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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사막에서의 캠프파이어. 정말 감동이었어.



타클라마칸 사막 2일 차. 사막에서 경험한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시간.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첫 야영 이후 생각지도 못한 현대판 오아시스에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50도가 넘는 살인 더위에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던 뜨거운 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열(熱)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 가만히 있어도 땀이 절로 흐르는 사막에서 뜨거운 라면을 경험해보니, 수박으로 조금씩 아파지던 배는 점차 나아졌지만, 안에서 새어나오는 열기로 견디기가 어려워 결국 오후 라이딩을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하고 좁디좁은 그늘에 누워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관련글 - 이열치열? 사막에서 팔팔 끊인 라면 먹어보니.)

서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동행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 하지만 점차 머리 위로 올라오는 태양으로 쉴 공간 조차 줄어드는 상황. 어쩔 수 없이 바짝 붙어 앉아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데, 저 앞으로 구름과 모래가 만든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토막이야기>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때로는 오아시스처럼 때로는 새의 모습을 하는 그림자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나만의 상상이겠지만 노란 캔버스에 구름이 그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혹 사막을 방문하는 여행자가 있다면 꼭 한번 모래 언덕에 앉아 구름이 그리는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을 닮은 모래 언덕을 조금씩 정복하는 그림자. 마치 그림 속에 명함을 새겨 넣는 듯한 모습이 계속된다. 글로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한참 동안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동료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곡선을 타고 언덕으로 향한다.

사막으로 향하는 동료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감정.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타클라마칸은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에게 속삭이며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녀석 때문에 단순히 흘려보내는 휴식시간이 아닌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새긴다. 

사막에서 뜨거운 라면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필자(배낭돌이)의 호기심에 계획에는 없었던 휴식시간이 늘어 늦은 밤이 되어서야 사막에서의 두 번째 밤(야영)을 준비한다.

해가 떨어지면 바로 앞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 가득한 사막의 밤. 하지만 적응력이 뛰어난 인간이기에 어제 경험한 사막의 어둠 속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가운데 취사 공간을 중심으로 4방향으로 텐트를 치고 사막에서의 첫날 처럼 모래 바람이 불어올까 두려워 저녁 식사 준비를 서두른다. (관련글 - 사막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일몰, 감동적이야.)

오늘의 저녁은 밥과 김치찌개. 혹 이글을 보는 사람 중 어떻게 사막에서 김치찌개를 끓어 먹을 수 있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질문의 대답은 간단하다. 과학의 발달로 어떤 음식이라도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개발된 건조기가 바로 그 비법. 한국에서 건조기를 이용 김치를 건조해 가져와 오지 중 오지인 사막에서도 김치찌개는 물론 볶음 김치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메인은 식사가 아닌 후식. 필자(배낭돌이)가 사막에서 뜨거운 라면을 먹고 싶었다면, 동행 중 한 명은 사막에서 별을 보며 스팀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한국에서 스팀 커피를 챙겨왔다고 한다. 불 위에 커피와 물을 넣고 끊이기만 하면 완성.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뜨거운 김으로 커피의 쓴맛을 내뱉는 스팀기를 보며 향에 반하고, 분위기에 반해 절로 미소가 입가에 번지기 시작한다.

지금 느끼는 이 느낌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이 순간. 결국, 지금의 느낌을 더욱 오래 느끼고 간직하기 위해 타클라마칸 사막 초입에서부터 조금씩 모았던 마른 나뭇가지와 도로에서 주운 마른가지를 이용하여 사막의 멋진 추억을 준비한다.

사막의 열기와 뜨거운 태양의 에너지로 겉은 물론 속까지 잘 마른 가지. 그 어떤 도구와 행동이 필요 없을 정도로 라이터 하나로 사막 한가운데 우리만의 불빛을 피어 올린다.

' 형 못 참겠어요. 우리 맥주도 질러요 '
' 괜찮겠어? 한 사람당 하나씩밖에 없는데 너무 빠른 거 아니야? '
' 지금 이 순간 평생 다시 안 올 건데, 후회하기 싫어요 '

타클라마칸 사막 초입 마지막 들린 상점에서 사막에서 별을 보며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는 후배의 말에 여유공간이 없음에도 개인당 한 캔씩 마실 수 있는 맥주를 4개 챙기고 사막 일정 중간(내일) 마시기로 하였는데, 스팀 커피에 이어 사막 한가운데 피어오른 불빛에 더는 참을 수 없는지 지금 마시자며 제안을 한다.

내일로 미루기에는 너무나 간절해 보이는 후배 녀석의 표정과 맥주가 빠지면 너무 아쉬울 것만 같은 감동의 순간. 결국, 가방 한쪽에 고이 보관해오던 맥주를 꺼내 사막을 벗 삼아, 하늘의 별을 안주 삼아 우리만의 사막 파티를 시작한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멜로디와 어떤 자세로 누워도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 주는 모래. 갈증은 물론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맥주와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기에 너무 행복하다.

어느 순간 약속이나 한 듯 대화가 끊기고 시작된 각자의 시간. 모래 한쪽에 팔을 기대고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고 바람과 불 그리고 하늘과 사막의 속삭임을 느껴본다.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지금의 평온함이 마치 꿈을 꾸는 듯 하다.  

부족한 어휘능력에 지금의 느낌을 10%도 표현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 어떤 시간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달콤하면서도 행복한 시간이다. 나뭇가지가 많지 않아 사막에서의 캠프파이어는 오래가지 못했지만, 하늘 가득 수놓은 별들의 속삭임으로 우리만의 사막의 축제는 계속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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