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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여행 후기/서티벳 오프로드 여행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를 들어가다. 2편

 

서 티베트 여행. 나의 아픔을 산에게 이야기하다.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 입구를 지키는 야크를 지나 산 내부로 들어가는 길. 4개의 돌탑을 보며 기도를 올리는 티베트의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의 기도는 내가 그곳에 머무는 시간동안 끝이 나지 않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그 사내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카일라스의 시간은 1박 2일뿐.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며 카일라스의 중심으로 향한다.

지구 상에서 존재하는 수 많은 종교 중 4개의 종교(뵌교, 불교, 힌두교, 자이니교>의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순례지 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카일라스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는 높은 봉우리에는 1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 빙하가 자리를 잡고 있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차가운 기운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정리되지 않은 길과 불규칙적인 돌, 나를 깨우는 차가운 자연 바람과 그리고 자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카일라스를 걷고 있자니 나의 마음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한참을 걸어가던 중 사내에 이어 카일라스로 순례를 온 티베트 순례자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코라 방향으로 짐작한컨데 이들은 티베트 불교 순례자들이 아닌 티베트 토착 종교인 뵌교 순례자들이 분명하다.

옛 티베트 왕조가 있었던 시기. 무력으로 저 멀리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까지 땅을 넓혔던 티베트 왕조는 옛 토착 종교인 뵌교를 대신해 인도의 승려를 통해 불교를 들여온다. 이 후 4개의 불교 종파로 나누어진 티베트의 불교는 티베트의 대표 종교가 되었지만 오래전부터 티베트에 뿌리 내려온 토착 종교인 뵌교는 사라지지 않고 일부 사람들에 의해 아직까지 전해 내려왔다.

수행을 이어나가는 불교와는 달리 샤머니즘의 색채가 강한 뵌교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그들 또한 카일라스를 중심으로 코라를 돌며 수행과 기도를 이어 나간다.

서로 머쩍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지나가는데 손가락으로 나의 시선을 끌어 카일라스 한 방향을 가리킨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먹구름으로 뒤 덮혀있던 카일라스의 중심 봉우리가 나의 시선에 들어온다. 구름이 많지 않은 겨울을 제외하고는 여름에는 보기 힘들다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우리의 만남을 지켜보듯 구름속에서 나와 차가운 기운을 뿜으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봉우리를 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가는 티베트인들과는 달리 카메라를 꺼내들어 연신 셔터를 누르다 나의 빰을 강하게 때리는 차가운 바람으로 정신을 차리고 잠시 카메라를 내려 놓고 마음속에 담아 놓았던 기도를 올린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일까? 여름에는 쉽게 볼 수 없다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한참 동안을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나는 작년 생각지도 못했던 큰 아픈 이별을 맞이했다. 늘 건강하셨던 어머님(장모님)의 이별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오랜 시간은 아니였지만 일본과 한국에서 함께 지내셨던 어머님(장모님)은 그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시고 챙겨주셨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가슴은 아파왔다.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 아들이었기에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나는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꼭 이곳에 오려했는지 모르겠다.

한참 동안을 나를 바라 봐주는 카일라스에게 나의 마음을 털어 놓았다. 어머님(장모님) 살아 생전 하지 못했던 이야기, 우리의 결혼 소식, 어머님(장모님)가 늘 함께 했던 강아지들 이야기, 어머님의 갑작스러운 이별에도 불구하고 찾아와 주신 많은 분들 이야기 등..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어 놓으니 내 마음이 더욱 아파온다. 풀려버린 다리로 걷기도 힘든 상황.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기에 힘을 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카일라스 코라를 출발한지 5시간, 하늘을 가득 덮은 구름으로 시야가 조금씩 짧아 질 때쯤 나는 카일라스의 중간 지점에 도착하였다. 순례자들을 위해 지어진 벽돌 건물, 카일라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지만, 고산과 카일라스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중요한 시설이다.

냉기로 가득 찬 방. 공사가 아직 마무리가 안되었는지 창 대신 비닐이 대신하고, 내부에는 나무로 만든 간이 침대가 전부 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대해 투정보다는 카일라스와 함께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힘든 피로가 행복으로 밀려온다.

방 한쪽에 가방을 던져 놓고 건물 주변을 살펴보니, 언제 올라왔는지 입구에서 만난던 야크 2마리가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무거둔 짐을 실고 왔는지 아직까지도 입에서 하얀 입김이 가득 세어나온다.

지쳐있는 야크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없어 너무나 미안하다. 한참 동안을 숨어 물아 쉬던 녀석이 조심히 카일라스로 방향을 튼다.

녀석도 카일라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일까? 카일라스를 바라보고 있는 야크의 뒷 모습에 나도 카메라를 잠시 내려 놓고 한쪽 바위에 앉아 카일라스를 바라보며 마음의 보따리를 풀어본다.

블로그 소식 :  다음편 카일라스 코라 3편이 소개 됩니다. 소식) 배낭돌이가 여행자들과 함께 배낭여행자를 위한 매거진 및 여행 신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배낭여행자 또는 여행을 꿈꾸시는 분이 라면 http://travellerroad.com 을 기대해주세요. 혹 아직까지 배낭돌이의 여행기 구독을 안하신 분들은 하단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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