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여행 후기/서티벳 오프로드 여행

서 티베트 여행을 통해 소통을 배우다.

 

라싸를 출발, 우정공로(Friendship Highway)를 달려 올드 팅그리를 지나 오프로드 길을 따라 서 티베트로 향한다. 작은 마을 사카에서 도로 공사로 인해 통행이 불가능 하다는 정보를 듣고 새벽부터 달려 도로 공사를 피해 오늘의 목적지로 향한다.

도로 공사로 인해 일찍 출발하면서 만나게 된 티베트의 황홀한 일출. 계속 되는 오프로드로 조금은 지친 나에게 따듯한 빛과 그림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행복 기운을 전해주었다.
일출을 볼 때만 해도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들과 그 위를 떠다니는 흰 구름. 그림으로만 보던 그 모습 실제 내 앞에 있지만, 내가 보는 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이들 정도로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흔들림이 많이 줄어든 자동차. 우리가 나아가는 앞길을 살펴보니 아스팔트로 덮힌 도로는 아니지만 돌을 치우고 평평하게 만들어 놓은 도로가 길게 뻗어 있다. 도로 공사로 인해 길을 막는다고 하던데, 비포장 도로가 아닌 조금은 편안한 도로를 달리고 있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창밖을 보며 가는 나에게 저 멀리 총총 걸음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몇 마리의 새가 시야에 들어온다. 혹 저 새들이 히말라아 산맥을 넘는다는 인도기러기[bar-headed goose]인가? 달리던 자동차를 세우고 조금 더 가까이에서 그들의 모습을 담아보고자 조심 또 조심하며 그들에게 다가간다.

55mm 렌즈를 끝가지 당겨 새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조금씩 앞으로 다가 간다. 멀리서 보았을 때와는 달리 검은 몸통에 흰 날개를 가지고 있는 새. 아쉽게도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네팔과 티베트를 오고 간다는 인도기러기[bar-headed goose]는 아니지만 온통 산으로 둘러 쌓인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신기할 뿐이다.
앞으로 다가갈수록 더 멀어지는 녀석들. 나의 움직임을 어떻게 느끼는지 한 발 앞으로 가면 총총걸음으로 3보 이상을 뒤로 또는 옆으로 간다. 계속 멀어져만 가는 그 녀석들. 카메라로 담아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계속 나에게서 벗어나는 녀석들의 모습이 눈에 걸려 카메라를 어깨에 걸고 자동차로 발걸음을 옮긴다.

새의 모습을 담고 싶은 나의 욕심에 앞 차들과 제법 거리가 생겨 따라잡기로 하고 속도 페달을 밟는다. 언덕을 넘어 내리막길이 시작 되면서 이제 속도 좀 나겠구나 생각했는데, 저 앞에 우리보다 먼저 출발을 한 다른 차량들이 정차가 되어 있다.

자동차 가장 끝에 차를 세우고, 차량에서 내려 무슨 이유인가 선두 차량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도로 공사로 인해 길을 막는다고 하더니 이제부터 시작을 하려는 듯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도로 한 가운데를 끈으로 통제를 해 놓았다. 정확하게 어느 구간부터 길을 막는지 알 수 없어 이른 새벽부터 출발을 했는데... 불만을 토해보지만 길을 통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군인은 꼼작하지 않고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끈을 더욱 탄탄하게 묶는다.
이런 군인의 모습이 익숙한 듯 티베트 기사아저씨들이 다가가 담배도 권해보고, 돈도 찔러 넣어보지만 넙죽 받기 만 할뿐 묶어 놓은 끈을 풀어주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를 가로 막은 저 끈을 풀어버리고 달려가고 싶지만 전화조차 되지 않은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왕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 거 밥이라도 해 먹자는 생각에 한쪽에 자리를 깔고 식사 준비를 한다. 혼자 여행을 즐기는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상식량. 한 커뮤니티에서 오랜 시간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만큼 비상시에 해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으로 전투 식량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봉지를 뜯고 그 안에 물을 넣으면 화학 작용으로 물이 끊기 시작하고, 그 온도로 인해 내용물은 바로 먹을 수 있는 비빔밥으로 변신을 한다. 군대에서 창고 안에서 보던 전투 식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진속의 비상식량은 여행자를 위해 다양한 맛으로 출시가 되었다고 한다.
봉지를 뜯어 건조된 재료에 마실 수 있는 물을 살짝 넣고, 고추장을 푼 다음 지퍼로 잠그고, 또 다른 봉지 안에 내용물이 담긴 봉지를 넣고, 물을 부으니 화악작용으로 연기가 나면서 물이 끊기 시작한다. 부글 부글 끓어 오를 정도로 강한 열기를 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입이 절로 벌어진다.

한참동안을 끊고 있는 봉지만 바라보다 주변을 살펴보니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나 싶을 정도로 티베트인들이 나를 둘러싸고 끓고 있는 비상식량을 바라보고 있다.
호기심이 많은 티베트인들이지만 내가 다가가기 전에는 나에게 다가 오지 않았던 그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내 주변에 모여들어 끓고 있는 봉지를 보고 있는 티베트인들을 보니 그 모습이 조금 신기하다. 내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을 부러워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티베트인들 앞에서는 많은 것을 숨기려 했을 때와는 달리 내가 다가가지 않아도 나의 곁으로 다가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티베트인들.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 만든 고정관념으로 나를 보여주기보다는 늘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만 바랬던 그때와는 달리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 속에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모두가 하나 되어 기다렸던 비상식량. 그 안의 내용물이 더욱 궁금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빨리 열어보길 희망한다. 봉지에서 꺼내 지퍼를 여는 순간 그 안에 가득 찬 뜨거운 김이 터져 나오면서 나는 물론 구경을 하던 티베트인들 모두 봉지 안의 내용물이 궁금해 숨을 죽이고 내용물을 확인한다.

잘 조리가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건조되어 있건 그 모습과는 달리 제법 밥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비상식량. 지퍼를 최대한 열어 결과를 기다린 티베트인들에게 보여주니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지켜 세운다.
내친김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중국에서 구입 해온 스피커를 꺼내 MP3와 연결을 하여 한국의 음악을 틀어 티베트인들에게 들려준다. 처음 보는 기계와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처음 듣는 한국 노래가 신기한 듯 한참을 서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한국 음악을 듣는다.

한 곡이 끝날 때까지 모두 숨죽여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곡이 끝날 때까지 아무말 없이 듣고만 있던 티베트인들이 곡이 끝나자, 스피커로 달려들어 무슨 노래인지. 무슨 말인지 지금까지 들은 한국 노래에 대해 궁금한 것을 하나씩 풀어 놓는다. 언어의 장벽으로 손짓과 발짓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서로의 궁금함에 최선을 다해 소통하려는 모습이 그 어떤 만남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임에 부족함이 없다.
내가 정한 고정관념으로 늘 그들에게 나를 보여주기보다는 나를 숨기고 그들의 모습만 보여 달라고 했을 때와는 달리 서로 웃으며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소통하는 시간을 보내며 ' 티베트인들을 위해서 이렇게 해야지 '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은 나의 생각일 뿐 그들의 생각을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닿는 시간이 되었다.
‘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 , ‘ 저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은 보이면 안돼 ’ 라는 내가 가지고 있는 틀로 인해 소통은 단절이 되고 단절된 소통으로 그 사람과 멀어지게 된다. 티베트인들에게는 나의 모습은 보여주면 안될거야 하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비상식량과 한국음악을 통해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듯 내가 생각하는 틀을 깨면 깰수록 많은 사람들과의 더 많은 소통은 할 수 있지 않을까?

P.S 고산이라 끊는점이 낮아져서 일까? 기대했던 비상식량이었지만 세 숫가락 이상을 먹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고산 지대가 아닌 국내에서 맛보고 싶다.
 
블로그 소식 : 배낭돌이의 부족한 글과 사진에 많은분들의 리플과 추천버튼을 통한 응원 감사합니다. 내일도 서 티베트 여행이 계속 됩니다. 예고편) 길을 가로 막는 중국 군인들 [원고 작업으로 찾아 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리가 되는데로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많은 리플 남겨주신 지인블로거, 방문자분들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혹 아직까지 배낭돌이의 여행기 구독을 안하신 분들은 하단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배낭돌이 여행기 포스팅은 계속 됩니다. 본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하단의 추천 버튼을 거침없이 눌러주세요. 다음 사용자는 이곳을 클릭하시면 다음뷰에서 편하게 받아 보실수 있으며, 네이버 사용자는 이곳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