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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후기/중국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트럭 기사들만 이용하는 은밀한 휴식처.



아는 사람만 이용하는 숨겨진 휴식공간.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정해진 양만 살 수 있어.


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길. 사막 남부 민펑에서 북부 룬타이까지 약 540km 타클라마칸 사막 구간을 무사히 지나고, 사막 북부 오아시스 마을 룬타이와 쿠얼러를 거쳐 다음 포인트인 투루판으로 향하고 있다.

늦은 저녁 야영지로 잡은 경찰서 앞 마당. 늦은 시간임에도 이방인의 방문에 친절을 베풀어준 공안의 친절에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서둘러 야영지를 정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오늘 일정. 얼마 가지 않아 도로 한쪽으로 표지판이 나오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여행 최종목적지 우루무치 [Urumqi, 烏魯木齊(오노목제), 乌鲁木齐]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

도로가 연장되었나? 계획한 일정으로는 약 450km 가 남아야 하는데 '
' 도로가 새로 생겼나 보지일찍 도착하면 좋은 거 아닌가? '
' 좋긴 하지만 그만큼 자전거로 돌아보는 일정이 짧아지니 전 싫어요. '
' 하긴 도심보다는 이곳이 좋지. 일단 가보자.'

멈추어 버린 자전거 페달. SOS 요청.

사실 3주 이상 계속된 힘든 여정으로 서둘러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 하루라도 더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언제 다시 이곳에 그것도 자전거로 올 수 있을지 알지 못하기에 비록 몸은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더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가 아닌 조금은 느리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시골(외각)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 간절함은 잠시. 표지판 이후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간절함은커녕 마음 같아서는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잡아 다음 마을까지 가고 싶은 욕구가 나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턱까지 차오른 가파른 숨소리. 거기에 쉬지 않고 몇 시간을 오르고 또 올라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정상. 단 1초라도 페달을 쉬게 되면 나의 간절함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알기에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밝아 나간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오늘 여정. 표지판을 시작으로 약 5시간을 오르고 또 올랐는데, 내리막길은커녕 그늘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그 흔한 상점조차 보이지 않는 최악의 길이 계속된다.

사람의 힘으로 동력을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의 연료는 바로 인간의 에너지. 쉬지 않고 고열량의 음식을 섭취해도 갈까 말까 한 오르막길을 약 5시간 동안 물과 간식으로만 버텼더니 필자(배낭돌이)는 물론이요 일행 모두 페달을 멈춰 버리고 말았다.

배낭돌이 자전거 여행 팁) 체력이 좋아도 에너지가 떨어지면, 결국 자전거는 멈추고 만다. 특히 장기간 여행자는 한번 에너지가 고갈되면 체력 회복이 힘들기 때문에 쉬는 시간은 물론 심지어 달리는 중에도 끊임없이 고열량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은밀한 휴식 공간.

' 이대로 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
' 어디가? '
' 모두 밥을 못 먹어서 이대로는 불가능 할 것 같아요. 도움을 요청해 볼게요. ' 

얼마나 더 오르막길이 계속되는지, 그리고 그 앞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점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지친 일행을 잠시 기다리게 하고, 갓길이 있는 곳으로 가 지나가는 트럭을 세워 오르막길을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주변에 음식을 구할 곳이 있는지 등 주변 상황 정보를 얻는다.

다행히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멀지 않은 곳에 기사들이 이용하는 간이 휴게소가 있다는 좋은 소식. 거기에 도움을 요청하는 필자(배낭돌이)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직접 앞장서 도로에서 벗어나 기사들만이 이용한다는 은밀한 휴게소로 우리를 안내한다.

약 5시간 계속되는 오르막길. 거기에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민둥산이 전부였기에 정말 이곳에 음식을 파는 곳이 있을까? 의심했지만. 다행히 비포장 도로를 얼마 달리지 않아 홀연히 산 중턱에 세워진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은 힘을 다해 도착한 공간. 주변에 보이는 것은 온통 흙과 돌뿐인 이곳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무엇보다 휴식과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몇 번이고 이곳을 알려준 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건물 내부로 향한다.

' 보이지도 않은 이곳에 이걸 왜 만들어났지? '
' 정확하지는 않아도 이 길로 자주 다니던 기사 중 한 명이 만든 것은 아닐까요? '
' 그럼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게 표지판이라도 해놓지. 이해할 수가 없네' 

과연 어떤 음식이 있을까? 시원한 물은 있을까? 이곳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일행과는 달리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부로 들어가는데, 건물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 아래 떡하니 개 한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 개를 좋아하는 필자(배낭돌이)이지만 유독 덩치가 크고 무엇보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녀석이기에 다소 두려운 대상. 하지만 그 뒤로 보이는 냉장고와 쌓아놓은 음료에 마음을 빼앗기고 서둘러 목을 축이기 위해 손발 짓을 하며 개를 밖으로 내보낸다.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 돈 많이 줘도 안 팔아.

다행히 얌전히 문밖으로 나가는 녀석. 녀석이 나가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냉장고 문을 열고 시원한 물 한 통을 꺼내 단 5초 만에 입안가득 털어넣고,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쉰다

시원한 물을 마셨으니 이제는 배를 채울 시간. 어떤 먹을 것이 있을까 주변을 살피는데, 그 어떤 음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쪽에 보이는 가스레인지와 냄비. 먹을 것을 팔지 않는다면, 주인장이 먹는 음식이라도 달라고 떼를 쓰기로 마음먹고 연신 주인을 불러본다.

' 아저씨. 아저씨, 누구 없어?.'
' 여기 있어 '
' 물 말고 먹을 거는 안 팔아?'
' 기다려 문 열어 줄게 ' 

물과 음료를 제외하고는 먹을 것을 찾을 수 없었던 터라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주인이 열어준 1평 남짓한 공간에 많지는 않지만, 컵라면은 물론 소시지, 초콜릿, 과자 등 배를 채울 수 있는 10가지 남짓한 먹거리자 준비되어 있다.

' 다른 사람들도 이용하는 곳이니 조금만 골라. 

약 6시간 동안 초콜릿과 물을 제외하고는 무엇도 먹지 못한 것은 물론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에너지가 바닥이 난 터라 몇 시간이고 이곳에 머물며 배가 터질 정도로 먹고 쉬고 싶지만 아쉽게도 준비된 물건이 많지 않고, 비상 시 이곳을 이용하는 트럭 기사들이 있어 많은 돈을 주어도 물건을 파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용한 식량은 컵라면과 물, 그리고 음료와 시원한 맥주. 비록 맛있는 음식은 물론 만족할 정도로 많은 양을 먹을 수는 없지만, 그들만의 비밀 공간에서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필자(배낭돌이)는 물론 일행 모두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비록 초라하지만, 트럭 기사는 물론 이방인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보다 더 반가운 공간. 뜨거운 물을 기다리며 일행들과 함께 마시는 시원한 맥주 맛이 말로는 형언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작렬 그 자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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