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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여행 후기/동남아 3개국 배낭여행

있을 건 다 있는 조금 특별한 인도네시아 기차.

기차에 이런 서비스가?. 식사는 물론 쇼핑, 발 마사지까지 가능한 인도네시아 기차


삶은 달걀과 사이다 한 병. 빠르지도 않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흘러가는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 누구나 기차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와 함께 탔던 기차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 지어질 즐거웠던 추억 말이다.

얼마 전 다녀온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옛 기차 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 빠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 않은 기차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말이다.

 

기차야? 식당이야?

인도네시아 기차 안. 빨간 유니폼을 입은 여자 승무원이 통로를 오가며 승객들에게 무언가를 권하곤, 손에 들린 작은 수첩에 꼼꼼히 기록한다. 무엇을 하는 걸까? 그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아 풀렸다.

' 식사 하셨어요? 말씀만 하세요. '

나에게 메뉴판을 건넨 승무원, 메뉴판을 열어보니 인도네시아 거리에서 먹을 수 있는 인도네시아 전통음식으로 가득하다. 아쉽게도 기차 탑승 전 호텔에서 아침을 챙겨 먹은 터라 주문은 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정집에서 쓰는 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각종 음식을 배달하는 승무원의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배낭돌이 여행 팁) 인도네시아 기차 중간에는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주방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조금 특이한 것은 페스트푸드 나 조리된 음식이 아닌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만드는 시스템으로 기차가 운행하는 시간에는 언제든 언제든 주문할 수 있다. 

 

뭐 필요한 물건 있으세요?

음식 주문을 받던 여승무원이 음식을 나를 때쯤 엉성한 나비넥타이를 한 남자 승무원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 안녕하세요,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

직원이 끌고 온 이동식 서랍 가득 쌓인 제품들. 좌석 앞주머니에 비치된 상품 카탈로그를 꺼내 보이며 제품 설명이 시작된다. 내가 타고 있는 기차에 외국인 여행자가 꽤 타는 지 유명 상표의 시계부터 보여주는 승무원. 저렴한 가격은 물론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으로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거라며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배낭돌이 추가 팁) 인도네시아는 동아시아 국가 중 손기술이 좋아 여러 기업이 선호하는 OEM 생산 강국이다. 포장 상태는 좋지 않지만,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은 사실이니 참고하자. 

 

오래 앉아있으면 힘드시죠?

여승무원의 음식 배달이 끝이 날 때쯤 콧수염에 하얀 긴 옷을 입고 있는 아저씨가 나타나 눈인사를 건넨다. 순간 아저씨의 의심스러운 눈빛과 외모에 거부감이 들 때쯤 하얀 종이를 내밀며 O.K? 를 외친다.

콧수염을 휘날리며 이방인을 두렵게 만든 아저씨의 정체는 바로 발 마사지사. 음식을 조리하는 기차 중간 칸 주방 옆 휴식 공간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30분에 약 3,300원, 저렴한 가격이고, 무엇보다 여행의 피로가 쌓인 터라 발 마사지를 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다소 거칠어 보이는 아저씨의 외모에 다음을 기약했다.

배낭돌이 추가 팁) 발이 편하면 잠도 잘 오고, 무엇보다 쌓인 피로를 푸는데 아주 좋다. 장기 배낭여행자나 기차 이동 시간이 긴 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발 마시지를 받아 보길 추천한다. 단, 마사지사마다 능력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담당 마사지사 확인은 필수. 

 

정차역 음식 백화점은 필수.

음식과 쇼핑, 그리고 발 마사지를 기차 내부에서 즐길 수 있다면, 잠시 들리는 정차역에서는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즐기는 인도네시아 기차의 매력이다.

짧게는 3분, 길게는 20분 정도 기차역에서 정차하는 인도네시아 기차는 기차가 멈추어서기도 전에 각종 먹거리를 준비한 아줌마와 청년들로 북적인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일부 기차역에서는 기차 내부까지 들어와 음식을 판매하는데, 밖에서 먹는 가격과 별 차이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20가지 이상의 인도네시아 음식을 고를 수 있어 그야말로 이동식 음식 백화점이 아닐 수 없다.

배낭돌이 추가 팁) 정차한 기차는 출발 전 경적을 울리고, 승객들을 위해 한동안 느린 속도로 서행한다. 혹 정차역에서 음식을 주문하다가 기차가 출발해도 기차에 오를 수 있는 약 1분의 시간은 더 있으니 잔돈과 주문한 음식을 꼭 챙기자. (무엇보다 상인들의 노하우가 있으니 걱정 말고 정차역 먹거리를 즐겨보길 추천한다.)

 

짐이 많으신가요? 걱정마세요.

마지막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람같이 나타나는 청년이 있다. 바로 사진 속의 청년들인데 기차역에 정식 등록을 하고 활동하는 청년들은 기차 승객들의 짐을 기차역 혹은 교통수단까지 옮겨주는 짐꾼이다.

기차역에 따라 정식 요금은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5,000 ~ 10,000루피아. 짐을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현지인이기에 베짝, 택시 등 교통편을 잡아 줄 때 바가지요금이 아닌 현지 요금으로 흥정을 해줘 여행자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배낭돌이 추가 팁) 일부 기차역은 미등록 청년들이 짐을 나르는 경우가 있다. 정식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 짐을 들어주고 말도 안 되는 요금을 제시하면 기차역 직원이나, 정식 등록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한 서양인 부부 여행자가 허가를 받지 않은 청년에게 짐을 맡겼다가 20$을 빼앗길 뻔했지만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정식 등록 직원의 도움으로 기차 역 경찰을 불러 손쉽게 해결하였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기차에서 만난 여러 요소는 옛 기차여행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빠르지는 않지만 느리지도 않은 기차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추억 그리고 즐거움 말이다.

과학의 발달은 인간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편안함으로 다소 불편했던 과거이지만, 그 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을 조금씩 잊혀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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