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돌이 일상다반사/배낭돌이 일상 다반사

한국 활어회와 일본 숙성회의 차이점.

한국에서 생전 처음 활어회를 맛본 일본인의 아쉬운 한 마디.


유명한 식당은 맛이 좋다? 가격이 저렴하면 품질이 떨어진다? 누구나 음식에 대한 편견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먹는거 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필자 역시 일부 음식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 전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편견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일본 지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는 그인 터라 한국으로 맛 기행을 떠나온 것이다. 이미 오래전 일본에서 자주 만나면서 미식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온라인 검색과 지인을 통해 서울에서 맛있는 식당을 찾아 지인에게 소개했다.

' 삼겹살도 너무 맛있었고, 한정식은 정말 최고였어. '
' 그래요 다행이에요.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요? '
' 응? 난 잘 모르니까 추천해줘. '
' 그럼 활어회 어때요? 한국에서는 바로 잡은 생선을 회를 떠서 신선도는 최고예요. '

그렇게 우리는 맛과 신선함으로 유명하다는 서울 시내 어시장을 찾았고,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아 직접 생선 선택하고 가격을 흥정했다. 그리곤 지인은 카메라를 가지고 주방까지 따라 들어가 눈으로 직접 회를 뜨는 것을 살펴보고, 막 썬 활어회를 가져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인이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 어디에서도 쉽게 생선회를 맛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가게마다 수조가 있어 살아있는 생선을 넣어놓고 판매를 하는 곳은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즐거워하는 지인을 보며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눈에 보는 곳에서 막 잡은 활어회였고, 무엇보다 일본 식당에서 먹는 생선회보다는 신선하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분은 잠시, 활어회를 처음 맛본 지인의 표정이 좋지 않다. 맛을 음미하고 고민하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몇 차례 더 맛을 더 보곤 맛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유는 그랬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선하고, 탄력이 있어 보였지만, 직접 먹어보니 씹는 맛도 약하고 생선회 특유의 맛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지인의 반응에 집으로 돌아와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국내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활어회의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숙성된 회 즉 선어회를 먹는다. 방면에 한국인은 살아있는 생선을 먹는 활어회와는 달리 선어회는 죽은 고기라 생각해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한국 사람은 활어회가 더 신선하고 맛이 좋다고 생각해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횟집은 활어회를 취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선어회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지만, 활어회에는 많은 양이 검출되었고, 생선회의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이 바로 잡은 생선보다 일정 기간 숙성한 선어회에서 더 많이 나와 활어회와 비교하면 숙성 회가 맛이 좋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국내 횟집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활어회만 고집하는 소비자로 하여금 선어회보다 운송비 및 수조 관리비 등이 포함 돼 약 30~40% 비싼 활어회를 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소비자들의 편견으로 식중독 위험은 물론 생선회의 감칠맛이 덜한 활어회가 국내 대부분 식당에서 팔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험 결과가 그렇다 해서 활어회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활어회를 먹는다고 해서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싼 활어회가 아니더라도 저렴한 비용으로 맛있는 생선회를 즐길 수 있는데 소비자의 편견으로 국내에서는 선어회를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고 활어회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자주 찾는 음식점과 자주 찾는 카페. 과연 내가 그곳의 맛이 좋아서 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 가게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그곳을 가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편견은 어디서 생겨났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