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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일본 북부 겨울 자전거 여행

일본인이 극찬한 맛집. 줄서서 먹는 이유가 있었어.

돈이 아깝지 않은 오사카 맛집. 챔피언 등급 소고기는 물론 김치도 직접 담가.


자전거로 돌아보는 일본 겨울 여행. 인천에서 일본 오사카로 입국해 겨울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막바지 여행 준비를 마무리하고 자전거 여행의 출발지인 홋카이도 삿포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거나 떠나는 여행자라면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마지막 만찬. 특히 겨울에는 체온이 쉽게 떨어지고 체력 저하도 빨라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 하는 게 좋다.

오늘 선택한 메뉴는 소고기. 오사카에서 태어나 50여 년을 오사카에서 살아온 가미야마상이 입에 침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고 추천한 오사카 한 식당으로 향했다.

일본의 자랑 고베규(와규). 그것도 챔피언 등급 고기를 만나다.

길게는 아니지만 약 1년 정도 오사카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단돈 20만 원을 들고 오사카 장기거주(어학연수)를 온 필자(배낭돌이)는 하루 4시간의 수업 시간을 제외하곤 오사카 시내에 있는 소고기 전문점에서 하루 12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계속되는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나의 몸은 지쳐갔지만, 나 스스로 선택한 고행이었기에 정신만은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소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 하루 정해진 양만 받아 파는 가게였기에 마감이 가까워지면 남은 고기를 밤참으로 주었는데, 그 맛이 얼마나 기가 막힌 지 먹는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나에게 둘도 없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덕분에 15kg 이상 몸무게가 늘었지만...

미야마상과 함께 들어간 작은 식당. 전철역에서도 멀고 사람도 많이 다니지 않은 외딴 골목에 불구하고 길게 늘어선 손님들로 가득하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오늘의 고기 품질을 이야기하는 주인장. 오늘 식탁에 올려지는 고기는 일본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한 고베산 소고기로 등급은 ++A보다 상급인 챔피언 등급이라 한다.

말로만 듣던 챔피언 등급의 고베규. 잘은 모르지만, 챔피언 등급의 소고기는 고급 식당에서도 팔고 싶어도 수량이 많지 않아 구하기조차 힘든 그야말로 최상의 고기이다.

일본 소고기를 맛있게 즐기고 싶다면 시오탄부터.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하고 시작된 마지막(?) 만찬. 불판에 올려질 첫 메뉴로 일본에서 놓칠 수 없는 고기 부위인 시오탄을 선택했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 부위를 알고 놀라고 맛에 놀란 시오탄. 시오탄은 탄(혀)을 시오(소금)로 간을 한 것인데 소나 돼지의 혀를 구이로 먹지 않은 한국인은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화로에서 살짝 구워 레몬에 찍어 먹는 시오탄은 기름기를 뺀 훈제처럼 씹히는 맛이 기가 막히다.

일본 여행 중 한 번 맛을 본 여행자라면 한국에서도 찾을 정도로 묘한 중독성이 있는 시오탄. 기름기가 많은 다른 부위와 양념 고기를 먹기 전 거품이 기가 막힌 일본 생맥주와 함께 맛보길 추천한다.

입에서 살살 녹는 로스와 하라미, 돈이 아깝지 않아.

시오탄 다음으로 선택한 부위는 바로 로스아 하라미. 한국 부위로 풀면 로스 = 등심, 하라미 =  안창살인데 특이하게도 일본은 같은 부위라도 써는 위치에 따라 최상, 상, 일반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주인장의 추천으로 우리가 선택한 등급은 최상. 한국과는 달리 얇게 썰어진 로스가 다소 이상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두께가 얇아 화로에서 단 5~10초 면 양면을 익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소고기 본질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각자 한 조각씩 화로에 올려 익혀 먹는 로스와 하라미. 한우 맛도 기가 막히지만,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베규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나는 물론이오, 함께 온 모두가 감탄하는 고베규. 먹으면 먹을수록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이 기가 막힌다.

씹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 호르몬(내장 구이)

시오탄과 로스, 하라미로 소고기의 육즙과 맛을 느꼈다면 다음은 씹는 맛이 일품인 호르몬(내장) 부위가 제격이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 한 번 맛보곤 주변 음식점을 하는 지인에게 추천했던 메뉴인데, 소의 내장을 양념해 화로에 올려 잘 익혀 먹으면 씹는 맛은 물론 내장 특유의 육즙과 냄새에 반해 맥주를 무한으로 들이키게 된다.

맥주 안주로 술안주로 인기가 많은 미노(소의 첫 위 부분) 거기에 일본 특유의 방법으로 손질한 대창 호르몬은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인기가 좋은 추천 부위이다.

줄 서서 먹는 식당의 비밀은 바로바로...

최상급 고기를 사용해 맛도 기가 막혔지만, 무엇보다 이 가게의 매력은 손님을 먼저 생각하는 주인장의 마음에 있었다.

불과 6~7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식당에서 김치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는데, 한류의 열풍으로 일본 식당에도 김치 열풍이 불어닥쳤다. 하지만 대부분 가게는 시장 혹은 봉지에 든 맵고 짠 김치를 사용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 식당은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재료로 주인장이 직접 담근 김치를 상에 올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기 구매 역시 주인장이 직접 고베까지 가 비싸더라도 최고의 품질을 사오는 것은 물론 손질과 보관, 숙성 과정까지 주인장이 직접 확인하며 음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맛도 맛이지만 주인장의 정성이 느껴져 더욱 인상적이었던 식당. 한국에서 먹는 가격보다 약 1.5배는 비싼 가격이지만 식당을 빠져나오며 정말 괜찮은 저녁 식사였다 서로에게 이야기했다. 최고의 품질을 최고의 방법으로 제공하는 주인장의 정성과 노력. 그것이야말로 최고급 고기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비법이 아닐까?

기대 이상의 맛과 주인장의 정성으로 에너지도 즐거움도 한가득 충전했다. 내일이면 본격적으로 시작 되는 겨울 일본 자전거 여행.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오늘의 만찬을 떠올리며 힘차게 페달을 밟으리라 다짐한다.

가게정보 : 松竹亭新館 (미도리바시역 도보 8분) 전화 : 06-6976-8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