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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억만금을 줘도 바꾸고 싶지 않은 순간.



사막을 벗어나 마시는 얼음물. 그 순간을 설명할 수 없어.


두 바퀴로 떠난 실크로드 여행길. 예상했던 타클라마칸 사막 횡단을 5일이 아닌 4일 만에 중국 최대 규모 사막을 횡단하고. 타클라마칸 사막 북부 가장 가까운 오아시스 마을 룬타이[Luntai, 輪台(윤대)]로 향한다.

무사히 사막 횡단에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알 수 없는 아쉬움에 계속해서 돌아보는 타클라마칸. 죽음의 땅이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너무나 아름다운 공간이었기에 언젠가는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곳을 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페달을 밝아 나간다.

사막공로 구간을 벗어나면서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푸른 잎. 여전히 도로 옆에는 모래가 한가득 이고, 아스팔트를 넘나드는 모래 행렬이 이어지지만 조금씩 현대문명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사막을 벗어나도 더운 것은 매한가지. 사막을 빠져나왔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기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려는 듯 조금씩 자신의 크기를 늘리고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 중국 정부는 물론 세계의 환경 단체 등은 사막 확대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인간의 힘은 자연을 이길 수 없기에 사막 모래 위에 힘들게 버티고 있는 나무가 조금은 외롭게 느껴진다. 

사막구간 마지막을 알리는 표석을 지나 약 2시간은 달려 도착한 작은 마을.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지만 뜨거운 빛을 피할 수 있는 폐허와 모래 위로 흐르는 물줄기가 있기에 사막을 빠져나온 필자(배낭돌이)에게는 사막 중간에서 만난 현대판 오아시스보다 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머리 위에서 내리쫴는 뜨거운 태양과 사막의 열기로 쓰러지기 직전에 발견한 식당. 무더위로 점심도 해결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사막을 벗어나 처음으로 발견한 식당이기에 어떤 음식을 파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자리를 잡는다.

' 삥 쉐이 (얼음물 줘) '
' 메이요(없어) '
' 삥 피지우 요마? (시원한 맥주 있어?) '
' 메이요(없어) '  

배도 고팠지만, 무엇보다 시원한 물을 먹고 싶었기에 직원을 불러 물을 주문하는데 냉장고가 고장이 나 시원한 물은커녕 미지근한 맥주와 콜라가 전부라는 최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막을 지나 처음으로 발견한 식당. 무엇보다 음식은 물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이곳까지 왔기에 필자(배낭돌이)는 물론 동료 모두 아래로 고개를 떨굴 뿐이다.

' 형, 제가 어떻게든 구해올게요 조금만 기다려봐요 '

자신 역시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워하는 동료를 위해 음료를 구하러 가겠다며 지갑을 챙겨가는 막내 경민이.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내가 솔선수범해야 하지만 한 걸음 걷기조차 체력이 남아 있지 않기에 녀석의 뒷모습에 미안함을 담아 무리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가게를 벗어나 5분도 되지 않아 돌아온 후배. 다행히 가까운 곳에 상점을 발견하고 얼음물은 물론 맥주와 음료까지 한 가방 가득 챙겨 왔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모두를 위한 희생에 가슴이 뭉클한 상황. 거기에 무엇보다 그립고 그립던 시원한 물과 음료 그리고 맥주가 있기에 고마움을 전하고 자리에 앉아 우리만의 파티를 시작한다.

꽁꽁 언 녀석들은 햇빛에. 설 얼은 녀석들은 원샷.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 이어진다. 너도나도 할 것 없어 입안은 물론 뱃속까지 시원한 냉기로 가득 채워주는 얼음물과 각종 음료 이것이야말로 생명 수 그 자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물론 현대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생명수. 주문한 음식은 뒷전으로 미루고 배가 아파 올 때까지 차가운 물과 음료로 가득 채운다.

우리의 행동이 신기했는지 멀리서 지켜보던 꼬마 녀석들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어디서 왔는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등 질문을 시작한다.

' 한국에서 왔어. 자전거로 사막 지나왔어 '
' 정말? 거짓말 '
' 진짜야 지도 봐봐 우리가 온 길이야 '

지도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꼬마 아이들. 그것도 그런 것이 나 역시 초등학교 첫 해외 여행을 하기 전까지는 자전거 여행자는 물론 한국 외에 다른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어찌 되었던 이방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꼬마 녀석들. 조금씩 아껴먹던 얼음물과 음료를 함께 나누어 마시며 서로의 가슴에 즐거운 추억을 담는다.

중국 시각으로는 6시 15분, 신장 시간으로는 4시 15분. 사막을 벗어났음에도, 해가 지는 시간임에도 여전히 온도는 45 ~ 52도를 웃돈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꼬마 아이들과의 수다와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 그리고 시원한 물과 음료에 예상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은 터라 서둘러 오늘의 목적지 룬타이로 향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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