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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화내는 중국인, 도전하는 한국인, 미소 짓는 위구르인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끊어져 버린 다리.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출발지인 캬슈가르를 출발하여 칼의 고장 옌지사르에서 하루를 머무르고, 11개 소수 민족이 사는 야르칸트(Yarkant : 莎車 : 사차)를 지나 타클라마칸 사막이 시작되는 남도 최고의 오아시스 마을인 허톈 [Khotan, 和闐(화전), 호탄]으로 향한다.

상쾌한 오전 라이딩. 아 기분 좋다.


어제저녁 사차 시장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겨서 그런지 어제의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즐거움으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카슈가르에서 출발하여 자전거로 이동한 지 3일째. 조금이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여 마을을 둘러보고자 서둘러 자전거에 오른다.

어제와는 달리 모래보다는 나무가 많은 거리. 이른 아침 어디론가 가고 있는 위구르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 페달을 밝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를 질주한다.


타클라마칸 사막 남도 요충지이자 오아시스 마을이라는 명성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사막을 가로막은 나무로 이른 아침 라이딩이 무척 상쾌하다. 한국의 유명 가로숫길을 느긋하게 걸어가는 듯한 느낌.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위구르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조금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본다.


' 안녕~~ '
' 어디 사람이야? 어디가? '
' 한국 사람. 우루무치 가고 있어 '

계속되는 편안한 길이 조금 지루해져 지나가는 마차의 끝 모퉁이를 잡고 타고 있는 위구르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니 호기심 많은 위구르 여성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언어 능력이 제로인 필자(배낭돌이)인지라 아는 단어만 주줄이 늘어놓을 뿐인데, 서로 이야기해가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챘는지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이는 위구르 사람들. 마지막엔  힘내라는 인사와 함께 카메라 렌즈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소중한 추억을 선물한다.

얼래? 이거 한국 식 콩나물 볶음 아니야?



어제보다 100배 편안한 오전 라이딩을 보내고 도착한 작은 마을의 한 식당. 주인장에게 다가가 주문 가능한 메뉴를 물어보니 이 식당에는 폴로(기름이 많이 들어간 양고기를 넣은 볶음밥)밖에 없다고 한다.

이곳 신장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인 폴로는 위구르족에게는 주식이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데 양고기를 넣어서인지 아니면 기름을 부어서인지 알 수 없지만,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밥에 양고기를 넣고 볶은 밥으로, 처음에는 많은 기름으로 살짝 느끼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담백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 이건 서비스 '
' 고마워. 어 콩나물 무침이네 '


폴로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 테이블에 올려진 따듯한 차로 속을 달래고 있는데, 주인장이 다가와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콩나물 무침을 서비스라고 올려놓고 간다.

중국 어디서도 볼 수 있는 콩나물이지만 이곳 신장 지역에서는 처음 보고, 무엇보다 한국식으로 매운 소스에 무쳐 놓아 무척 반가운 콩나물 볶음. 반가운 마음에 음식이 나오기 전 맛을 보는데 상큼하면서도 적절하게 매운맛이 한국인의 손맛과 다르지 않아 나는 물론 맛을 본 다른 동료의 표정에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찬다.


그냥 먹으면 조금 느끼한 폴로를 매운 소스로 볶은 콩나물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평소 여행 시에도 현지 음식을 많이 먹는 편이긴 하지만 환상의 두 조합에 빠져 평소 양의 2배 이상은 먹고 나서야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낯선 말을 하면서 폴로를 먹고 있는 이방인이 신기했는지 곁으로 다가와 미소 짓는 꼬마 녀석. 평소 같으면 아이에게 인사만 건네는 나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 한참 동안 녀석의 기쁨조가 되어준다.

부실 공사로 무너져 버린 다리


맛있는 점심을 마무리하고 도로를 달리는데 얼마 가지 않아 시끄러울 정도로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요란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앞으로 다가가 살펴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다리가 무너져 하천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당황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 ㄴㅇㄹㅇㅈㅇㅁㄻ '
' ㅈㅇㄴㅁㄹㅈㅇㅈㄻㄴㅇㅁㅈㅇㅈㅇㅁ'
'ㄴㅇㅈㅁㄹㄻㄴㅇㅁㅈㅇㄻㄴㅇㄹㅇㄴㄹㅇㄹ'

무너진 다리 앞에서 화를 내며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말을 하는 중국 사람들. 가까이에 있는 청년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중국 정부에서 얼마 전 멀쩡한 다리를 부수고 새로운 다리를 놓았는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무너져 내렸고, 그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는 중국인(한족)들이 욕을 하며 화를 내고 있다고 한다.

화내는 중국인, 도전하는 한국인, 미소 짓는 위구르인


화를 내는 중국인(한족)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 어떻게든 이 고난을 지나고자 방법을 찾는데 돌아가려면 최소 50km를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아는지 화만 내고 있는 중국(한족)인들.

' 아이 시끄러워. 마땅히 방법 없는데 끌고 가보자 '

함께 온 동행이 화만 내고 있는 중국인(한족)이 시끄럽다며 표정으로 불만을 표하고, 끌고서라도 물길을 지나가자며 제안한다. 옷과 비상식량이 들어있어 물은 피해야 하지만 불만만 토하는 시끄러운 이곳이 싫었고, 무엇보다 도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해야 하는 것이 싫었기에 신발을 벗고 자전거를 끌고 물속으로 향한다.


깊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물살이 빨리 쉽지 않은 도전. 하천 중간에 자갈밭이 있어 잠시 쉬었다 가려는데 내 뒤로 당나귀를 달래가며 물길을 빠져나오는 위구르 사람들이 눈에 띈다.

반대쪽에서 화를 내며 발만 동동 굴리고 있던 중국인(한족)과는 달리 지금의 상황이 재미있는지 미소까지 지으며 가지 않으려는 당나귀를 달래가며 물길을 빠져나가는 위구르 사람들. 바로 옆 지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에게 도와줄까 라며 여유를 부리는 그들의 모습이 불평불만만 토하고 있는 중국인(한족)과는 참 대조적이다.


마차로 빠른 물살을 막아주어 어렵지 않에 빠져 나온 물길.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마차를 끌고 온 사람들을 살펴보는데 남자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다. 중국말을 모르는지 미소로 대답과 인사를 대신하는 위구르 여성들 표정에 '이쯤이야 '라는 자신감이 역력하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맞은편을 바라보는 위구르 여성. 정확하게 그 여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도전도 하지 않고 불평불만만 하며 아직도 제자리에 서 있는 중국인(화족)에게 '바보 '라고 이야기 하듯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안타까움을 토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을 모두가 알지만, 막상 고난과 역격이 닥쳐오면 즐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그 자리에서 머물게 된다는 것을 반대편 중국인(한족)은 모르는 것일까? 이후 여러 명의 위구르 사람들이 물길을 건너왔지만, 나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화를 내던 반대편 중국인(한족)은 그 자리에서 발만 구르고 있을 뿐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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