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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일본 북부 겨울 자전거 여행

조금 이해가 안 되지만 약간은 부러운 일본 철도 JR.

기차역 내부에 흡연실이? 복잡해 보이지만 편리한 기차 타임 북까지.. 일본 철도 조금 부러워.


가깝지만 먼 이웃 나라 일본. 지리적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비슷한 것도 많지만 다른 것도 많다.

처음 일본으로 여행을 왔을 때는 뭐가 뭔지 몰랐다. 전철을 타도 지하철을 타도 노선이 워낙에 많아 머리가 아팠고, 얼핏 보기에는 정신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리 정돈이 잘 된 일본이 무척 신기했다.

몇 해 전 일본에서 약 1년간 생활을 하면서 조금은 더 자세히 일본을 알게 되었다. 그 중 일본 철도인 JR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도 보이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느림과 빠름 두 가지를 선물하는 JR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을 달리는 일본 철도 JR. 조금 이해가 안 돼?.

자전거를 이용 삿포로 - 오사카 구간을 계획하고 이곳 삿포로에 도착한 필자(배낭돌이)는 자전거로는 여행을 진행하기 어렵다 판단하고 자전거로 가려던 루트를 버스, JR, 패리 등을 이용해 여행일 이어가기로 계획했다.

갑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한 터라 부족함이 많지만, 다행히 내가 가려는 동선에 JR이 모두 다니고 있다는 것을 가까운 관광안내소를 통해 확인했기에 걱정보다는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는 설렘을 안고 삿포로에서 머물던 호텔을 빠져나와 가까운 역 신 삿포로 역으로 향했다. 

오늘 이동은 신 삿포로를 출발해 국제공항이 있는 치토세를 지나 남쪽 항구인 도마코마이까지 JR로 이동하여 버스로 갈아탄 후 도마코마이동쪽 항구에서 내려 아키타행 페리에 오르는 일정. 이동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로 예상했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상 여유롭게 이동하기로 하였다.

신 삿포로 JR역 1번 플랫폼. 어제 내린 폭설로 기차가 연착되었는지 전광판에는 10분 전 출발했어야 하는 기차노선이 신삿포로 역으로 오고 있다는 표시가 한창이다. 출도착 시간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일본 JR. 하지만 자연의 무시무시한 힘을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당해낼 수 없는 것을 보여주듯 연착이 되어 죄송하다는 방송이 끊이질 않았다.

내가 타려 했던 열차 역시 10분 이상이 연착되어 넓지 않은 신 삿포로역 플랫폼을 거닐었다. 그러다 발견 한 흡연 구역. 건물 내부는 물론 기차역에서는 흡연을 상상할 수 우리나라이기에 기차역 내부 흡연칸은 놀라운 공간임에 틀림없었다.

사실 일본 JR을 이용해 일본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출시한 청춘 18패스를 이용해 일본 전국을 여행하면서 장거리 노선에 흡연 칸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기차 역 한쪽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척 당황했었다.

지난 일본 생활 경험으로 지금이야 우리나라보다 흡연자를 위한 시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이해가 되지만 한국 여행자 대부분이 기차역 한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일본인들을 보면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사진을 찍곤 한다.

불편한 듯 보이지만 빠르고 편리한 철도 시스템.

하지만 사정을 알고 나면 왜 기차역 내부에 흡연실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일본 JR은 한 노선을 운행해도 일부 역만 지나가는 특급과 급행, 그리고 전 역을 들리는 보통 열차로 나누어지는데 내가 가려는 역이 일반 열차만 다니면 빠른 열차를 타고 가까운 역까지 이동해 보통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데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기차 편이 많지 않은 지역은 최소 2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하기에 흡연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 역시 도마코마이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급행과 보통 노선을 갈아타야 하는 상황. 출발 전 시간을 확인해 보니 치토세역에서 25분을 기다렸다 도마코마이역으로 가는 보통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조금 편안하게 만들지. JR을 처음 경험하는 한국 여행자 대부분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 이용이 많은 역을 중심으로 특급과 급행 노선을 만들어 놓아 특정 지역 집중화 현상을 해결할 수 있고,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JR에서 매년 출시하는 기차 시간표가 적힌 책을 이용하면 일반 열차로 오래가는 구간을 짧은 환승 시간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나 둘 급행 노선이 생겨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본 JR역에서 놓칠 수 없는 한가지.

신삿포로 역을 출발한 JR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적한 시골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이 이방인의 입을 자동으로 벌리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얀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는 저 산은 시코츠 호수를 품고 있는 에니와 산과 소라누마 산. 자전거로 가려 계획했던 곳이기에 아쉬움은 남았지만 멀리서나마 그 웅장한 담을 수 있어 금세 그분이 좋아졌다.

참고로 시코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은 훗푸시산과 다루마에 산까지 총 4개의 산이 호수주변에 우뚝 서 있다. 삿포로에서 시코츠 호수를 연결하는 453번 국도와 남쪽 도마코마이를 연결하는 시코츠코 거리까지. 렌터카로 이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꼭 한 번 이 구간을 지나가 보길 추천한다.

한참을 달리던 JR이 조금씩 속도를 줄이더니 급행열차에서 내려 보통 열차로 갈아타야 할 미나미치토세 역에 정차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가는 한 무리의 아저씨 군단. 호기심이 많은 나인 터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아저씨들을 따라갔는데,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도시락을 판매하는 간이매점이었다.

일본 기차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봤거나 일본 영화를 한 번쯤 보았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차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일본 도시락. 이곳 미나미치토세에는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이쿠라동(연어알 덥밥)은 물론 신선한 해산물이 들어간 맛있는 도시락이 저렴한 가격으로 팔아 다음 기차를 기다리더라도 역에서 내려 도시락을 구매하고 있다며 자랑을 했다.

보고만 있어도 맛있는 각종 도시락. 한국 기차와는 달리 달리는 기차에서 도시락과 맥주, 음료를 즐기는 것이 문화가 된 일본이기에 나 역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맛있기로 유명한 도시락을 구매해 가방에 챙겨 넣었다.

이용자를 위한 JR 철도의 세심한 배려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보통 열차로 갈아타 네 정거장을 더 가야 했다. 다음 기차 시간은 앞으로 25분. 저 멀리 설산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기차역 내부로 들어갔는데, 내부 한쪽에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한 매점이 있는 휴게실과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석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건물 내부에까지 흡연실을 만들어 놓은 것이 처음엔 이해가 안되긴 했지만, 찬 바람이 부는 기차 플랫폼이 아닌 따듯한 휴식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음에 들었고, 짧게는 10여 분 길게는 30여 분을 기다리는 흡연자를 위한 배려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JR 역마다 한쪽에 있는 관광 안내센터.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와 기차 승객들에게 기차역 주변 호텔 정보는 물론 맛집과 심지어 할인 쿠폰까지도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정말 괜찮은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빠른 열차도 있지만 느린 열차도 있는 JR. 거기에 흡연자는 물론 환승을 위해 역에서 기다리는 승객들을 세심하게 배려한 JR이 약간은 부러웠다. 물론 우리나라와 지형적 특징이 다르므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느린 기차 노선을 없애고 빠른 노선만 운영하려는 코레일의 정책이 많이 아쉽다.

삿포로를 시작으로 아키타와 니가타, 기후 현과 나고야를 지나 오사카까지 이어지는 여행길. 대중교통을 이용해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이동하는 만큼 많은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다짐했다. (to be continued)

배낭돌이 여행기는 다음뷰(이곳) 네이버(이곳) 페이스북(이곳)을 통해 실시간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삿포로 관광지 후기는 여행이 끝난 후 작성됩니다. (예고 : 삿포로 맥주의 비밀을 엿보다. 나 홀로 걷는 세계인이 손꼽은 명소 오타루. 비겁한 변명입니다.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