든 시간 속에서도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고개를 들지 않고서도 보이는 만년설이 덮인 고봉의 모습에 가슴 깊이 한숨을 내뱉으며 '안녕'하며 인사를 건넨다.


보고 있어도 믿어지지 않는 이곳의 풍경. 흔들리는 차 안에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좁은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고 쉬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기사가 곧 길이 안 좋아지니 창문을 닫고 안전하게 누워 있으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전해준다.

아찔한 구간을 폭주하는 버스 그리고 들려오는 굉음


기사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시작되는 자연의 길. 한쪽으로는 만년설에서 녹아내린 차가운 물이 흐리고 그 옆으로 버스는커녕 승용차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 보이는 아찔한 길이 시작된다.

옛 티베트 차마고도 여행 시 지났던 동티베트 구간보다 더 좁아 보이는 도로. 차마고도와는 달리 도로 옆이 낭떠러지는 아니지만, 빠른 물살과 무엇보다 버스 무게로 무너질 듯 보이는 허술한 흙벽이 나의 모든 신경을 자극한다.


다소 긴장한 필자(배낭돌이)와는 달리 익숙한 듯 좁은 길을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아저씨. 뭐가 그리 바쁜지 브레이크보다 액셀을 더 밟는 아저씨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는 듯 심장이 철석 내려 왔다 올라가기를 반복한다.

' 맨날 오는 길인데, 조금만 가면 큰 길 나와 '

몸의 온 신경을 바짝 세워 운전해도 큰 버스가 지나갈 수 있을까 말 까한 지금의 상황에서 여유롭게 담배까지 피우며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하는 기사 아저씨. 아침 약속부터 엇갈려서 그런지 그의 행동이 불안할뿐이다.

멈추어 버린 버스, 해는 점점 지고 있는데…….


차라리 보지를 말 것을. 이 구간에서 자연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상석(운전기사 뒤 1층 자석)에 앉은 터라, 계속되는 아저씨의 폭주에 봉을 잡고 있는 손에 땀이 흥건하다.

아저씨의 자신감에 버스도 화가 난 듯 버스 바퀴에서 들려오는 고통의 소리. 조금씩 소리가 커지더니 금방이라도 바퀴가 빠져 버릴 듯한 굉음이 들려온다. 다행히 바퀴가 잘 버텨주어 좁은 길을 벗어나 큰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멈추어선 버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담배를 피우며 액셀을 밟던 기사 아저씨가 당황한 표정으로 서둘러 차에서 내려 구석구석을 살핀다.

빨리 원인을 알지 못하면 해가 져 조명 하나 없는 이 구간을 지나갈 수 없는 최악의 상황. 하지만 기사 아저씨는 좌우로 고개를 저으며 이유를 찾지 못하고 애꿎은 타이어만 발로 차고 있을 뿐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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