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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돌이 일상다반사/배낭돌이 일상 다반사

지붕 한쪽에서 소심하게 살아가는 고양이 가족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시 재개발로 대부분의 집들이 사라지고 있는 아현동 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지 3년. 올 4월 결혼을 하면서 신혼집을 알아보려 했지만 부모님 도움 없이 시작을 한 우리에게는 급격하게 오른 전세 값으로 하나 둘 떠나고 있는 아현동을 떠나지 못하고 2개월 째 여러 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3개 지구로 나누어진 아현동 중 가장 큰 지구인 1지구가 재개발 공사가 시작 되면서 하나 둘 떠나고 있는 아현동. 저녁시간이면 저 멀리 빼곡하게 위치하고 있는 많은 집에서 세어 나오는 불빛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조금씩 비어가는 시장골목, 도보로 4분 거리에 있는 아현 1지구는 이미 유령 도시로 변화되었고, 쉬지 않는 공사로 인해 바로 옆에 위치한 제가 살고 있는 아현 2지구로 집을 잃고, 갈 곳이 없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모여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오늘 아침에는 창밖으로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아현 1지구 공사가 시작 되면서 평소보다 많아진 고양이들이었지만 오늘따라 창밖으로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무척이나 서럽게 들렸습니다.

창밖을 바라보고 찾아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녀석. 집에서 나갈 때까지도 울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조금은 신경이 쓰여 일을 하면서도 울고 있는 고양이의 사연이 궁금해 몇 번이고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해 아직도 고양이가 있는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 고양이가 아직도 울고 있어. 쉬지도 않고 우는 것이 어디 다친 것 같아. 집에 오면서 1층 좀 살펴보세요. ' 이른 아침부터 울던 고양이가 늦은 시간인 10시까지도 울고 있다는 아내의 말에 혹시나 다친 것인가 라는 생각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1층을 살펴보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늘 다니는 골목을 지나 집 앞에 도착. 맞은편 집 옥상에서 골목으로 걸어오는 저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가만히 응시하는 어미 고양이가 보입니다. 평소 같으면 고개를 숙여 조심히 살펴보거나, 도망가는 길고양이와는 달리 저와 한쪽을 번갈아 가며 응시하는 녀석의 얼굴에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고양이가 번갈아 보며 응시하는 방향을 살펴보니 주먹 크기만한 새끼 고양이가 숨을 죽이고 저의 시선을 피하며 어미 고양이와 저를 번갈아 보고 있습니다.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 저를 경계하듯 소리를 지르는 어미 고양이. 그 옆으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며 울음을 터트리는 또 다른 새끼 고양이를 보고 아침부터 울었던 녀석이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옆집 2층 공간에서 맞은편 1층으로 떨어져 울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울었던 녀석을 어미가 있는 맞은편 2층 공간으로 올려주려 잡아보려 하지만 경계가 심하고, 무엇보다 작은 몸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가 어미 고양이에게 울음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새끼 고양이를 도와 줄 수가 없었습니다. 혼자서는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고 새끼 고양이 포획작전을 시작하였습니다. 양쪽 길을 막고, 한쪽으로 빠져 나오도록 조금씩 좁혀가는 포획작전, 조금씩 좁혀 오는 모습에 더욱 크게 울어보지만 어미는 한쪽에서 소리를 지르며 지켜만 볼 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더이상 피할 공간이 없는 새끼 고양이. 어미가 있는 곳으로 올려주려는 우리의 마음은 몰라주고 당황한 새끼 고양이는 아내가 막고 있는 한쪽 빈틈을 비집고 좁은 하수구를 지나 집(대문)을 빠져나와 빠르게 골목으로 도망을 갑니다.

도망치는 고양이를 그냥 놓으면 골목으로 다니는 자동차로 위험한 상황. 빠르게 도망가는 녀석을 따라 골목길을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금한 녀석이 어찌나 빠른지 잡기는커녕 쫒아가기도 힘든 상황. 하지만 빠르게 도망가는 녀석은 순간만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을 갈뿐 어미가 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으려 화분 뒤, 바위 뒤로 보이지 않는 곳에 몸을 숨기기를 수차례 반복합니다.

어미가 있는 곳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뒤를 돌아 오히려 제가 있는 곳으로 뛰어 오는 새끼 고양이, 이 기회가 아니면 고양이를 놓칠 것 같아 몸을 날려 새끼 고양이를 잡았습니다. 도망 갈 때와는 달리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손에 두려움을 느낀 듯 저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녀석을 데리고 고양이 가족들이 있는 옆집 2층으로 향했습니다.

사람이 올라오는 것을 알았는지 어디론가 숨어버린 고양이 가족. 아침부터 울던 녀석을 옆집 2층 옥상에 풀어 놓으니 익숙한 듯 달려가 지붕 위 한쪽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혹시나 또 떨어지지는 않을까? 가족들은 만났을 까? 라는 걱정에 집으로 들어와 창문을 열고 옆집 옥상을 살펴보니 새끼 고양이가 들어간 한쪽 구멍에서 어미 고양이와 또 다른 3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보입니다.

가족들을 만났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기쁨과 동시에 밀려오는 고양이 가족의 안타까움.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에게 살기 위해서는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을 했을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큰 소리로 울던 녀석이 어느새 엄마 곁에서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새끼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부셔진 옥상 한쪽 구멍에 사는 녀석들. 비도 피하지 못하고, 위험 요소가 가득한 이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양이 가족을 도움을 주고 싶지만, 저 역시 오를 때로 오른 전세 가격으로 갈 곳 없는 서울시민에 불과한 저인걸요...

지붕 한쪽에서 소심하게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 가족. 하나 둘 떠나고 있는 아현동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언젠가는 고양이는 물론 저 역시 이곳을 떠나야겠지요? 한참 동안을 옥상 위에서 쥐죽은 듯 살아야 하는 고양이 가족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습니다. 

블로그 소식 :  배낭돌이 일상다반사. 가끔 고양이 가족의 안부 포스팅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지붕 위 고양이 가족들 소식이 궁금하시다면 하단 링크를 통해 배낭돌이 블로그 글을 편리하게 받아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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