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5 08:13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 왜일까?


자전거 여행 후기/일본 북부 겨울 자전거 여행





비즈니스맨이 이용하는 호텔에 만화책을? 터널 속 정류장 왜 만들었을까? 


아키타에서 니가타까지. 느린 기차에서 보낸 6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창밖의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 많은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몇 몇 여행자 그리고 느리지만, 묵묵히 목적지로 향하는 기차에서 언제나 그리웠던 여유를 마음껏 즐겼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덜컹덜컹. 키이익. 기차 내부는 고요했다. 들리는 소리는 창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과 힘이 부친 듯 요란하게 굉음을 질러대는 엔진 소리가 전부였다. 창 밖으로 하나둘 도시가 가까워졌음을 알리듯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쉬지 않고 달리던 기차는 어느새 종착역 일본 니가타 역 플랫폼으로 빠르게 들어가고 있었다. 

비 내리는 일본 니가타. 묘한 이 기분.

묘한 이 느낌 공허함. 내가 느낀 니가타의 첫 느낌은 그랬다. 6시간 동안 느린 기차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 터라 온통 네온사인이 비추어진 니가타 모습이 다소 어색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보던 하얀 세상과는 달리 어둠이 깊게 깔리고, 겨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같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와 눈이지만 그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을 반사하는 백설기 같은 눈은 차갑지만, 나의 가슴은 따듯하게 감싸주고, 형태조차 알 수 없는 빗줄기는 세상의 모든 것을 물로 채우듯 나의 마음을 공허함으로 가득 채웠다.

여행 중반기를 달리고 있는 시점. 잠시도 쉬지 않고 내리는 빗줄기와 하나 둘 쌓이는 공허함을 달래며 깊은 밤을 보냈다. 보고 싶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

느린 여행.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금방이라도 세상이 무너져 내릴 듯 하늘은 밤새 요동쳤지만, 어김없이 아침 해는 세상을 비추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이들을 만날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 내리쫴는 따듯한 햇살은 나의 가슴을 정복한 공허함은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설렘과 즐거움이 나를 미소 짓게 하였다.

오늘은 니가타에서 도야마까지 이동한다. 어제 기차에서 본 창밖의 풍경을 더욱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일부 구간을 기차가 아닌 버스를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좌석은 버스 맨 뒤 편. 좌석이 넓기도 하지만 첫 차량부터 부지런히 닦아 놓은 스크린 같은 넓은 창을 통해 일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지난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1시간. 길지 않은 이동 시간이었지만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야기하고 싶다. 기차보다 흔들림도 소음도 심했지만, 스크린으로 보는 그곳의 모습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익사이팅 그 자체였다.

24년 전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레이스는 시작되었다. 집에서 생활할 때와는 달리 빨리 빨리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기 시작했고, '빨리'와 '경쟁'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때쯤 느림이라는 단어는 점점 잊혀갔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는 현대 사회가 만든 틀에 로봇처럼 맞추어진 나는 느림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러한 이유로 이번 일본 겨울 여행은 낯설면서도 설렘이 가득했다. 그 설렘은 현실이 되어 그간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즐거움을 선물해주었다. 빠르진 않지만,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많은 이들을 만난 느린 여행. 인생을 정의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느려도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부럽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

버스에서 내려 느린 기차로 환승을 했다. 환승 할 기차를 기다리며 역 내부에서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던 청년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 기차여행을 하면 이 도시락을 꼭 먹어봐야 합니다. 지역 명물이에요. 후회 안할거예요 ' 대부분 여행지에서 단골 멘트로 사용되는 소재였지만 나는 청년의 도시락을 구매했다. 이유는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일본이기 때문이다.

한·중·일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게 있어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다른 부분도 많다. 특히 여행자로서 주목하는 부분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제품이다. 같은 제품이라 해도 삼국의 차이는 확연한데 일본 기차역에서 파는 일명 특산품을 담은 도시락은 비싼 금액을 내도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내용물이 훌륭하다.

청년의 꼬임에 구매 한 1만 원이 넘는 지역 도시락. 포장은 물론이요 비싸다는 게살이 꽉 찬 도시락을 여는 행복의 환호성을 내뱉었다. 

한참을 게살 도시락에 빠져 감탄하고 있을 때 쉬지 않고 달리던 기차가 간이역에 멈추었다. 그리곤 먼저 터널로 진입한 열차를 기다리기 위해 10분을 정차한다는 방송이 나왔고, 터널 중간역에서 내리실 분은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 뭐 터널 중간역이 있다고? ' 내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길어봤자 터널인데 사람이 다니지도 않는 터널 중간에 역이 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10분을 기다린 기차는 터널 안으로 진입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3분 정도를 달린 기차는 터널 안 작은 역에 멈추어섰다.

' 왜 이런 곳에 역을 만들었지??? ' 이해가 되지 않았다. 터널 중간에 역이 있다는 것이 무척 이상했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매연으로 가득한 터널 중간에 기차 역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터널 중간역 외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니가타에서 머물렀던 작은 비즈니스 호텔 테이블 위에는 호텔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홍보물이 놓여있었는데 두께도 두껍고 가장 상단에 있던 홍보물이 바로 만화책이었다.

호텔 시설과 서비스를 만화로 그린 홍보물이었는데 페이지가 150장이 되고 전문 만화가가 만든 꽤 재미있는 만화였다. 성인이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따끔한 눈길을 주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모두가 즐겨보는 만화이지만 대부분 비즈니스맨이 이용하는 호텔에 짧은 만화가 아닌 두께가 제법 되는 만화를 준비해 놓은 일본 비즈니스 호텔에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왔다. 재미있는 건 이해하기 어려워 코웃음이 터진 일은 일본 여행 내내 계속되었다. 도대체 왜일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야마.

오늘의 목적지 도야마에 도착했다. 일본 북 알프스라 불리는 다테야마 북쪽 기슭에 있는 도시로 제법 규모가 크다. 눈이 많이 내리는지 5cm 이상 두께로 얼어 있는 도심 중심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차가 무척 인상적이다. 

특이하게 도야마는 과거에 사용하던 구식 전차도 다니지만, 무인으로 운행하는 최신 전차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도심 중앙을 가로지르는 최신 전차가 어색하긴 하지만 과거와 현재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털털털 진동이 느껴지는 구식 전차. 미끄러지듯이 무소음을 내며 달려가는 현대식 전차. 두 전차의 차이점은 많겠지만 같은 레일을 사용하고 같은 방식으로 같은 공간을 과거와 현재로 운영하는 도시 도야마가 무척 마음에 든다.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