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여행 중 만난 소심한 위구르 아저씨, 웃으며 하는 말.



실크로드 여행 길에서 만난 소심한 아저씨.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출발지인 캬슈가르를 출발하여 칼의 고장 옌지사르에서 하루를 머무르고, 11개 소수 민족이 사는 야르칸트(Yarkant : 莎車 : 사차)를 지나 실크로드 교통의 요지 예청을 지나 타클라마칸 사막이 시작되는 남도 최고의 오아시스 마을인 허톈 [Khotan, 和闐(화전), 호탄]으로 향한다.

예청을 떠나 타클라마칸 사막이 시작되는 호탄으로 가는 길. 이른 아침에 출발해야 했지만 어제저녁 지도를 펴 놓고 일정을 체크하던 중 파키스탄 일정으로 계획이 차질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일정을 당겨보고 싶지만, 4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로 무리하게 되면 가장 기대했던 타클라마칸 사막 일정이 무산이 될 수 있기에 체력도 보강할 겸, 예청 - 호탄 90km 구간은 자동차를 이용 점프를 하기로 하였다.

트럭 뒤에 자전거를 싣고 호탄으로 가는 길. 마을을 빠져나갈 무렵 주유소에 트럭을 세운 기사 아저씨가 차량 대여비의 일부를 달라며 손을 내민다.

' 도착하면 줄게요.'
' 돈이 없어서 그래. 400위안만 먼저 줘 '

보통 중국에서 차량을 빌리거나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차량을 이용하게 되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부분 도착지에서 돈을 내야하는데, 아저씨가 돈이 없다며 기름값을 먼저 달라고 요청한다. 좋은 것이 좋다고 마음 같아서는 요구하는 데로 돈을 주고 싶지만, 늘 주의를 해야 하는 여행자인 만큼 아저씨에게 지금 상황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기름값을 건넨다.

배낭돌이 여행 팁) 중국 및 동남아에서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차량을 이용하게 되면 도착 후 목적지가 맞는지 확인한 후에 돈을 건네는 것이 안전하다. 혹 기름값, 통행료 등으로 일부 금액을 달라고 할 경우에는 선금을 지불했다는 영수증 혹은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불필요한 언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마을을 빠져나와 오늘의 목적지 호탄으로 가는 길.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끝을 알 수 없는 도로가 우리를 반긴다.

다행이 어제와는 달리 자동차 안에서 뜨거운 태향을 피하고 있는 필자(배낭돌이). 생각만 해도 땀이 날 정도로 더운 이곳을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로 편안하게 지나가는 만큼 몸은 편하지만, 일정 일부를 변경해야 했던 아쉬움으로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이미 벌어진 상황. 후회보다는 나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기를 나 자신에게 확신을 주고자 뜨거운 열기가 비집고 들어오는 창문을 열어 도로 주변을 살핀다.

보통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창문을 열면 아무리 더욱 지역이라 해도 바람이 시원하거나 상쾌하기 마련인데, 도로 양쪽 끝없이 펼쳐진 모래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바람이 따듯하다 못해 뜨겁다. 사람은 물론 그늘조차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길. 창문을 열 때와는 달리 서둘러 문을 닫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 아저씨 밥 먹고 가요 '
' 응 '

주유소 이후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운전만 하는 기사 아저씨. 소심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말이 없는지 알 수 없지만 곁눈질하며 우리의 행동을 살피며 다소 불편해 보이는 듯 운전을 하는 기사 아저씨 모습에 '주유소에서 내가 너무 매몰차게 했나?' 미안한 마음에 미소를 머물고 쉬었다 가자며 말을 건넨다.

얼마 가지 않아 마을 앞에서 멈춘 트럭. 차에서 내려 어제 도로에서 맛보았던 눌린 복숭아를 보며 한참을 웃고 있는데, 내 발밑으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발아래를 살펴보다 나의 시선과 마주친 녀석. 상점에서 키우는 녀석인지, 아니면 대열에서 이탈해 이곳에서 방황하고 있는 녀석인지 알 수 없지만, 파마를 한 듯한 고블고블 곱슬머리를 한 어린 양이 나의 발을 지나 상점 앞을 헤매고 있다.

이곳 신장 지역에서는 어디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이지만 도시에 사는 나에게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녀석. 녀석의 눈높이에 나의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건네며 연신 카메라로 녀석의 모습을 담아 본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내가 귀찮은지 나를 피해 상점 안으로 도망가는 꼬마 녀석. 상점에서 키우는 녀석인지 주인장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양을 몰아내기는커녕 시원한 안쪽으로 들어가라며 길까지 터준다.

녀석이 들어간 상점을 살펴보니 양고기는 물론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 녀석과의 인연도 계속 이어갈 겸 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식당 안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의 점심은 양고기와 토마토를 넣어 볶은 국수 빤미엔(拌面). 어디서나 그렇듯 신선한 채소와 토마토 그리고 매운 소스가 살짝 들어가 있어 그 맛이 기가 막히다. 한참을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맛있는 빤미엔(拌面)를 즐기고 있는데, 주유소 이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기사 아저씨가 조심히 말을 건넨다.

' 맛있어? 이게 뭔지 알아? '
' 네. 빤미엔(拌面) 최고예요. 양꼬치도 최고, 복숭아도 최고, 무엇보다 신장(위구르지역) 최고 '

' 너도 최고야. 한국인 최고 '

소심해서 그런지 아니면 주유소에서 매몰찬 나의 행동으로 그랬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낯선 이방인을 자신의 차에 태워야 했기에 우리를 경계했던 것인가?. 그제야 만난 지 3시간 만에 처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하는 기사 아저씨. 얼굴 가득 미소 꽃을 피우고 한국인을 최고라고 이야기하는 아저씨 표정과 말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어찌 되었던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밥을 먹는 소중한 인연. 식사 시간은 물론 다시 자동차에 올라 호탄으로 가는 길 내내 기사 아저씨의 미소와 한국인 사랑은 계속되었다.

배낭돌이 여행기 포스팅은 계속 됩니다.  하단의 추천 버튼(손가락)을 거침없이 눌러주시는 센스, 감사합니다. 다음 사용자는 이곳을 클릭하시면 다음뷰에서 편하게 받아 보실수 있으며, 네이버 사용자는 이곳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