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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발견한 현대판 오아시스



사막 오아시스 가봤니? 마실 것은 물론 먹을 것도 풍부한 현대판 오아시스. 


자전거도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 타클라마칸 사막 남부에 있는 오아시스 마을 민펑을 시작으로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 구간인 타클라마칸 사막 횡단을 시작한다. 5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 숨조차 쉬기 힘든 이곳 환경이지만, 내가 사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 풍경에 넋을 잃고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막 야영 1일 차. 우여곡절 끝에 모래바람으로 가득한 사막 한가운데로 봉지 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 잠 하면 먹는 것 다음으로 좋아하는 나이지만 사막에서의 첫날밤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태양 빛으로 달구어진 사막의 열기가 어찌나 오래가는지 마치 찜질방에 들어와 있는 듯한 더위는 계속되었다. 모래라도 없으면 텐트를 열어 바람이라도 통하게 하고 싶지만, 쉬지 않고 텐트 안으로 들어오려고 애를 쓰는 모래 덕분에 자전거를 탔던 낮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며 잠을 자야 했다.

어느새 밝아온 아침. 서둘러 텐트를 빠져나와 모래 언덕을 오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에서 올라오는 오늘의 태양. 비록 모래바람이 불어 태양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어제 보았던 일몰 못지않게 그 모습이 장관이다.

배낭돌이 여행 팁) 대부분 사막은 일교차가 심해 방한용품을 필수로 준비해야 하지만 타클라마칸 사막은 지열이 오래가기 때문에 방한용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가슴 가득 일출의 아름다운 모습을 새기고 서둘러 짐을 챙겨 오늘의 여정을 시작한다. 아침 식사는 사막 출발 전 민펑에서 사온 화덕에 구운 빵 난과 여러 종류의 부식. 

밥에 비하면 형편없는 식단이지만 밀가루 빵과 초콜릿 그리고 육류가 들어간 소시지는 적은 양으로 많은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고 무엇보다 빠르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에 꽤 괜찮은 식단이다. [사실 밥을 먹고 싶기는 하지만 밤새 더위로 고생을 한 터라 국물 없는 밥을 먹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타클라마칸 사막 북쪽으로 향해 가는 길.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와 양쪽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미친 듯이 열을 내뿜는 모래사막이 이어진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이곳 타클라마칸. 이곳을 지나 서역으로 향하던 상인들이 그러했을까? 때로는 지난 시간을 반성하고, 때로는 즐거웠던 일들을 기억하며, 나만의 고독한 시간을 이어나간다.

' 저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저 끝에 도착했을 때 나의 가슴엔 행복 샘이 넘쳐나리 - 타클라마칸 자전거 여행 중 - 

지금 느끼는 이 현상이 책에서만 보았던 인간의 한계인가? 오전 라이딩을 시작한 지 약 3시간 정도가 지나자 나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뿌연 연기가 내 눈앞을 가로막은 듯 보이는 모든 것이 점점 흐려지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뜨거운 아스팔트에 쓰러져 사막의 제물이 될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계속된다. 부족한 수분과 에너지를 채우려 물과 간식을 먹어보지만, 잠시뿐 오로지 나의 정신에 의존한 체 비틀거리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 형 힘내요. 여기 얼음물 있어요. 화이팅 '

먼저 앞서나간 후배 녀석의 응원 메시지.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어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쓸어내리고 후배 녀석의 얼굴을 확인한다. 그 녀석 역시 나와 같이 힘든 시기를 지났는지 땀으로 가득한 얼굴. 농담이나 거짓을 이야기할 것 같지 않은 녀석의 표정을 확인하고 나서야 꿈이 아닌 현실임을 확인하고 남은 힘을 다해 페달을 밝는다.

이번 사막 구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구간에는 마을은 물론 상점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오르막길 위에서 손을 흔들며 소리를 치는 후배 녀석의 뒤로 옛 건물 몇 채가 보이기 시작한다.

' Welcome To Oasis '

드디어 도착한 오아시스. 먼저 도착한 동행에게 안부도 묻기 전에 후배 녀석이 말한 얼음물부터 마시고자 물을 빨리 달라며 강렬하게 손짓한다.

후배 녀석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가 발견한 냉장고. 그 위에 배려심 깊은 후배 녀석이 나를 위해 녹이려 올려놓은 여러 종류의 음료수가 보인다. 

지금 상황으로는 억만금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말 그래도 생명수. 냉장고 위에 올려진 음료 중 탄산이 없는 음료를 2개 골라 한 개는 뜨겁게 달궈진 얼굴을 식히고 하나는 뚜껑을 열어 입안으로 부어 넣는다.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이 순간. 내가 만약 죽었더라면 이곳이 천국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 천천히 마셔 배탈 나 '
' $#%$#$!@#@!!@#@# '

동행의 걱정스러운 충고에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약 2리터의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나서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얼마 되지 않은 듯 신선한 고기는 물론 야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침대까지 준비되어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나 이곳을 지나는 이들을 위해 준비된 식당과 숙박 시설. 거기에 화장실은 물론 양은 부족하지만, 당도는 물론 맛이 기가 막힌 위구르 지역의 과일도 준비되어 있다.

' 힘들었지? 와서 좀 씻어 ? '
' 씻을 물 있어요?'
' 응 당연하지 이리와 '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씻으라며 호의를 배부는 주인장. 하지만 이곳은 물이 귀한 사막이기에 시원한 물은 기대도 안 했는데, 건물 한쪽 펌프에 마중물을 넣고 펌프질을 하더니 땅 밑에서 얼음장 같은 시원한 물이 뿜어져 나온다.

보고 있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비록 이곳이 영화 속에서만 보던 사막 중간의 오아시스는 아니지만, 힘든 여정 속에서 시원한 얼음물과 씻을 수 있는 차가운 물을 콸콸 나오는 꿈의 공간이자 현대판 오아시스임에 틀림없다.

마중물 : 펌프를 이용하여 지하의 물을 끓어 올리기 위해서는 압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 이 물을 국어로는 마중물이라 말하는데, 이 마중물이 없으면 펌프가 있어도 물을 끓어 올리지 못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환한 미소를 가진 그인 만큼 펌프게 꼭 필요한 마중물처럼 이곳을 지나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주인장. 언어의 장벽으로 정확하게 왜 이곳에서 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이곳에 오아시스를 차린 주인장 덕에 사막에서의 첫 고비를 넘기고 여정을 이어나간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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