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아이 머리를 닮은 귀여운 일몰을 만나다.



아름다운 일몰? 귀여운 일몰? 결론은 기분 좋은 일몰.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사막 남부 민펑에서 북부 룬타이까지 약 540km 타클라마칸 사막 구간을 무사히 지나고, 사막 북부 오아시스 마을 룬타이와 쿠얼러를 거쳐 다음 포인트인 투루판으로 향하고 있다.

후이족 자치현 Yanqizhen에서 시작한 오늘 일정. 도심을 벗어나기 전 13억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기름과자 유탸오로 아침을 해결하고,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주유소에서 점심 및 자전거를 정비 후 알 수 없는 오늘의 야영지로 향한다.

(관련글 : 13억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 잡은 기름과자 유탸오)

' 조금만 힘내. 오르막길이 있으면 곧 내리막길도 있어 '
' 오르막길의 끝이라도 보이면 좋을 텐데 끝을 알 수 없으니 더 죽겠어요. '
' 그러니까 길이 재미있는 거고, 자전거 여행이 즐거운 거야. 힘내자. '

점심을 해결한 주유소를 벗어나 얼마 가지 않아 시작된 오르막길. 함께 온 일행은 국내에서도 자전거를 즐겨타는 터라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여유가 넘치지만, 필자(배낭돌이)는 1년에 한 번 국외 자전거 여행을 할 때 외에는 자전거와 그리 친하지 않기에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풀 수 없는 불만만 가득할 뿐이다. 

' 이제 내리막길 시작인가보다. '
' 지금까지 올라온 거에 비하면 너무 짧은데요. 저 앞에 또 오르막길이... '
' 저 고개를 지나면 또 있을 거야. 탄력받아서 달리면 가뿐히 올라갈 수 있어 '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하지만 오르막길을 약 2시간은 올라온 듯 한대 내리막길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또 끝을 알 수 없는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일행의 말대로 탄력을 받으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오르막이지만 코너를 돌아 또 오르막길이 이어지면 자전거 초보인 필자(배낭돌이)에게는 또 한 번의 힘이 빠지는 구간임이 틀림없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다행히 코너를 지나 계속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그것도 정확히 20Km 구간이나 페달을 밝지 않고 내려올 수 있는 길고 긴 내리막길. 계속되는 오르막길로 쌓인 피로를 한 방에 날려 보내는 그야말로 천국으로 가는 길.

필자(배낭돌이)는 물론이요 함께 온 일행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자연이 주는 멋진 선물을 만끽한다.

배낭돌이 자전거 팁) 자전거로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속도가 빠르면 브레이크는 물론 핸들 제어가 쉽지 않으므로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내리막길에서 빠른 속도에 앞브레이크를 사용하게 되면 중력에 의해 자전거가 앞으로 뒤집어져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오전 출발을 하면서 계획한 오늘 이동 거리는 90km. 예상하지 못한 오르막길로 약 75km밖에 이동을 하지 못했지만, 쉽지 않았던 구간을 안전하게 지나온 만큼 도로 한쪽에 앉아 서로에게 고생했다 이야기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물고 오늘의 일몰을 바라본다.

하루 온종일 머리 위에서 뜨거운 열기로 우리를 괴롭힌 태양.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약해진 빛줄기를 비추며 조금씩 조금씩 산 뒤로 몸을 숨긴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지금 이 공간. 아직 차량 라이트가 켜지지 않아 약한 빛이지만 모든 이들이 태양 빛에 의존한 체 어떤 이는 동쪽으로 이동하며 어떤 이는 그 자리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한다. 

' 일몰을 여러 번 봤는데 오늘 일몰은 더 멋있네 '
' 정말 멋진 일몰이네요. 근데 산 뒤로 숨는 태양이 머리카락 없는 신생아 머리 같지 않아요. '
' 말 들으니까 그러네. 대머리는 좀 그렇고 귀여운 아기 머리 같네 허허허'

평소 강하게만 느껴졌던 태양과는 달리 조금은 귀여운 오늘의 일몰. 마치 힘없는 신생아의 머리를 닮은 그 모습에 필자(배낭돌이)는 물론이요 일행 모두 입가에 미소를 머물고 각자의 가슴에 그 모습을 새기며, 각자의 셔터를 누를 뿐이다.

오늘의 야영지는 경찰서 앞 공터. 약 15km만 가면 마을이 있지만, 해가 진 이후 자전거 이동은 목숨을 걸고 가야 하는 위험한 도전이기에, 경찰(공안)에게 양해를 구하고 넓은 주차장 한쪽에 텐트를 친다.

' 한국에서 왔다고? '
' 응. 한국사람이야. 캬슈가르에서 사막 지나서 왔어. 우루무치까지 갈 거야. '
' 대단하다. 밥은 먹었어? 저쪽 식당이랑 화장실 있으니까 사용해'

하루 머물다 가는 것을 허락해 준 것은 물론 식당까지 사용을 허락해준 중국 공안. 거기에 어디서 사왔는지 오토바이까지 타고 가 얼음물과 시원한 콜라를 선물해 준다. 

평소 공안(중국 경찰)하면 까다롭고, 귀찮고, 별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대상으로 생각하고 늘 피하기만 했는데, 이방인의 갑작스러운 방문과 부탁에 기대 이상의 친절을 베풀어주어, 아무 이유 없이 싫다고 피하기만 했던 지난 나의 행동에 미안함에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 할뿐이다.

공안의 배려로 늦은 해가 진 이후임에도 저녁 식사는 물론 시원한 물로 샤워도 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쉽지 않았던 오르막길로 몸은 지쳤지만, 귀여운 일몰과 예상치도 못한 공안의 배려로 기분 좋았던 하루를 보냈다. 

예상지도 못 한 일이 계속해 일어나기에 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것이 아닐까? 이번 약 한 달간의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의 끝이 보이는 시점이지만 앞으로 또 어떤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날지 무척 기대된다. 

배낭돌이 여행기 포스팅은 계속 됩니다.  하단의 추천 버튼(손가락)을 거침없이 눌러주시는 센스, 감사합니다. 다음 사용자는 이곳을 클릭하시면 다음뷰에서 편하게 받아 보실수 있으며, 네이버 사용자는 이곳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