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 만난 인연. 그들의 도움으로 도착한 일본 시라카와고.
분주한 아침이다. 어제 오후에 도착한 도시 도야마. 눈으로 뒤덮인 도시를 가로질러 다니는 옛 전차와 현대식 전차,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높은 산맥과 현대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조용한 도시 도야마가 무척 마음에 들어 늦은 시간까지 이자카야에서 시간을 보낸 터라 늦잠을 자고 말았다.
서둘러 어젯밤 찾아 놓은 이동 노선에 따라 기차역으로 향했다. 밤새 눈이 내려 사라져버린 도로.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찌었지만, 동화마을 시라카와고에 간다는 설렘에 고통 또한 즐거움이 되는 아침이었다.
시라카와코에 가기 위해 오른 열차. 이번 열차 역시 모든 역을 정차하는 아주 느린 기차이다. 평소 1분 1초도 아깝다 생각해 뜀 걸음을 했던 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느림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거리로 치면 약 1시간이면 될 거리는 2시간이 걸리는 느린 열차로 가도 느림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기차를 타고 이동해 시라카와코로 향하는 지역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본에서도 꽤 유명한 지역인데 버스 내부에서는 기사와 나 둘만 있는 상황. 몇 번이고 기사님께 내가 아는 유명한 시라카와코에 가는 버스인지를 확인하는 웃긴 상황이 벌어졌다.
기사님을 통해 알게 된 사실로는 시라카와코는 산속에 위치한 마을이라 대부분 자가 차량을 이용한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버스를 이용한 단체 여행객이 주를 이뤄 마을버스는 인기가 없다는 불평을 듣게 되었다.
눈길을 해치고 시라카와코로 향하는 버스.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고, 밤새 내린 눈은 무거운 버스를 흔들 정도로 눈의 양이 엄청났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도로, 거기에 산길이라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아찔한 도로를 몇 번 경험하긴 했지만, 눈이 내린 산길은 그야말로 오지 그 자체였다.
" 걱정하지 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시라카와고에 데려다 줄게요 "
창밖을 보며 걱정만 하는 내게 기사님은 자신 있는 어조로 이야기했다. 하루 4번 이상 눈길을 달린다는 배터랑 기사는 노래까지 따라부르는 여유까지 부릴 정도로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어찌 되었던 기사님의 말씀에 조금은 편안해진 나의 여정. 몇 차례 버스가 미끄러져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나에게 든든한 기사님이 계셨기에 두려움은 점차 사라졌다.
한참을 달리다 멈춰서 버스. 주변을 살펴보니 눈이 많이 내려 언덕길에서 멈춰버린 화물차들로 가득했다. 차에서 내려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한 기사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지 기사님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비상 연락처를 건네며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곤 화물차를 앞질러 미끄러운 오르막길을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 우리 잠시 쉬었다가 갑시다. "
약 1시간 동안 거침없이 달려오던 버스가 잠시 정차를 했다. 그간 열이 오를 때로 오른 버스에게 잠시 휴식의 시간을 주자는 기사님의 제안이었다. 터널이긴 했지만 상쾌한 자연의 냄새가 나눈 우리만의 휴식 공간. 가방에 챙겨온 과자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짧고 인상적인 시간을 함께 했다. 물론 우리 둘이...
터널을 지나 약 1시간을 더 달려서야 오늘의 목적지 시라카와코에 도착했다. 기사님이 아니었으면 못 올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연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시 손님을 태우고 돌아가야 한다는 기사님.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몇 차례 악수를 건네곤 긴 이별을 해야 했다.
아쉬움은 잠시. 버스에서 내려 도착한 시라카와코는 이미 어둠으로 깔려 마을 전체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조금씩 보이는 마을의 모습은 신비함 그 자체였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시라카와코의 건물과 불이 켜진 마을의 모습은 아직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결국 긴 이동 시간으로 인해 피곤함도 잊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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