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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일본 북부 겨울 자전거 여행

혼자 여행을 떠난다면, 이것만은 챙기자.

혼자 여행을 떠날 때 챙겨가면 유용한 여행 아이템. 안 가져가면 아쉬울걸.


혼자 밥을 어떻게 먹어? 혼자 여행하면 재미있어? 고등학교 친구 녀석이 종종 나에게 묻는 말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던 나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혼자 떠난 장기간 배낭여행과 유학생활을 하면서 늘 친구와 함께했던 때로는 혼자 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실행하면서 듣게 된 질문이다.

물론 지금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만, 종종 혼자서 밥을 먹거나 혼자서 떠나는 여행을 즐기곤 한다. 내가 좋아서 그러는 것인데 혼자 밥을 먹고 여행을 즐기는 내 모습이 친구 녀석에게는 걱정스럽기도 하고 신기한가 보다.

사실 나 역시 여전히 혼자 밥을 먹거나 여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 나름대로 방법을 터득했고 그 방법으로 혼자 밥을 먹거나 국내든 국외든 여행을 떠나는 것을 즐기곤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나 지금 떨고 있니?

점심을 해결하고 삿포로에서 출발해 아키타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도마코마이역에 도착했다. 항구 도시인 도마코마이는 2개의 페리 터미널이 있어 제법 규모가 큰 도시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리 단위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곳에 오르면 건물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다.

도마코마이 동쪽 터미널에서 출발해 아키타 항으로 향하는 페리를 타기 위해서는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갑작스럽게 자전거에서 대중교통으로 일정을 변경한 터라 예약을 하지 못해 조금 서둘러 삿포로에서 출발했는데, 도마코마이역에서 항구로 가는 버스는 하루 2번밖에 다니지 않아 2시간 남짓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방인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넨 청소부 아줌마. 친절하게도 6시에 6번 탑승구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알려주었는데 6시가 지나도 나를 포함 또래로 보이는 일본 청년을 제외하곤 기다리는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때로는 약이 되고 때로는 병이 되는 여행자의 꼼수.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가면 요금만 약 1만엔. 오늘 꼭 타야 하는 배이기에 버스가 오지 않으니 1만 엔을 내고 택시라도 타야 하나 고민할 때쯤 어두운 저편에서 환한 불빛을 비추며 터미널로 들어오는 동 항구행 버스를 발견하곤 함께 기다리던 일본 청년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넌 어디가? 응 아키타가. 나도 아키타 가는데. 배에서 같이 놀자. 함께 기다리고 함께 걱정했다는 것 그리고 같은 배낭족이라는 이유로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순간 동행이 된 우리. 버스에 올라 일본 청년과 함께 표를 사야 하니 빨리 가 달라며 늦은 기사님을 들들 볶았다.

' 수속 시간이 지나서 탈 수 없습니다. ' 

조금 늦긴 했지만 배가 출발하기 전 터미널에 도착해 다행이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도착한 나에게 카운터에 앉아있는 직원은 늦게 왔다며 배를 탈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터미널에서 6시 버스밖에 없었는데... 이 배 못 타면 안 되는데... 2초 남짓 머릿속에서는 온갖 변명거리가 생각났는데, 일본 어학연수 시절 비슷한 일은 아니지만, 융통성 없이 일을 처리하는 일본사람을 여럿 경험한 터라 여행 중 배운 꼼수를 사용하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다.

니혼고 아리마생 (일본어 없어요.) 아키타 타베타이(아키타 먹고싶어) 

일어로 미안하다며 내일 다시 오라며 이야기하는 직원에게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고 말도 안 되는 일본어로 내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는 되지만 이상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본 직원은 당황했고, 잠시 기다리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상사에게 상황을 전하곤 상선을 허가해주었다.

처음 이 꼼수를 익힌 건 중국에서였다. 흥정을 할 때 중국인들은 조금이라도 말이 통하면 왜 비싸게 받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곤 깎아 줄 수 없다고 흥정을 딱 잘라버리는데 상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도 못 알아듣는 척 내가 원하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대부분 상인이 대화가 통화지 않는다는 이유로 흥정을 포기하고 내가 원하는 가격에 주곤 했다. 물론 내가 너무 낮은 가격을 부르면 일부 상인들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도 욕을 퍼부었지만….

어쨌든 나의 꼼수는 먹혔고, 표를 받아 배 내부로 들어가는 길이 만개한 꽃이 가득한 구름 위를 밟고 지나가는 듯 상쾌하고 가벼웠다. 

배 내부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제법 규모가 되는지 2개의 레스토랑과 카페 심지어 탕에서 바다가 보이는 사우나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몇 년전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페리 3개 노선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배와 비교하면 중국 노선 배는 쓰러져가는 단독주택이라면 이 배는 강남땅 한가운데 약 6개월 전 완공을 한 고급주택 이라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서둘러 짐을 풀고 수건을 챙겨 사우나로 향했다. 버스에서 약속을 한 터라 먼저 도착해있던 일본 청년. 따듯한 탕 안에서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데, 내가 구매한 룸과 일본 청년이 구매한 룸 타입이 다르다는 사실일 알게 되었다.

인천을 지나 오사카를 거쳐 도착한 홋카이도에서부터는 줄곧 혼자였기에 괜찮은 동행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아쉬움을 토해내며 방법을 이야기할 때쯤 탕에 함께 있던 페리 고수(?)가 솔깃한 이야기를 건넸다.

' 무료로 방을 옮길 수 있어. 방법은 간단해. 방에서 벌레가 나왔다고 화내면서 말해 그럼 최소 4인실 룸으로 바꾸어줄 꺼야 ' 

일본 청년이 있었던 방은 4인실. 내가 구매한 방은 10인실이었기에 추가 금액을 내고 방을 바꿀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 이야기를 들은 자칭 페리 고수의 노하우(?)를 듣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돼 또 한번 꼼수를 부려보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다.

결과로만 이야기하면 실패. 외국인의 불만을 들은 직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닫아 놓았던 10인실 다른 방문을 열고 내 짐을 옮겨주었고, 결국 나 홀로 10인실 룸에서 약 12시간을 보내게 됐다.

아쉽지만 이렇게 된 이상 각자의 여행을 즐기기로 한 우리. 일본 청년이 머무는 방과 가까운 식당에서 맥주 한 캔을 나누어 마시곤 텅 빈 10인실 방으로 돌아왔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더 즐겁게 보내고 싶다면….

그렇다고 기죽을 내가 아니다. 12개월 이상도 나 홀로 여행을 해 본 나이기에 가방을 풀어 침낭을 깔고 한국에서부터 챙겨온 여행 아이템을 꺼내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수능시험을 끝나자마자 친구들을 꼬여 국내 자전거 여행을 갔었다. 당시 우리의 여정을 기록하고 틈틈이 정보를 찾기 위해 pc 방을 들렸었는데 이제는 노트북 한 대만 챙기면 여행 일지는 물론 WI-FI를 이용한 정보 검색과 심지어 보고 싶었던 영화까지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노트북뿐만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떠날 때면 어김없이 한 자리를 차지했던 MP3 플레이어와 충전기 거기에 휴대폰과 충전기 등은 적지 않은 짐이 되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음악은 물론 여행 중 지출 내용을 손쉽게 기록할 수 있고, 무거운 카메라 대신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해 SNS로 손쉽게 나의 여행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다.

거기에 WI-FI를 이용한 웹 검색은 보너스. 물론 가끔은 꺼놓아도 좋습니다. 말한 국내 CF가 여행 중에는 진리이긴 하지만 한 기기로 음악과 온라인 검색까지 가능해 가방은 가볍고 지루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전자 기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여행 중 나의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책이다. 그간 보고 싶었던 책 혹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 한 권만 있으면 48시간을 달리는 장거리 기차 노선을 이용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번 여행에 선택한 책은 독일 출신 하페 케르켈링가 쓴 투쟁이 여행도서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와 아내가 선물한 남편이 아내에게 지켜야 할 에티켓. 앞으로 동해를 지나는 장작 12시간의 기차 여정을 시작하는 만큼 지금 순간은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템이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때면 언제나 챙기는 필살 아이템 현지 지도. 물론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도 내가 가는 길을 기록하고 일정을 계획할수도 있지만 직접 손으로 그린 내 지도를 보고 있으면 마음도 흐뭇하고 무엇보다 현지인들과 내가 온 길을 보여주며 쉽게 친해질 수 있다.

단기 일정으로 떠나는 여행자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은 지도. 지도 한 장이면 도심에서도 시골에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니 꼭 챙겨가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현지 여행 정보와 팁을 볼 수 있는 현지 안내책자(혹은 쿠폰집 등). 한국 여행작가들이 만든 여행 가이드북도 훌륭하지만, 현지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관광 안내책자, 쿠폰북, 시티북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 정보는 물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여행지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다음 일정을 계획하기에도 매우 유용한 알짜 정보통. 나 홀로 호텔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자라면 로비에 비치된 현지 여행 정보가 담긴 무료 책은 놓치지 말자.

길 것만 같았던 시간이 어느새 자정을 지나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하루였기에 잠자리가 더욱 포근한 오늘. 그간 보고 싶었던 영화도 한 편 보고, 여행일기도 작성하고 여행길 위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이면 홋카이도를 떠나 일본 중서부 아키타에 도착. 또 어떤 여행자를 만날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꼼수는 이젠 그만…. (to be continued)

배낭돌이 여행기는 다음뷰(이곳) 네이버(이곳) 페이스북(이곳)을 통해 실시간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삿포로 관광지 후기는 여행이 끝난 후 작성됩니다. (예고 : 삿포로 맥주의 비밀을 엿보다. 나 홀로 걷는 세계인이 손꼽은 명소 오타루. 비겁한 변명입니다.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