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문제없어' 아저씨의 소소한 행복.

여행 에세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티베트 친구 쉬퍼.

많은 여행지가 있지만, 유독 자주 찾게 되는 곳이 있다면 바로 티베트이다. 정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 가슴속 가득 티베트의 푸른 하늘과 그곳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이 있기에 년 중 최소 한 번은 꼭 가야 할 것만 같은 고향 같은 곳이다.

티베트로 향하기 전 꼭 연락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20살 이상 차이 나지만, 비슷한 나이의 친구보다 더 편하고, 함께 있으면 즐겁기에 합의하고 우리 둘은 친구를 맺었다.

쉬퍼는 삶을 즐길 줄 아는 친구이다. 틈만 나면 창(티베트 전통주)을 챙겨 풀숲으로 들어가 푸른 하늘을 벗 삼아 술을 즐겨 마시길 좋아했고, 잠시 머물다 가는 티베트 작은 마을에서도 마치 고급 위스키를 담아 놓은 듯한 고급 술병에 창을 담아 마을 곳곳을 살펴보며, 현지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를 즐겼다.

처음 쉬퍼를 만나게 된 것은 라싸에서 출발하여 네팔 카트만두까지 이어진 약 1달간의 자전거 여행을 출발하면서부터다. 비상 시 이용하게 될 트럭 기사로 온 쉬퍼는 작고 귀여운 외모에 마치 여행전문가인 듯 가죽으로 된 중절모를 쓰고 나타나 어떤 상황에서도 ' 파서블, 파서블'을 외치며 행동을 앞서나갔다.

한번은 시가체에서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중 약 5시간 동안 계속되는 오르막길 거기에 4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로 밥조차 먹지 못한 죽음의 라이딩을 이어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쉬퍼에게 ' 이 미친 듯한 날씨에 어떻게 밥 좀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 하소연을 했고, 나의 고민을 들은 쉬퍼는 언제나 그렇듯 미소를 머물고 ' 파서블, 파서블 ' 을 외치며 트럭을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얼마 가지 않아 계속되는 오르막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최고의 공간을 찾았다는 듯 빨리 오라며 손짓을 하는 쉬퍼가 보였지만 딱히 쉬퍼가 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할 수 없는 텅 빈 공간이었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쉬퍼에게 다가갔다.

' 멋지지? 여기서 좀 쉬다 가는 거야. '
' 응? 이곳이 다른 게 뭐야? 이런 공간은 어디에도 있다고? '
' 응? 여기는 돌도 있고, 멋진 풍경도 있어. 여기서 밥도 지어먹고 창도 한잔하는 거야'
' 응 먹는 건 좋은데..... '

마치 최고의 휴식공간을 찾았다는 듯 즐거워하는 쉬퍼의 모습에 결국 그 자리에서 쉬었다가기로 했지만, 그곳을 명당이라며 이야기하는 쉬퍼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배고프다는 나의 말에 식사준비를 서두르는 쉬퍼. 한국에서 공수해온 햇반과 비상식량을 꺼내며 나에게 다가와 정말 멋진 식사와 휴식이 될 거라는 듯 잉크를 하며 미소를 날렸다.

' 난 다 먹었으니 좀 쉴게. 멋진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나를 따라와. ' 

식사 준비는 물론 먹으면서도 지금 상황 너무 즐겁다는 것을 감추지 못한 쉬퍼가 밥을 다 먹었다며 일어나 멋진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따라오라 권한다.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멋진 시간을 보낼만한 공간은 없는 이곳. 과연 쉬퍼가 어떻게 멋진 시간을 즐길지 그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길가에서 벗어나 보리밭으로 향해 가더니 도착해 주변을 정리하곤 보리밭 사이로 몸을 숨긴다. 누운 것인지 아니면 앉아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그가 갔던 길로 따라가 보리밭에서 발견한 쉬퍼는 그야말로 행복에 가득한 웃음을 머물고 나를 반긴다.

' 여기 누워봐. 정말 좋다. '
' 좋아 보이긴 하는데 벌레 있잖아? '
' 벌레는 어디에도 있어 네가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벌레는 있다고. '

여기까지 왔으니 누워보라는 쉬퍼의 권유를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에잇 모르겠다. 생각하고 보리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의 등을 찌르는 보리로 첫 느낌을 좋지 않지만, 보리 사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푸른 하늘 그리고 나에게 손짓하는 하얀 뭉게구름이 나를 감싼다. 눈을 감으면 금방이라도 곯아떨어질 것 같은 자연의 포근함. 왜 이곳을 최고의 휴식공간이라 말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에도 쉬퍼의  ' 파서블, 파서블 '은 계속되었고, 약 한 달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쉬퍼의 삶을 즐기는 방법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지금 역시 그를 만나면 언제나 바쁜 시간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짬을 내 짧지만 즐거운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며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며 침을 튀어가며 머물렀던 공간을 설명한다. 비록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쉬퍼는 나보다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 파서블, 파서블 '을 외치며, 멋진 시간을 즐기는 쉬퍼.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주변 환경과 현실에 불만 토해내던 내게 그는 삶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친구이자, 멋진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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