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4 07:46

한국시장 보다 일본 아키타 시장이 믿음 가는 이유.


자전거 여행 후기/일본 북부 겨울 자전거 여행





일본 아키타 시민 시장. 한국 재래시장보다 믿음이 가는 이유. 


벌써 알람이 울린다. 지금 나는 멍하니 어두운 10인실 룸 구석에 앉아 퉁퉁 부어오른 눈을 비비며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어젯밤 페리에서 잠들기 전 알람을 새벽 6시에 맞추었다. 아침 7시 30분에 아키타에 도착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내 생에 단 한 번인 2013년 1월 23일의 떠오르는 해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 홀로 10인실을 사용했기에 어두운 밤은 길 거라 예상했지만, 눈을 감자마자 아침이 된 듯 너무 빨리 알람이 울렸다. 그래서 고민했다. 침낭에서 빠져나와 오늘의 태양을 볼지, 아니면 하선하는 시간까지 단잠을 즐길지 말이다.

기분 좋은 아키타의 아침.

이런... 페리 구석구석을 뒤졌다. 내가 머무는 1층 칸부터 4층까지 페리 전체를 돌아다녔다. 달콤한 잠을 포기하고 씻기도 않고 카메라를 들고 나왔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외부 가판대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고 문을 다 닫아 놓은 것이다.

허무했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할 수 없었다. 마침 나처럼 한참을 고민하다 나온 듯 머리가 부스스한 직원에게 다가가 나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자전거로 홋카이도부터…. 이러다 저러다…. 처음으로 일본 배를 타서…. 내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던 직원이 귀찮았는지 문을 열고 나가지는 말고 앞에서 찍으라며 짜증이 섞인 썩소를 날렸다. 기분은 좋지 않지만 따지지 않았다. 결국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환호성과 미소 지은건 나였으니….

나는 오늘 모든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 운동장보다 큰 페리에서 유일하게 일출을 본 1인이었고, 무엇보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구간이 내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 계획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티베트 라싸 시 외각에 있는 한 유스호스텔 다인실에서 일본 여행자를 만났었는데 그 친구가 일본을 꼭 여행해보라며 일본의 명소를 소개했었다. 그 중 다른 곳은 몰라도 꼭 해보라며 권했던 일본 중서부 ~ 중부 여행. 내가 오늘 도착한 아키타부터 도야마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일본에서 가장 느린 JR로 여행해보라며 구간 구간을 침을 튀어가며 이야기한 턱에 언젠가는 꼭 가보겠다 약속했었다.

3년이 지난 오늘. 처음 계획했던 자전거는 아니지만 일본 친구가 말한 그 길을 출발한다. 과연 어떤 풍경이 나를 기다릴지 어떤 인연을 만날지는 알 수 없어도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하루다.

이른 아침 추천 여행코스 재래시장.

페리에서 내려 버스로 40분 정도를 이동해 아키타역에 도착했다. 홋카이도에 비하면 춥지 않은 날씨. 거기에 밤새 얼었던 도시를 녹이듯 따듯한 빛을 열심히 쏘아대는 태양이 상쾌한 아침을 선사했다. 물론 페리에서 봤던 그 해다.

역 내부에 있는 관광안내센터에 들려 지도를 챙겼다. 그리곤 멀지 않은 국민 시장을 가장 먼저 들리기로 하고 도심을 가로질러 목적지에 도착했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여행지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가까운 시장을 찾는다. 아침 시장은 언제나 활기차고, 모두가 출근하는 평일임에도 커다란 배낭을 메고 관광지나 도심을 활보하면 자칫 나로 인해 회사를 무단결근하는 직장인이 생길 수 있기에 내가 정한 나름 나만의 규칙이다.

이른 아침임에도 배낭을 메고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 시장을 한참 구경하는데, 이번 여행 출발이 후 줄곧 궁금하고 보고 싶었던 아키타 명물 키리단포가 눈에 띄었다. 

여행 출발 전 들린 오사카에서 가미야마상이 방문 지역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을 적어주었는데, 아키타에서 먹어보라며 이야기해줬던 키리단포는 히라가나를 보지 않고 들으면 발음하기가 어려워 아키타까지 오는 내내 수백 번 말하며 외웠던 녀석이기 때문이다.

맛있기로 유명한 아키타 쌀로 밥을 해 살짝 으깨어 어묵 모양으로 만든 별미. 먹어보기 전에는 생선이 조금 들어가 어묵 맛이 날 줄 알았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밥도 아닌 것이 떡도 아닌 것이 묘한 매력이 있는 맛있었다.

한국시장 보다 일본 아키타 재래시장이 믿음 가는 이유.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재래시장이지만 일본의 시장은 조금 다르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정신없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시장과는 달리 일본 시장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전 제품에 가격표가 붙어 있어 상인에게 가격을 물어보지 않아도 여러 가게의 제품과 가격을 비교해 구매할 수 있다.

처음 일본 여행을 왔을 때 거의 모든 제품에 가격이 붙어 있는 일본 시장을 보고 귀찮게 왜 그렇게 하지 생각했었는데 1년 동안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격이 붙어 있어 다른 가게와 비교는 물론 보이지 않는 상점 주인과의 믿음(?)으로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어수선하고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내부가 가려진 우리나라 시장과는 달리 일본 아키타 시장은 가게 전체가 오픈되어 있어 제조 과정 및 구매한 제품에 대해 손질과정까지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내가 구매한 생선은 아니지만, 손질 전 손을 씻고 깨끗한 도마를 가져와 손질하는 주인장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나도 사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 시장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아쉬움이 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먹어보자.

보고 있으면 절로 맛이 느껴질 정도로 깨끗하게 손질된 각종 채소와 과일. 일부러 막 가져온 채소라며 일부러 흙이 묻어 있는 제품을 그대로 진열해 놓고 파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신성함을 강조하는 듯 흙이 묻어 있는 채소와 바로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게 손질된 채소가 있다면 보기고 괜찮고 눈으로 상태 확인도 가능한 잘 손질 된 깨끗한 채소를 사고 싶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난다는 속담이 있다. 이른 시간부터 활동했기에 나의 체력은 한참 떨어졌고, 마침 배에서 꼬르륵 밥 달라는 알람이 울려 식당으로 가기 전 급한대로 시식 코너를 찾았다.

지역 특산품을 일시적으로 판매하는 간이 점포. 아쉽게도 맛있기로 유명한 아키타 쌀로 지은 밥은 없었지만, 그냥 먹어도 본 재료의 영양가와 맛을 느낄 수 있는 각종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침 배고 고팠겠다. 아키타 쌀과 쌍벽을 이루는 맛있는 채소가 주재료기에 눈치는 잠시 넣어두고 그 시간을 즐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행사 소식을 듣고 아침부터 찾아온 아주머니들이 여럿 있어 계속되는 나의 시식은 어떤 직원도 눈치채지 못했다. 자 그럼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아키타 밥을 먹으러 가볼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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