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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11개 민족이 모여 사는 사차에서 맛본 이색 음식들.

 

실크로드 작은 마을 야르칸트(Yarkant : 莎車 : 사차)에서 별미를 맛보다.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여행의 출발점인 캬슈가르를 떠나 칼의 고장 옌지사르에서 하루를 머물고 타클라마칸 사막이 시작되는 남도 최고의 오아시스 마을인 허톈 [Khotan, 和闐(화전), 호탄]으로 향하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라이딩 2일차. 지도 상에도 나와 있지 않은 작은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로 에너지를 채우고 서둘러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아 나간다.

땅에 떨어진 수박? 살기 위해서는 상관없어!


마을을 벗어난 지 약 1시간. 머리 바로 위에서 내리 째는 뜨거운 태양열에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아스팔트 도로를 제외하고는 온통 모래밭이다.

사람은 물론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는 공간조차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이곳.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예상은 했지만, 상상 이상의 풍경에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온다. 한쪽에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물통을 꺼내 드는데 무게가 너무 가볍다. 마지막 들린 식당에서 충분히 물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더위에 나도 모르게 많이 마셨는지 남은 거리에 비해 물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 물 얼마나 남으셨어요? '
' 반병 정도? 물이 떨어지면 큰일인데….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행에게 물어보지만, 상황은 매한가지. 이렇게 가다가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대처할 방법이 없어 더위에 지치기 전에 서둘러 앞으로 나가기로하고 서둘러 자전거에 오른다.


머리 바로 위에서 내리쫴는 뜨거운 태양과 모래와 아스팔트 열기로 나의 시야는 점점 흐려지고,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정신력으로 핸들을 잡고 있지 않으면 사고가 날 정도로 희미해지는 순간 지금 상황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든다.

지나가는 자동차를 세워서 도움을 청해볼까? 수 십 번 고민해보지만 힘든 여정임을 알고서도 떠나온 만큼 지쳐 쓰러질 때까지 가보기로 마음먹고 남은 힘을 다해 앞으로 나가는데, 먼저 앞서간 동행이 돌아와 조금만 가면 공안(중국의 경찰)이 있다며 반가운 소식을 전해온다.

저 멀리 보이는 이동식 공안처. 마음 같아서는 단숨에 달려가고 싶지만 이미 입은 물론 혀까지 말라 버렸고, 에너지는 바닥인지라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 힘을 다해 도착한 공안처. 도로 검문을 나왔는지 이동식 트럭에 파라솔까지 펴 놓고 그늘에 앉아 힘겹게 이곳으로 다가온 이방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물과 수박 한통을 건넨다.

평소 공안 하면 여행자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인식해 좋아하지 않은 분류였지만 나에게 가장 절실한 물을 건네기에 그 누구보다 멋지고 고마운 사람으로 느껴진다. 고맙다는 말도 하기 전에 서둘러 물 한통을 부어 넣고 모랫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 뱉는다.

마음 같아서는 수박도 먹어버리고 싶지만, 이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고, 무엇보다 우리보다 늦게 오는 동행 역시 고생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만나면 함께 먹기로 하고 동행의 자전거 뒷좌석에 수박을 묶고, 공안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오늘의 목적지로 향한다.

얼마 가지 않아 저 뒤로 보이는 또 다른 동행. 그 역시 물 부족으로 고생했는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도로 한쪽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는데, 수박을 달고 있는 동행이 마중을 가겠다며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밝다 그만 끈이 풀려 수박이 바닥에 떨어져 부셔져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 그냥 버릴 수 없는 생명과도 같은 수박. 부서진 수박을 모래바람이 불지 않는 아스팔트 위로 가져와 눈에 보이는 돌멩이와 모래를 걷어내고 입안 가득 달콤한 생명수로 가득 채운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원한 음료.


수박을 먹을 때만 해도 즐거웠지만 2시간이 넘도록 상점조차 보이지 않는 이 길 위에서 나의 체력은 점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외쳐보지만, 에너지가 고갈된 상황에서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최악의 상황. 머릿속으로 즐거웠던 옛 시간을 떠올리며 나 자신에게 즐거운 시간임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내키지도 않은 음악 멜로디를 흘려보내며 거북이처럼 느리게 느리게 앞으로 나아간다.

수박을 먹은 지점에서 약 3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한 마을 초입. 도로 양쪽으로 파라솔을 피고 먹거리를 팔고 있는 상인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두 바퀴 여행의 종착점에 도착한 듯 너무나 기쁜 상황.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지친 몸을 이끌고 가장 가까운 상점으로 향한다.


' 삥 쉐이(얼음물) 삥 쉐이(얼음물) '

상점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상인에게 다가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시원한 물을 달라며 재촉을 시작한다. 저 멀리 천천히 오는 나를 보고 있었는지 한쪽에 꺼내 놓은 살 얼은 음료를 건넨다.
 
서둘러 뚜껑을 열고 입 한가득 음료를 부어 넣는데, 입 전체를 쏘아대는 탄산과 얼음장 같은 차가움에 나도 모르게 세상을 다 가진 듯 짐승 같은 괴성이 터져 나온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순간. 평소 탄산음료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필자(배낭돌이)이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음료의 시원함과 달콤함에 빠져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순식간에 3통을 해치우고 그늘에 앉아 둘도 없는 행복한 순간을 만끽한다.

11개 민족이 모여 사는 사차에서 이색 음식을 맛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야르칸드(莎車·사차· yarkant). 건물조차 없는 황량한 길이 있었느냐는 듯 많은 자동차와 높은 건물들로 가득하다.

11개 소수 민족 약 60만 명 인구가 사는 사차는 예로부터 타클라마칸 사막 서쪽의 주요 오아시스였는데 현재는, 현재는 중국의 사처현으로 불리지만 남북조(南北朝) 시대의 거사국(渠沙國)으로 불릴 만큼 나라로 추정되는 제법 규모가 되는 실크로드 남도의 요충지이다.


몸 상태로 봐서는 푹 쉬어야 할 상황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사처에서 가장 먹거리가 풍부하다는 시장으로 향한다.

초입에서부터 나의 눈과 코를 자극하는 시장 거리.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의 피곤함은 금세 까먹고 새로운 경험과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빠져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시장 안으로 향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소수 민족 음식. 이곳을 소개해준 호텔 직원의 말에 따르면 위구르족 중에서 외모가 유사한 소수 민족이 있는데 그 사람들의 음식과 위구르 음식이 합해진 이색 음식이라 한다.

알 수 없는 육류와 매운 소스 그리고 채소를 넣어 볶은 다양한 요리. 상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손가락으로 맛을 보는데 고추 기름 매운 맛 안에 알 수 없는 묘한 맛이 들어가 살짝 어색하긴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이방인의 표정이 재미있는지 또 다른 음식을 추천해주는 상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음식을 다가가 살펴보니 이미 옌지사르에서 경험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다리 요리이다. (관련글 : 보기에는 거부감 드는 음식, 먹어보니 탄성이 절로.)

조금 특이한 것은 옌지사르에서는 닭에만 노란 향신료를 사용했는데, 이곳에는 동물의 다리에도 향신료를 사용해 다리 일부가 노란 물이 들어있다. 손가락으로 끝을 잘라 입으로 가져가는데, 특유의 향이 있어 살짝 거부감이 들지만 씹는 맛은 물론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특유의 맛이 기가 막히다.


다음으로 맛본 동물의 내장 요리. 이 요리 역시 옌지사르에서 경험했지만, 이곳은 특이하게 동물의 오줌통으로 보이는 껍질 안에 내장과 곡식을 넣어 삶아 놓았다.

아쉽게도 부피가 커 순대와 비슷해 보이는 녀석만 맛을 보았지만, 역시 별미 중의 별미로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내장 요리의 특유의 향과 씹는 맛이 일품이다.


동물 내장 요리 다음으로 발견한 생선구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서 해산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교통의 발달로 이제는 이 지역 어디에서도 해산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조금 재미있는 것은 마치 야생에서 구워 먹는 듯 생선을 꼬치에 꿔서 숯불 위에 올려놓은 모습. 아쉽게도 자전거 여행 중이라 검증되지 않은 노점의 생선 요리를 맛볼 수 없어 눈으로만 지나쳤지만,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생선 요리 냄새가 기가 막히다.


오늘 일정 동안 물 고생을 했더니 시장 한쪽에서 얼음을 깎아 색소를 넣어 완성하는 얼음 음료가 나를 자극한다. 여름이면 중국 어디서도 볼 수 있는 음료지만 특이한 것은 이곳에서는 음료 안에 팥과 젤리를 함께 넣어준다.

이상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먹어보니팥 특유의 맛과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시원함과 영양까지 더해져 자전거 여행으로 지친 나에게는 더할 나이 없는 최고의 간식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신장 지역에서 빠질 수 없는 양 꼬치와 피로를 풀 수 있는 맥주 그리고 시장 구석구석에서 냄새로 나를 유혹하는 다양한 별미로 즐거운 시식은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보기에는 살짝 거부감이 들지만, 여행자의 피로를 단방에 날려 버릴 정도로 일품인 소수민족의 여러 음식. 힘든 일정으로 몸은 지치지만 다양한 맛과 소중한 경험이 있기에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된다.

<배낭돌이 여행 팁> 중국 신장에서는 법으로는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종교상 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일부 위구르인은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돌을 던지거나 싸움을 거는 경우도 있으니 한족이 운영하는 식당 외에는 술을 삼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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