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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돌이 일상다반사/배낭돌이 여행 에세이

첫 경험 패키지여행. 정말 최악이였어.



충격적이었던 첫 패키지여행 체험기.


2008년 10월. 장기여행과 어학연수를 끝내고 몇 해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밀린 학업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강의. 거기에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병행하면서 지난 시간은 책장 속 먼지가 수북이 쌓인 노트처럼 지난 시간은 잊혀 갔지만, 가슴에 새긴 여행의 추억은 더욱 또렷해졌다.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구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월세에 생활비 거기에 학비까지 해결해야 했고, 무엇보다 늦깎이 학생이었던 나는 대학에서 정한 졸업자격을 채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학업에 열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과 내용은 상관 없습니다.)

항공 요금으로 호텔과 특식까지 제공합니다.

" 태국 3박 5일 패키지여행이 19만 9천 원이래 "
" 오 정말? 한 번 가볼까? "
 

무료한 삶을 1년쯤 이어 갈 때쯤 함께 지내던 친구에게 호텔은 기본이오 특식과 입장료 등 모든 여행 일정이 포함된 태국 패키지여행이 단 돈 19만 9천 원으로 선착순 판매를 하고 있다는 놀라운 정보를 듣게 되었다.

패키지여행 경험이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당시 19만 9천 원은 적지 않은 돈이었기에 망설였지만, 항공권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은 물론 3박 5일 동안 태국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뿌리칠 수 없는 최저가 여행 유혹으로 나의 첫 경험 패키지여행은 시작되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취소됩니다.

친구와 나는 서둘러 해당 상품을 예약했다. 상품명에 선착순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기에 타사 상품과 비교가치도 없는 할인율이 높은 상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약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하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 고객님 유류할증료를 보내주셔야지 여행 확정이 됩니다. 보내주실 가격은 예약금 10만원과 유류할증료 및 공항세 포함 15만 원 총 25만 원입니다. 이 금액은 카드가 안 됩니다. ㅇㅇ 은행으로 예약자명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놀라 묻자 질문을 예상이나 한 듯 예약금과 항공 이용에 필요한 유류할증료, 공항세 등을 설명하며 " 일정에 적혀있으니 살펴보세요. 선착순 모집이라 송금이 늦으면 예약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 말했다.

상품을 살펴보니 중간 비포함 내역에 유류할증료 및 공항세가 조그맣게 적혀있었다. 여행 일정만 살펴보다가 해당 내용을 놓친 것이다. 15만 원이 추가되어 총비용은 34만 9천 원. 가격이 훌쩍 올라갔지만 그래도 태국 왕복 항공권 가격도 되지 않았기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금을 완료했다.

12명이 함께 즐기는 방콕 여행.

기다렸던 여행 일이 다가왔다. 서둘러 인천공항 미팅장소로 향했다. 곳곳에서 보이는 패키지여행 그룹.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모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공항 미팅은 간단했다. 정해진 장소로 가 직원에게 이름을 말하고 여권을 보여주며 항공권과 여행사 배지를 전해준다. 그러면 배지를 달고 정해진 비행기로 이동 후 출국장에서 현지 가이드를 찾으면 된다고 했다.

비행기 내부에는 한국인 여행자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의 상위에는 어김없이 여행사 배지가 달려 있었다. 이 많은 인원이 함께 여행하는 것인가?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공항에 도착 후 간단한 입국 심사를 하고 물 빠지듯 출국장은 빠져나갔다. 출국장 입구를 가득 메운 여행사 직원들. 한참을 물고 물어 나를 담당하는 현지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20분 정도를 기다리고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많은 사람은 각자의 가이드를 따라 버스에 올랐고, 우리 버스에는 총 12명의 여행자가 함께했다. 비행기 내부에서 같은 여행사 배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현지 가이드에게 인원이 적은 것에 대해 묻자 여행 상품이 달라 구분해서 진행된다고 이야기했다. 

여권을 모두 제출해 주세요. 저희가 보관합니다.

한국인 가이드는 현지 가이드 그리고 운전기사 이렇게 총 세 명이 3박 5일 일정을 함께하게 된다며 이야기하고 각자를 소개했다. 짧은 소개에 이어 한국인 가이드는 분실을 우려 모두의 여권을 가이드가 보관한다며 제출을 요구했다.

나는 조금 의아했다. 혹 여행자가 여권을 분실하면 가이드 도움을 받아 여행증명서 혹은 여권 재발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이드에게 여권을 맡겼다가 혹시나 가이드가 사고를 당하거나 사라질 경우, 그리고 여행지에서 가이드를 잃어버릴 경우 현지 언어를 하지 못하는 여행자는 그야말로 신분확인도 할 수 없는 곤란한 처지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함께 5일을 보내게 될 11명의 동행이 있었고, 무엇보다 논쟁으로 여행 시작부터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선택관광.

호텔에 잠시 들려 짐을 풀고 첫 일정을 시작했다. 약 2시간 버스이동과 보트를 타고 도착한 유명 섬.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분주했다. 자리를 잡고 주변을 살피는데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도 보인다. 분명히 상품 가격이 달라 진행이 다르다고 했는데, 섬 이후에도 가는 곳마다 시간 차이만 있을 수 만남은 계속되었다.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짐을 푸는데 가이드가 다가와 선택관광을 설명했다. 바닷속을 걸어 다니는 것은 물론 각양각색의 놀거리를 가격과 함께... 한가지 정도는 즐겨보고 싶었지만, 내가 알고 있던 태국 물가와 비교 했을 때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요금이었기에 해수욕만을 즐겼다.

약 1시간의 자유시간 이후 도시로 가기 위해 보트에 올랐다.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달리던 보트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물 위에 떠있는 건물 한쪽에 배를 세웠다." 잠시 쉬었다가 갑시다 " 말하며 안내하는 한국인 가이드를 따라 건물에 오르니 먼저 도착한 다른 여행객으로 가득했다.

물 위에 떠있는 건물은 또 다른 선택관광이 시작되는 장소. 좁은 공간에 일행들끼리 모여 앉아 선택관광을 선택한 사람들의 체험이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쇼핑, 사줘야지 우리 여행이 편해.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버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12명 인원을 확인하고는 출발한 버스는 얼마 가지 않아 한적해보이는 식당에 도착했다. 미리 모든 준비가 된 현지인 식당. 단체 여행객이 자주 오는 듯 식당 테이블 위에 몇 가지 반찬이 올려져 있고 그 위로 파리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음 코스로 행했다. 이번 일정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침구 판매점. 건물 앞에는 미리 연락을 받고 마중을 나온 현지 직원 모습이 보였다. 태국 쇼핑센터였기에 당연히 태국 사람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마중을 나온 직원은 물론 제품을 소개하던 직원도 모두 한국인이었다.

침구 세트 가격은 75만 원.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행비를 절약하고자 최저가여행을 찾아온 이들이었기에 설명만 들을 뿐 아무도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 다급해진 현지 가이드와 직원은 제품을 할인해주겠다는 말과 지금 이 기회에 사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같은 제품을 200만 원대로 판매한다며 구매를 재촉했다.

조금 불편한 상황이 이어졌다. 가이드와 직원은 계속해서 제품을 소개하고 가격을 흥정했고, 사지도 않을 제품을 멍하니 침묵하며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약 30분이 지나서야 침묵이 깨졌다. 다른 곳으로 이동도 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려는 직원들이 행동에 참다못해 할머니 세분(자매)가 돈을 모아 제품을 구매한 것이다. 1시간 만에 제품 판매를 성공한 가이드는 굳었던 표정을 풀고 할머니를 대신 짐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침묵을 깬 할머니 세 분은 패키지여행 경험이 많아 앞으로의 일정을 위해 비싸지만, 제품을 구매했다고 했다. 그래야 남은 여행이 즐겁다는 말과 함께...

즐겁지만, 50% 부족한 패키지여행.

쇼핑센터 이후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는 몇 차례 더 이어졌다. 선택관광인 시내 투어를 이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방까지 찾아와 가격을 깎으며 계속해서 재촉하던 가이드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고, 피할 수 없었던 쇼핑센터에서 가이드 눈치를 보며 출발 전까지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던 방콕에서의 시간과 여행사의 진행은 그야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충격 그 자체였다.

3박 5일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 기내.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는데, 즐거웠던 추억도 있지만, 가슴 한쪽 굳은 표정으로 여행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가이드가 생각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격이 저렴했던 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작은 여행사도 아닌 제법 규모가 되는 여행 상품이었기에 패키지여행 진행의 충격과 배신감, 분노 그리고 아쉬움은 커져만 갔다.

이후 패키지여행을 피하고 싶었지만, 가족여행 등으로 몇 차례 패키지여행을 경험하였다. 물론 첫 경험 때보다는 충격적이지 않았지만, 고객의 즐거운 여행보다는 수익과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표정과 행동까지 달라지는 여행사 직원들의 모습에 즐거운 여행을 했음에도 가슴 한쪽 아쉬움은 커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패키지여행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에게는 절대 패키지여행을 추천하지 않겠다는 것을...

넋두리 :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처음 이용했던 패키지상품은 아직도 판매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여행사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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