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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여행 후기/서티벳 오프로드 여행

중국 군인을 피해 종바 초원을 달리다.

 

막혀버린 길을 바라보고 한참을 그 자리에서 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티베트 사람은 물론 여행자 모두가 화가 나는 상황. 도로 공사를 이유로 길을 막아 놓고 작업을 하는 중국 군대가 조금은 이해가 되지만, 티베트 인들에게 욕을 하고 화를 내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화가 난다. 언제쯤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저 멀리 티베트를 바라보며 화를 억누른다.
한참동안을 그곳에 서서 누군가라도 와주기를 기다린다. 병사 또는 간부라도 와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공사가 길어지면 가까운 마을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할 것이고, 곧 길을 열어준다고 하면 이곳에서 기다리면 될 것을. 누구 한명 기다리고 있는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 길을 막아 놓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시간이 지나서 드디어 나타난 차량. 아쉽게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부대의 차량이 아닌 일부 도시를 연결하는 공용버스이다. 우리를 막고 있는 저 앞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티베트인들과 우리는 막아 놓은 길을 넘어 오는 버스를 잡고 저 앞에 작업이 진행이 되고 있는지를 물어본다.

‘ 티베트 인부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 일부 구간만 하고 있어서 가도 상관없다. 군인이 있으니 옆길로 가다가 도로로 올라가라 ’ 라며 우리에게 앞 상황과 조언을 해주고는 저 멀리 사라진다. 
버스 기사의 말을 듣고 주변에 모인 차량 기사들이 모여 간이 회의가 시작 되었다. 티베트인들만 공사를 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중간 중간 군인이 위치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사를 기다릴 수 없어 우리 차량 기사님들이 다 함께 가자며 제안을 했다.

‘ 설마 다 함께 가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 ’ 여행자인 우리는 생각했지만 티베트인들의 생각은 그렇지 못했다. 군인들이 막아 놓은 길인만큼 이 길을 가다가 걸리게 되면 문제가 되는 상황. 힘이 없는 티베트인들은 무엇보다 무력을 쓰는 중국 군인들이 무서워 우리의 제안을 피하는 눈치이다. 싫다고 하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수는 없는 것. 아쉽지만 그들과 인사를 하고 도로 옆 초원으로 출발을 한다.
도로가 있지만 막아 놓은 만큼 길이 없는 부분만 도로를 이용하기로 하고, 되도록 도로 옆 초원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바로 옆으로 도로가 보이면서도 달리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 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나마 초원이 평탄해 지프차가 달리는데 문제가 없지만, 차량을 모는 기사님의 얼굴 표정이 좋지 않다. 무엇이 그렇게 이들을 두렵게 만다는 걸까? 자신의 고향이자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막아 놓은 길을 달린다는 이유로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에 미안함과 중국 정부의 분노가 뒤섞여 주먹을 쥐게 만든다.

도로 옆 초원을 따라 달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멈추어 섰다. 초원으로 달리면서 처음으로 나타는 사람들. 우리에게 차에서 내리지 말라며 손짓을 하고, 차에서 내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상황을 살핀다.
한참을 살펴보던 기사님이 뒤에 있는 차량 기사들에게 가보라며 손짓을 한다. 뒤에 있던 젊은 기사님이 모는 차량 두 대가 우리 차량을 지나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차량을 몰고 가 한쪽에 세운다.

군인인가? 티베트 인부인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차량 근처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참을 나누더니 뒤에 있는 우리 차량을 오라며 손짓을 한다. 차량을 부르는 것으로 봐서 군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한다.

도로 공사 구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 티베트 인부. 막아 놓은 길을 지나 온 우리에게 앞에 군인이 있다며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있다며 자세하게 길을 알려준다. 먼지로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티베트인부는 우리가 걱정이 되는지 몇 번이고 길을 설명해 준다.
우리가 걱정이 되는지 몇 번이고 길을 설명해 주는 티베트 인부가 너무 고마워 가방 한쪽에 넣어놓은 사과를 건네며 감사함을 전하고 알려준 길을 따라 빠르게 이동한다.

정해진 도로가 있지만 앞에 군인이 있어 갈 수 없는 상황. 평소라면 초원으로 차량을 몰고 갈 수 없지만 다행이 ‘ 비가 오지 않아 그곳으로 갈 수 있을 거야 ‘ 라며 초원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준대로 작은 언덕을 넘어 종바 초원으로 향한다.
길도 아닌 길을 따라 언덕을 넘는데 길이 미끄러워 쉽지가 않다. 차량에서 내려 차량을 밀고 당겨 겨우 올라간 언덕. 겨우 올라오긴 했지만 내려가는 것도 문제이다. 최대한 천천히 부드럽게 내려가려 하지만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워 눈 덮힌 언덕을 썰매로 내려가듯 빠르게 언덕을 내려온다.

놀이기구를 타는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 내려온 언덕을 돌아보니 웃음만 나온다. 한참을 웃고 주변을 돌아보니 정면은 물론 눈에 보이는 모든 부분이 초원이다. 서 티베트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는 넓은 초원 종바 초원.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과 그 위에 풀을 뜯고 있는 야크의 모습에 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눈으로는 물론 카메라로도 담을 수 없는 넓은 종바 초원. 수 많은 산으로 둘러쌓인 이곳에 말도 안 되는 초원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넓은 그 모습에 또 놀라고, 그 위에서 그림같이 그 모습에 또 한번 놀라 감탄사를 연발한다.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많은 초원을 보았지만, 이렇게 넓고 그림 같은 초원의 모습은 처음이다. 그림보다 아니 머릿속에 그리는 상상 이미지보다 더 아름다운 그 공간. 카메라로 연신 그 모습을 담아보려 하지만 내가 본 그 초원의 모습의 10%로 담지 못하는 이 현실에 속이 상할 뿐이다.
넓은 초원에 넋이 빠져 멍하니 앉아 있는 우리에게 티베트 꼬마 아이가 달려온다. 야크와 함께 이동을 하던 꼬마 녀석들이 초원으로 정차되어 있는 차량으로 달려왔지만 막상 외모가 다른 우리를 보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서 우리를 지켜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몇 번이고 입을 열어보려 하지만 외모는 물론 생김새가 다른 우리가 두려운지 말을 하지 못하고 한참을 가만히 서 있는 아이들. 넓은 초원을 야크와 함께 다니며 생활하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티베트에서 보았던 꼬마들과 달리 조금은 특이한 옷을 입고 있다
멀쑥하게 서 있는 녀석이 귀여워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던 기사님이 티베트 말로 인사를 건넨다. 주변 마을에 살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야크와 함께 초원에서 생활을 한다는 꼬마. 초원을 달려가는 차량이 궁금해 달라왔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어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기사님과 티베트 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은 편안해 졌지만 외모가 다른 우리가 어색한지 미소를 보여주지 않은 꼬마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한참을 우리 곁에 앉아 넓은 종바 초원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초원을 향해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어 대는 내 모습을 신기해하며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는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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