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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돌이 일상다반사/배낭돌이 일상 다반사

사진으로 이야기를 담아낸 ' 가덕도 숭어잡이 '

 

사진으로 담은 가덕도 숭어잡이 이야기.



부산 남서쪽에 있는 작은 섬마을 가덕도. 한국에 사는 나에게도 낯선 지명인 가덕도를 처음 만난 건 우연히 보게 된 한 권의 사진집을 통해서였다.

' 이른 새벽 바다로의 출항을 준비하기 위해 하나 둘 포구로 모여드는 어부들. 목선에 묶여있는 밧줄을 풀고 각자의 위치에서 노를 저어 포구를 벗어나 바다로 향한다. '  - 가덕도 숭어잡이 작가 이강산 블로그 발취 -  (사진 출처 : 가덕도 숭어잡이 작가 이강산 블로그)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약 3개월가량 이어지는 숭어잡이. 작은 마을 가덕도에서는 이때가 되면 사람들이 모여 모터가 없는 다섯 척의 목선과 한 척의 어선이 선단을 이루어 그물을 치고 숭어 떼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숭어 떼가 그물 안쪽 끝에서 돌아 나오는 시간은 불과 14초. 조용히 그물 아래 숭어 떼의 움직임을 살피던 어로장인 말쟁이는 오로지 직감에 의존한 체 이때다 싶으면 '조지라!' 외치며 시작을 알린다. 


기계가 힘을 빌리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숭어를 잡는 가덕도 숭어잡이. 바빠지는 어부의 손놀림에 그물은 점차 좁혀지고, 그물에서 벗어나기 위한 숭어들의 몸부림이 시작되면서, 수면에는 물거품이, 바닷 물 위에는 솟구치는 숭어로 한 편의 그림이 펼쳐진다.

동적인 영화를 보는 듯한 사진집


우연히 보게 된 사진집 가덕도 숭어잡이는 지명조차 낯선 나에게 떠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가덕도 대항 마을 어민들의 삶과 전통 방식으로 숭어를 잡는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하였다.

카메라 렌즈가 낯설지 않은 그들의 표정 속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땀방울, 그리고 순간순간을 이야기로 전하기 위해 여러 화각과 다양한 기법으로 담은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을 보며 가덕도 숭어잡이에 빠져든다.

무엇보다 영상을 전공한 나에게 있어 단순히 작가가 찍은 사진에서 벗어나 사진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가덕도 숭어잡이. 단순히 시간의 나열이 아닌 기승전결로 이루어져 사진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담고 있다.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겨있는 가덕도 숭어잡이. 흔히 잘 나간다 말하는 유명 사진작가들의 추상적이고 자기만의 메시지를 담은 어려운 사진집과는 달리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기만 해도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그리고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보는 내내 느껴지는 생동감에 때로는 적막함에 때로는 즐거움에 빠져 마치 정적(靜的) 사진이 아닌 동적(動的)인 영화를 보는 듯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여러 장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담아내는 사진집의 정석(定石)을 보여준  가덕도 숭어잡이. 혹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 이거나 카메라에 입문하는 사용자 혹은 아직까지도 사진집이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