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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티베트 자전거 여행

자전거 여행 - 자전거 여행으로 배우는 인생사.

티베트 여행 5일차. 어제 먹은 산양이 살짝 부족했는지, 아침부터 배 안쪽으로 밥을 달라는 신호가 한참 이다. 평소 아침 7시이면 해가 떠오르는 티베트. 커튼을 치지 않고 잠을 자면,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일어나는데, 오늘따라 햇살이 좋지 않다.

7월 ~ 9월. 티베트 1년 중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철이 진행 된다. 낮 시간보다는 주로 밤이나 새벽에 비가 내리는 이 지역이지만, 1년 중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우기철인 만큼 라이딩 도중 비를 만나는 경우가 다소 있다. 어제의 아침과 달리 햇살이 비추어 지지 않는 오늘. 비가 안오길 기원 또 기원 할 뿐이다.


아침으로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간단한 세면도 하지 못하고, 숙소를 빠져 나와 먹을거리를 찾아 구석 구석 돌아다닌다. 어제 열려 있던 상점은 아직까지 문을 열지 않았고, 다른 도시와 달리 사람이 많이 없는 작은 마을에서 음식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른 아침부터 어디들 가는지, 차량을 히치하는 사람들. 경운기에 올라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하다. 도로 공사와 건물 공사 등으로 대부분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티베트 사람들. 나이에 상관없이 성별에 상관없이, 공사장에서 일을 한다. 다른 일을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공사가 끝나면 다른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생활이 반복 되고 있다.


도로 한쪽에 다리를 떨며, 움직이지 못하는 강아지가 눈에 띈다. 앞에 가서 자세히 보니, 자동차에 다리를 다쳤는지, 꼼짝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떨면서, 다리를 숨기고 있다.

새벽. 가로등 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 마을을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에 사고가 난 것이다. 오직 라이트 불빛에 의존을 해서 우정공로를 지나다니는 수 많은 차량들. 작은 녀석이 도로를 건너다가, 지나가는 차에 치인것이 분명하다. 떨고 있는 녀석을 데리고 병원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사람 병원도 없는 이곳에서, 이 녀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물과, 먹을 것을 조금 나누어 주는 것이 전부이다.


주머니 안쪽에 비상용으로 넣어 놓은 초코릿과, 가게에 들려 마실 물을 가져다 주고,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티베트에서, 사람들은 물론 강아지 조차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곳의 현실이 속이 상하고, 안타깝다. 차리리 옛 모습 그대로 살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결국은 먹을거리를 찾지 못하고, 티베트 주식인 짬빠로 아침을 대신하기로 하였다. 곡물을 갈아서 만든 짬빠, 우리나라 미숫가루와 비슷하지만, 단 맛이 거의 없고, 부드러워 아침에 먹기에는 부담이 없다.


춥다며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던 빵상이 짬빠를 보고 벌떡 일어나, 최고의 짬빠를 만들어 주겠다며, 손도 씻지 않고, 짬빠를 주무르기 시작 한다. 수유차와 야크 버터를 넣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설탕을 조금 넣어 먹는 빰빠. 빵상은 다 필요 없다며 약간의 수유차만 넣고, 손으로 비비기 시작한다.

씻지도 않은 손으로 짬빠를 주무르고 있는 빵상에서 뭐라고 하니, 태연하게 웃으며 ' 내 손에서는 소금이 나와 ' 라고 말하고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짬빠를 뭉쳐나간다. 먹기 좋게, 원 모양으로 만든 짬빠를 건네는 빵상의 마음을 거절 할 수 없어, 건네받은 짬빠를 입안에 넣는다. 기존 물을 가득 부어서 미숫가루 처럼 먹던 짬빠와 달리 빵상이 건네 준 짬빠는 텁텁하지만, 곡식 맛 하나하나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씹을 수록 고소한 짬빠. 가루로 만들어져 있는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수 많은 곡식과, 정성 그리고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오늘 라이딩 시작. 날씨가 좋지 못해, 방수가 가능한 자켓을 입고 오늘 라이딩을 시작한다. 오늘은 이전 도시와는 달리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인 라체까지 이동을 하게 된다. 가는길에 2개의 언덕을 넘어야 하지만, 오늘 저녁은 좋은 숙소에서 머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좋지 않은 날씨지만, 오늘의 목적지가 도시인 만큼 기분 좋은 출발.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동안 잘 버티던 자전거들이 하나 둘 아프다며 SOS 날린다. 타이어 빵구, 체인 분해, 브레이크 고장 까지, 다른 날에 비해 오늘은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달래고, 고치는 시간이 더 길다.


평지 같지만 페달링이 힘든걸로 봐서 이 도로는 오르막이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오르막길이라면 체력과 페달링을 계산하여, 정상을 향해 움직이겠지만, 평지 같으면서도 살짝 오르막이 있는 이런 길은 끝을 알 수 없어, 더욱 많은 체력을 빼앗아 간다.

몇 번이고, 페달 위에서 다리를 내리고 싶은 유혹을 뿌리쳤지만, 계속 이어지는 평지 같은 오르막에 넉다운이 되어, 도로 위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얼마 전 내가 재치고 온 대원과 제법 거리가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내 바로 뒤에서 호흡을 고르며, 쉬지 않고 페달링을 하며,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평지라 생각하고, 빠르게 이동하려던 나와는 달리, 살짝 오르막길이 있다는 것을 페달링으로 느끼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저 길을 가기위해 속도를 내지 않고, 체력 고갈을 막으며, 천천히 페달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도로만보고, 평지라 생각하고 빠르게 이동하려 무리한 페달링을 했던 나는 지쳐 도로 위에서 뻗어 버렸지만, 지속적인 전진을 위해 속도를 줄이고, 체력을 유지하면서,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대원을 보며, 늘 앞만 보고 무식하게 달리다가 지쳐 포기했던 내 모습이 떠 오른다.


늘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그 어떤 곳이라 해도 남들보다 빠르게 오르기 위해 달려 들었던 나. 순간의 열정과 도전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어도,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쉽게 포기를 하고, 더 이상 진전이 없는 경우가 다소 있다.

도로 위에 뻗어 버린 나에게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는 대원을 보며, 다시 자전거에 올라 대원의 페달링을 따라가며, 그 뒤를 따라 간다. 이전과 달리 호흡은 물론 체력 고갈이 줄어 든 페달링. 기존에 비해 빠른 속도는 나오지 않지만, 더 오랜 시간 많은 거리를 달려 나간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시 하는 현대 사회. 늘 결과에 집착해 남들 보다 빠르게만 추구했던 나에게 느린 페달링은 결과를 도달하기 위한 또 한가지의 방법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가끔은 빠르게, 때로는 느리지만, 오랜 시간 목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느린 페달링을 이용한다면, 단 한번의 넉 다운 없이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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